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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교과서 파동
윤종영 지음 / 혜안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1980년대 일어났던 국사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소위 재야측을 주축으로 하는 사학자들의 대대적인 이견 제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국회 공청회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당시 사회적인 핫이슈였다. 당시 재야 측에서는 국사교과서의 내용 중 대부분이 일제에 의해 세워진 식민사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륙백제, 고조선의 요동 중심설, 한사군 부정 등이 대표적인 주장이었는데,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를 확실치 않은 사안이라 국사교과서에 정설로 기록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재야 측은 국민적 여론을 이용하여 학계의 학자들을 식민사학자들이라고 매도하였다.
지은이는 당시 국편의 편수관으로 국사 교과서 파동에 관한 내용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꽤 오래 전의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현재에도 진행중인 강단사학과 재야사학간의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교과서의 수록 내용 또한 그렇다.
재야 측의 주장은 대부분 민족주의 사학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반일감정, 애국을 내세우는 민족주의를 통해 민중에게 큰 지지를 얻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족주의 사학이라는 것은 식민주의 사학과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둘 다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므로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이고 다른 한쪽은(+)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역사를 교육하는 목적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기르고, 애국의식을 고취하며, 민족적 자긍심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일제 시대의 민족주의 사학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현재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가운데서 역사가 주는 교훈과 함께 한 사회의 정체성을 파악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족을 내세우는 재야사학의 주장은 약간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갈등 상황 이외에도 국사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이 어떻게 결정이 되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