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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삐에로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13계단과 겹쳐 보여서 슬펐다. 젠장, 이렇게 가벼운 문체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시구자와 케이이치와 맞먹는 잔인함을 가졌어!
강간 당한 누군가를 위해, 복수를 꿈꾸는 청년이라니. 게다가 그 복수는 약간 애매한 성격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그 강간이 없었으면 청년은 태어날 수 없었으니까. 이런 지독한 아이러니가 슬프다. 선량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인데, 화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자체로 무척 슬프다.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복수는 정말로 시원한 느낌이 드는 걸까. 경찰에 자수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소심한 나는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그 적의, 증오자체가 안타까워서 견딜 수 없었다. 정말이지 네안데르탄인이 크로마뇽인을 죽였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어쨌거나 어느 한 쪽을 죽이고 살아남은 인간들의 후손이라고, 그렇기에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거일지도 모른다고 주절거리는 녀석들을 보면 더 가슴이 아파졌다.
젠장.두고보자. 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어쩐지 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