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위한 실험 - 유럽연합의 유연안정성 모델과 비정규직 지침 우리시대 학술연구
조돈문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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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함께하는 품> 26 (2016년9월)

양솔규(회원)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위한 실험》
조돈문/후마니타스/25,000원/2016년8월


조돈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천적이고, 부지런한 연구자이다. 불과 4-5년 전 쯤에 한국 노동운동과 관련하여 두꺼운 논문집 두 권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을 낸 바 있다. 그뿐 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먼 나라들이지만, 전세계 진보좌파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두 나라, 브라질과 베네주엘라에 대한 책 《브라질에서 진보의 길을 묻는다》, 《베네수엘라의 실험》을 출간했다. 게다가 스칸디나비아학회장으로서 스웨덴 노동운동, 사회정책 등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리고 조돈문 교수는 올 여름, 다시 두꺼운 논문집 한 권을 내놓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위한 실험》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시도한 유럽연합의 실험을 연구한 책이다. 유럽은 영미형, 북유럽형, 대륙형, 지중해형 모델 등 다양한 시장경제 모델이 혼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안정성 균형’ 노동시장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각 국에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유연성과 안정성의 교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의미한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두 개를 교환하면서 수립된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해 진전된 유연성에 사후적으로 사회적 규제를 부과하며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립된 것이다. 즉, 유연안정성 모델의 추구는 유연성보다는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특히 유연성과 안정성 모두 높은 북유럽형 모델의 대표적인 나라 스웨덴과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사회보장 체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는 황금삼각형을 지닌 덴마크를 주요 모델로 했다. 이러한 모델은 미국식 자유 시장경제 모델과는 다른 방향의 ‘유럽식 사회적 모델(리스본 전략)’로,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 수렴론’을 기각할 수 있는 강력한 실천적 근거로서 주목받아 왔다. 이러한 리스본 전략은 저자에 의하면 일단 ‘제한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유럽연합 내 자본은 이러한 모델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지지했던 반면, 노동은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가 유럽연합 집행이사회가 유연안정성 모델을 최종 확정하자 ‘비판적 수용’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유럽 노총)의 우려는 유럽연합 ‘집행이사회’에 비해 비교적 유연성에 우호적인 ‘집행위원회’에 대한 우려, 회원국들의 내적 역학 관계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합의하에 확정되었고, 최종적 철회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에, 유럽 노총은 효율적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평생 학습 제도, 관대한 사회보장체계 등의 원칙을 가지고 ‘비판적 수용’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단시간 노동 지침과 기간제 노동지침은 비교적 빠른 시기(1997, 1999년)에 합의했지만, 파견노동 지침은 2008년 12월 파견 노동 지침을 공포하기까지 3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비정규직 사용의 허용 자체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비정규직 지침들은 안정성을 위한 최저 기준으로 수립되었다. 파견노동 지침은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수립되었다. 파견 노동자들의 동등 처우 비교 대상을 동종 파견업의 파견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 업체의 직접 고용 노동자로 설정했다. 유럽연합의 유연안정성 노동시장 정책이 각 나라에 적용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대척점에 서 있는 두 나라(스웨덴/스페인)와 같은 모델이나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두 나라(덴마크/네덜란드)에 대한 상세한 분석도 들어 있다.

조돈문 선생이 유럽연합의 시도를 분석한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우리 노동시장의 과잉된 유연성과 이를 뒤바꾸지 못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답답한 현실 때문이다. 조돈문 선생은 지난 2012년에 펴낸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매일노동뉴스)에서 격렬하고 헌신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주체형성에 실패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당분간 ‘장기적 관점’에서 ‘유연한 전략’을 구사해 요구조건의 완전쟁취보다는, ‘조직의 보전강화’와 ‘운동주체 형성’을 목표로 두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투쟁 속에서 한국 노동운동이 쟁취하고 마련해야 할 각 국면의 ‘마지노선’으로서의 ‘제도적 장치’들을 고민하기 위해 유럽의 ‘유연안정성 모델’을 연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돈문 선생은 이 책의 말미에 ‘유럽연합의 실험과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함의’를 설명하고 있다. 첫째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과 안정성의 교환이 아니라 ‘유연성 억압’과 ‘안정성 강화’를 통해 유연성-안정성의 균형을 수립하는 정책적 개입이 절실하며, 둘째, 가장 큰 과제는 전체 피고용자의 절반 이상을 점하는 비정규직의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셋째, 한국에서는 노동력 사용의 유연성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주로 ‘사업체 단위’로 집행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시장 단위’에서 유연성과 안정성 균형을 이루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스웨덴에 대한 맥락적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넷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비정규직의 고용 보험 적용률을 크게 확충해야 하며 추가적 재원은 사용 업체들이 부담해야 한다. 다섯째,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전체 노동시장 수준에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
450쪽의 방대한 논문집임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잘 간추릴 수 있다. 아래의 책도 같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더 읽을만한 책>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미셸 알버르/소학사/1993년10월/6,000원
『한국고용체제론』/정이환/후마니타스/2013년8월/17,000원
『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1,2』/윤진호 외/한울/2010년,2012년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캐쓸린 씰렌, 신원철 역/모티브북/2011년12월/25,000원

 

 

한국 노동시장은 안정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제어되지 않는 유연성 과잉으로 인해 유연성-안정성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성과 안정성의 교환이 아니라 유연성 억압과 안정성 강화를 통해 유연성-안정성의 균형을 수립하는 정책적 개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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