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문예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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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할 수 없는 삶을 위한 사회적 경제

양솔규(회원)

출처 : 평등사회교육원 <함께하는 품> 제30호  2017년7월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우석훈/문예출판사/14,800원/2017년5월



《함께하는 품》이 벌써 30호를 발간한다. 많은 사람들의 땀과 희생이 없었으면 이루지 못했을 결과물이다. 100쪽이 넘는 분량을 유지하면서 한 호 한 호 내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박근혜 시대에 우리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때론 정세를 꿰뚫는 논문이 실리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의 필진들이 세태를 분석해 주기도 하며, 회원들의 일상사가 담겨 있기도 하다.

오랜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대통령도 탄생했다. 지금까지의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그만큼 이전 정부들의 ‘적폐’로 인한 피로감이 상당했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은 더더욱 ‘불황’의 터널에 막 진입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작은 한국의 내수경제는 글로벌 불황에 막혀 있고, 수출산업들은 격해진 글로벌 경쟁과 중국의 수정 전략,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인해 압박 받고 있다. 바야흐로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겪었던 ‘장기 불황’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이러한 외적 조건 때문에 피폐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오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티아 센(Amartya Sen)은 1980년대 초 아프리카 대륙을 덮친 가뭄과 대규모 식량부족 사태를 ‘민주주의’의 유무에 따라 분류해 분석했다. 군부독재 하에 있던 에티오피아는 GDP의 46% 국방력에 충원했고 그 결과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아사(餓死)했다. 반면, 보츠와나는 에티오피아보다 더 단위생산량이 낮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다. 정부가 직접 식량을 통제하고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줬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이라는 조건은 물론 구조적 제약이기는 하지만,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제약은 아니다. 부동산에 묶이고, 사교육에 묶여 있는 막대한 부(富)는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신자유주의가 싸지른 ‘똥’을 치우는 (속죄의) 기간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씨 뿌리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2015년1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 및 회의

어찌 되었든,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모르는 ‘불황’의 ‘터널’로 들어선 지금, 사람들의 불안감에 화답한 책이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쓴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가 그것인데, 이 책의 부제는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이다. 요약하자면, ‘불황 10년’의 시기에 들어선 한국 경제에서 ‘생존’, 즉 살아 남기 위해, 삶의 조건이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년 10월에 발간된 전작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2016년10월)을 통해서는 청년들을 특화해서 ‘생존’의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일반적인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책 제목의 ‘좌우’를 넘어선다는 언급은 뜬금없다. 오히려,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사회적 경제’ 라는 식의 제목이 더 어울린다. 아무튼.)



전후 30년 ‘대압축의 시대’, ‘전후 호황’이 지나간 후, 미국의 뉴 이코노미, 동아시아 위기, 한국의 IMF 경제위기, 급기야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 노멀 New Normal’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협동조합도 그랬고, 다른 사회적 경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려울 때 이러한 ‘연대’의 ‘경제공동체’를 떠올리곤 했다. 말하자면 ‘가난 위에 피어난 꽃’이 사회적 경제이다. ‘L자형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장’과 ‘국가’에 기댈 수 없으니,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가 꽃피는 것이다. 물론 ‘시장’과 ‘국가’처럼 익숙하지는 않다. 그러나 점점 더 ‘사회적 경제’는 우리 곁으로 한 발자국씩 다가오고 있다. IMF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김대중 정권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했고, ‘자활급여’라는 항목이 포함되었다. 많은 실업자가 양산되던 시기, 자활센터들이 생겨났다. 생협법이 제정되면서 생협에 대한 제도적 정비도 이루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는 ‘사회적 기업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고용 없는 성장이 회자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암묵적 동의가 퍼져 나갈 때였다.




 


사기꾼 이명박은 ‘광우병 데모’ 행렬에 자리잡은 ‘생협’의 깃발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그리고는 바로 세계 금융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임기 후반,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다.

한국 생협 조직의 변천

박근혜 시기, ‘배신자’ 유승민이 발의한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레이저 광선으로 인해 통과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사회적 경제와 관련해 아무 것도 만들지 않은 정부가 박근혜 정부다. 가만히 있어서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분명하지는 않다.



저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이 ‘무작정 창업’하기보다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전환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1%에 불과한 사회적 경제의 비중을 적어도 3% 이상으로 늘리고(유럽은 10%), 커져야 ‘경제 휴머니즘’이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적 형태로서 그는 다양한 예를 제시한다. 아파트 협동조합(주택 협동조합)을 통해 값싸고, 실용적인 주택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매입형 임대주택 정책과 주택협동조합을 연결하는 방식도 제시한다. 반려동물 병원과 반려동물 보험 같은 새로운 영역도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에너지 사업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태양광 시공은 사회적 기업이 맡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업무는 협동조합이 맡을 수도 있다. 그밖에 로컬푸드 활성화와 (개신교) 교회 내 생협 매장의 확산 등도 지역경제를 살리는 바람직한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저임금 일자리’로서의 사회적 경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그는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회적 경제’, ‘사람 중심 경제’ 등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개인(의 배신감?)으로 인해 막혀 있던 ‘사회적 경제’의 물꼬가 트이면서 법적, 제도적 조건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기가 준비기였다면, 도약의 ‘티핑 포인트’는 눈앞에 성큼 와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별로 1본부 1사회적경제 단위를 주도해 만드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까? IMF 때와 마찬가지로 코너에 몰린 사람들, 특히 청년과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지탱해주는 사회적 보호막이 절실하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례는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더 읽어볼 책>
《협동의 경제학》
정태인/레디앙/15,000원/2013년4월


<참고>


사회적 경제에 관한 2009년 2월 19일 유럽의회 결의문
(European Parliament resolution of 19 February 2009 on Social Economy)

*총 48개항 중 일반적인 사항인 1~5항까지 소개한다.

1. 유럽 경제에서 사회적 경제는 사람을 우선에 놓는 민주적 가치를 가진 경제의 하나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환경적, 기술적 혁신을 지원하면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익성과 연대의 조화를 이루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경제적, 지역적 결합을 강화하고,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고, 시민들의 활동을 촉진한다.
2. 사회적 경제는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를 강화하는데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모두 중요하다.
3. 사회적 경제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발전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경제 관련 기관의 특수성과 풍부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적절한 정치적, 입법적, 경영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4. 사회적 경제 기업은 일반 기업처럼 똑같은 경쟁의 규칙을 적용받아서는 안 된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일반 기업과 동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특수한 가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
5. 현재 경제에는 주주의 감시나 규제 기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기업이 존재하며, 이들로 인해 금융시장은 투기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은 금융시장이 투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오기오타>

-27쪽 4줄 : 평형 => 평영

-68쪽 8줄 : 4.19 => 5.16

-85쪽 아래서5줄 : 금화을 => 금화를

-169쪽 2줄 : 부모의 뜻와 => 뜻과

-174쪽 14줄 : 협동자합인 => 협동조합인

-225쪽 아래1줄 : OECE => OECD

-282쪽 5줄 : 얼마큼 => 얼만큼


통계가 작성된 지난 6년간, 한국 중산층의 부채 증가율이 109.2퍼센트다. 무시무시한 수치다. 후보 시절에 박근혜가 ‘중산층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런 희망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149쪽

주식회사와 달리 사회적 경제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이 의사결정의 문제다...의사 겨정은 어렵다. 규모가 커도 어렵고, 규모가 작아도 어렵다.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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