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윌리엄이라는 수도사가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추리소설의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또다른 진가는 추리소설로서의 구조가 아니라 중세 수도원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서양 중세에 대해 다룬 역사서 중에서도 이 책만큼 수도원과 종교분파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룬 책은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하였다. 물론 그와 같은 것들로 인하여 자칫하면 추리소설로서의 구조가 묻히거나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추리소설과 함께 이 책은 중세 수도원의 삶을 자세히 보여주는 역사소설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 둘 다 놓치게 된다는 통설과는 달리 나는 이 책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