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는 그저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 행복을 비뚤게만 보는 주변 사람들을 보자니 답답스럽다. 불쌍한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저씨라기엔 나이가 별로 많지 않지만... 소소한 사건이라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에는 전혀 소소하지 않다. 정말로 커다란 일이다. 교통사고든 자전거사고든, 뜻밖의 사고로 친지를 잃는다는 건 정말로 삶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도 있으리만치 중요한 일이다. 커다란 일이다. 자전거를 평생 못타게 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집안은 이 사소한 사고로 인해 얼마나 크게 흔들리고 상처받았는가. 사실 그 전에 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이 이 평범해 보이는 집안을 일그러뜨린 장본인이긴 하지만 그것이 드러나게 된 건 소소하다고 하는, 바로 이 사건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소소한 사건이 전혀 소소하지 않아보여서, 나는 그게 슬펐다. 전혀 소소한 일이 아니야. 일상 속에 얼마나 큰 함정이 숨어있는지.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의 삶 속에 얼마나 큰 아픔과 어둠이 숨어있는지. 가끔 잊어버리기도 하고, 그편이 세상 살아가기에 편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진실은 그런 것이다. 잔인하고, 음습하고, 슬픈 것이다. 찬란한 햇살 아래에는 반드시 그늘이 있다.
사토미와 리코의 관계가 그만큼 일그러져 있던 것은 그들이 특별히 이상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그런 일이 생겨난다. 부모의 사소한 말 한마디, 무심결에 하는 행동들의 아이들을 구분짓고 서로를 질투하게 한다. 슬프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어디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그게 더 슬펐다.
당연한 듯 차별과 경멸과 부모로부터의 외면을 받아들이는, 그 모든 불행보다 손안에 놓인 행복에 감사하는 주인공은 얼마나 대단한지. 그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선택했음을 알고 그 결과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이 남자가 어디 평범한 소시민이냐. 누가 그럴 수 있겠냐고. 왜 끼리끼리 놀아야 한다고 하고, 왜 재벌2세와 결혼한 탈렌트가 이혼을 하는데. 그런 것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냐? 견디기 힘들기 때문 아냐? 자신이 선택했지만 그래도 견뎌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 않냐고.
미야베 미유키는 항상 그런 사람을 그린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멸을 받지만 그것을 담담하게 이겨내고, 소수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작은 영웅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이 작은 영웅의 다음 이야기가 얼른 보고 싶다.
그렇지만 역시, 사토미와 리코가 이렇게 일그러져 버린 채, 다시 되돌아오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버린 게 좀 아쉽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실제로 그렇게 일그러져 버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법이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면, 이 따스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결론을 내주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씁쓸한 결말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 자매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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