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의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 갤리온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발칙한 한국학도 재밌게 읽었었다. 이 떠돌이 아저씨는 다양성,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을 최고로 치는 멋진 아저씨라고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눈살을 찌푸릴 부분들을 좋은 면이라고 생각하는 독창적인 면도 있다. 안그래도 획일적이었는데 더 획일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을 보며 통탄을 하는 그의 모습이, 좋아라 세계화하고 있는 한국을 보며 아이고, 아이고, 하고 흥분하며 난리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이사람은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은 나랑 좀 다른 듯 하지만. 나는 지금 변화하는 모습에서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다. 온갖 나라의 것이 모여들어 잡탕이 되는 건 왠지 좋다. 나는 좀더 이 나라가 잡탕 찌개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인사동의 옛가게들이 없어진 건 아쉽지만 이상하게 생긴 건물들이 생긴 건 괜찮다. 네모반듯한 건물이 아닌 게 여러 개 생기는 게 좋다. 낡은 한옥 투성이인 가회동에 사람들 발길이 닿는 게 좋다. 조금 우리 동네가 아닌 것 같아 쓸쓸하기도 하지만...(고향에 10년만에 돌아갔는데 너무 많이 바뀌어서 길잃은 사람의 기분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그런 만큼 종로가 강남화 되는 것은 나도 반대다. 종로는 종로대로 다운타운스럽게 남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길가기 불편할 정도로 다닥다닥 모여있는 노점상, 뒷골목의 작고 허름한 식당들, 천박해보이기까지 한 네온사인, 군데군데 끼어있는 오래되고 고아한 흔적... 르메이르 따위가 세워져서는 안된다는 것에 100% 동감이다. 종로 토박이로서 하는 말이다. 그건 종로가 아니다. 이 동네는 촌스러운 게 어울리는 동네다. 르메이르같은게 쑥쑥 올라가면서 노숙자 아저씨들이 더 늘어난다. 둘이 꼭 연관관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제는 성장했는데 일인당 국민소득은 왜 떨어진 걸까. 작은 가게들이 쫓겨나고 르메이르처럼 커다랗고 획일화된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돼서 그런 건 아닐까. 작은 가게를 하던 아저씨들의 길거리로 나앉게 된 건 아닐까. 월세내가며 장사했을 텐데, 그럼 이사비용밖에 못받았을 텐데. 도대체 어디로 가라고. 그 뒷골목에서 장사하던 거랑 지하 아케이드에서 장사하던거랑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냐. 아아. 우울해. 나는 세키구치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만다. 이 아저씨 화낼 만 하다. 잔뜩 열 받아서(여자친구한테 차인 분까지 포함해서) 열심히 글을 갈겨 썼다. 어쩐지 정말로 이 나라를 사랑한 모양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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