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켄지와 제나르 시리즈. 나는 이게 시리즈 중 두번째로 보는 거지만, 사실은 이게 네번째 작품, 그리고 비를 바라는 기도가 다섯번째 작품이란다. 하드보일드다운, 거칠고 암울한 세계가 농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비를 바라는 기도에서는 뻥뻥 터트리고 악당 아지트를 쳐부수고, 어쨌거나 정의가 승리할 가능성을 보여주긴 하지만(켄지가 정의라면 슬레이어즈의 '리나'도 정의겠지. ㅡ,ㅡ;;) 이번 편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이는 행복한 삶을 빼앗기고 다시 황폐한 삶으로 돌아왔다. 뭐 다음 편에서는 다시 만났지만, 켄지와 제나르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헤어졌다. 아, 이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었다고. 사회가 나쁜 거야 따위로 말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진정으로 아만다를 위한다면 헬렌을 돌봐줘야 하는 거라고. 헬렌으로부터 아만다를 빼앗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헬렌과 아만다를 함께 품었어야 한다고. 아니면 최소한 보모를 두던가. 그 오빠 라이오넬 얘기다. 혹은 아만다만 데려간 누군가 얘기다. 빌어먹을.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한도내에서라면 헬렌은 어린애나 다름없다.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상담을 받고 정기적인 치료와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환자다. 어린애한테 어린애를 맡겨 놓고 뭘 바라지? 기껏 돈푼이나 던져준다고 어린애가 그걸로 뭘 하겠어. 헬렌은 어른이 아냐. 멍청하고 바보 같긴 하지만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 이미 그렇게 자라버렸는 걸 어떻게 하겠냐고. 그러니까 헬렌을 확 죽여버리거나 돈푼이나 쥐어주고 정신병원에 감금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함께 살며 책임을 지는 수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환자를, 그냥 방치해두고는 왜 제대로 못하냐고 비난하는 건 뭐야. 그 아이가 저지른 뒷수습만 할 생각 말고, 그 아이가 그렇게 일을 저지를 때까지, 내버려두는 사람들이 오히려 비난받아 마땅한 게 아닐까? 왜 그냥 돌아나와. 뭔가 허전했다. 결국 헬렌은 어른이니까. 무시하는 것뿐이잖아. 어른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고 방치했던 거야. 사실 내 생각에 헬렌은 '어른'이 아닌데. 미국이라 그런가. 물론 힘들기야 하겠지. 그래도 이런 저런 꿍꿍이로 아이를 빼돌리려드는 것보다는 쉬울 것 같은데. 똥 오줌 치워줘야 하고 욕지꺼리를 일삼다가도 자기 한 짓을 새까맣게 잊어먹는 치매환자도 아니고. 라이오넬이야 평생 돌보기만 하다가 지쳐서 그랬다고 쳐. 그럼 다른 애들은 뭐냐. 아만다는 귀엽고 어리니까 돌봐주고 싶고, 헬렌은 다 커서 징그럽고 마약이나 해대니까 성가셔? 무슨 새끼 고양이 키우다 크면 징그럽다고 갖다버리는 것 같은 사고방식이냐! 아만다도 이대로 크면 헬렌처럼 된다고! 그걸 잊어버린 거야? 헬렌이 아만다처럼 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잖아.
폭력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모르는 거'니까 누가 옆에서 계속 지켜봐줘야 한다. 한마디로 아만다를 돌봐주고 싶다면,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아만다를 지켜주고 싶다면, 그 정성으로 헬렌도 돌봐줘. 왜 그걸 못하냐?
혼자서 자꾸 투덜거려본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둘다 돌봐줄 자신 없다. 사실 난 어린애도 돌봐줄 자신 없다. 그래도 어린애를 돌볼만한 여유가 있고 마음이 있으면 헬렌도 돌봐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끝나면 안되는 건데...

추가. '가라 아이야 가라'라는 제목. 여기저기서 말이 많았는데, 이해도 되지만 안되기도 하는 듯.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아이보고 떠나가라고, 도망치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사라져서 안타까운 그 느낌이 안 산 것도 같다. 슬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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