병든 아이
줄리 그레고리 지음, 김희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착신아리에서 원흉이된 미미코는 여기 나오는 줄리 그레고리와 같이 대리자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의 피해자였다. 얼론에서도 이유없이 아이가 줄곧 아프니까, 여주인공도 뮌하우젠 증후군으로 의심받는데... 마침 이런 책이 보여서 얼릉 집어들었다. 그리고 빠져들었다가 우울해졌다.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 무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몸집만 크고 나이만 먹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는지도. 실화가 아니라면 좋겠지만 실화이다. 이것은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학대 받고 자란 아이는 자기 아이를 학대한다. 그것이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잔혹한 저주인지. 그것을 끊으려면 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실화라는 게 더 무섭다. 사회복지, 그리고 자녀양육권에 대한 법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가족내의 일은 거의 밖으로 알려지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 더욱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 내 생각엔 의외로 많을 것 같은데.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나쁘고 솔직히 실제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으려 해도 그냥 약만 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니, 이렇게 어린 시절의 상흔으로 말미암은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거의 도움이 안될 거 같다. 사람은 살아가며 여러가지 상흔을 얻게 되지만 가족 안에서 얻은 상흔, 어린 시절에 얻은 상흔은 정말이지 문신처럼 떼어지지 않곤 한다. 비뚤어지고 일그러져버린 줄리의 엄마를 보며 나는 슬퍼졌다. 그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줄리가 아니라 그 사람이야말로 치료를 받아야하는 사람이었다. 전에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도 어딘가 단단히 망가져버린 헬렌을 보며 나는 그 사람이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너무나 망가져버려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조차 상처입히며 자기 자신도 점점더 일그러져가는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단죄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버려두고 무시해놓고 이제와서 그들을 어떻게 비난하겠다는 걸까. 그저 치료가 필요할 뿐이지.
분노할 수 있는 건, 아니 분노해야만 하는 사람은 바로 그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분노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엄마한테, 그리고 사회한테. 그리고 그 분노를 바탕으로 일어서야 한다. 엄마한테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해야한다. 그것이 자신을 치료하는 과정이 되기도 할 테니까. 아마도.
착신아리를 보았을 때도 그렇고 언제부터인지 뮌하우젠 증후군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꾀병이지만 사실 그냥 애들의 꾀병 수준을 넘어서니까 질환이라고 부르는 거지. 자해를 하고 약을 먹고, 과장을 하고.. 기타등등. 대리자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은 자신의 아이나 친인을 아프게 하거나 거짓병을 꾸며내어 간병인으로서의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거. 그리고 그런 대리자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의 피해자는 대부분 어린 나이에 사망한다고 한다.


애들 보고 읽어보라고 하면 좋을 듯 하다. 자기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해주는지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게 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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