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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여왕들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9
조범환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리 역사의 여왕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우리 역사의 여왕들이라 하면 신라시대에 있었던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이 역사 전반을 걸쳐 유일한데 이들은 모두 신라시대에 존재했다는 특성이 있다. 여왕은 왜 신라시대에만 존재했을까. 이 책에서는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은 어쩌면 신라의 모계사회적 전통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모계사회적 전통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그 영향을 미쳤는데, 어쩌면 이것은 신라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왜 여왕이 없었을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구려, 백제 / 신라는 그 원류가 상이하다. 고구려, 백제가 북방 계통인데 반하여 신라는 남방 계통이기 때문이다. 모계적 전통 이외에도 각 시대적 상황에 따른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는데, 모두 특정 집안에서 왕위를 독점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여왕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여왕이라고 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진성여왕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의 혼란상은 진성여왕의 전적인 실정이라기보다는 무너져가는 신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진성여왕이 특별히 선정을 베푼것은 아니지만 선왕이나 그 이후의 왕들과 비교해 볼 때 특별히 실정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또한 여자이면서 여러 화랑들과 노닥거린 것, 그리고 숙부인 위홍과 놀아났다는 것을 드는데 이는 지극히 유교적 윤리로 바라본 결과이다. 남자 왕은 여러 여자들과 노닥거려도 되고, 여자는 안된다는 것인가. 남자 왕들도 여자들과 노닥거리면 음행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진성여왕의 경우에는 오히려 신라의 핵심세력인 화랑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리하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틀린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여자라고 해서 남자보다 못하다, 아니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본인은 남자이며, 그렇다고 투철한 여성주의자도 아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객관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