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뉴스의 나라 -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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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함께하는 품> 26 (2016년9월)

양솔규(회원)

 

 

《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한빛비즈/13,000원/2016년5월


 

어느 날 JTBC 토크쇼 <김제동의 톡투유>에서는 ‘뉴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패널로 나온 사회학자 노명우는 “뉴스는 매우 근대적인 현상이다. 뉴스가 진실을 보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진실은 매우 다른 것이며, 무엇을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진실을 감추기도 한다. 극단적인 정보 불균형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언론만큼 이에 부합하는 나라도 없을 듯하다.


이번 지진만 해도 그렇다. 2009년 소방방재청의 용역 연구 결과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이 이미 나온 바 있지만, 정부는 공청회 등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 활성단층 위에 원전을 짓고, 방폐장을 짓고, 초고층 건물들이 올라가 위험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도,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만 믿는 우매한 국민들 뒤에는 ‘나쁜 뉴스’들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광우병 수입산 소고기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그러난 이를 역으로 ‘언론 장악’의 계기로 활용했다. ‘이명박근혜’ 정부 10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언론 노동운동은 약화되었고, 7-80년대를 방불케 하는 ‘해직기자 전성시대’가 되었으며, 방송 시사다큐는 질식사 당했다. 한편 핸드폰과 SNS 등을 통한 ‘뉴미디어’(?)의 발달 등은 언론 환경을 급격하게 바꿔 놓았다. 조간신문을 펼치고, 전날의 뉴스들을 일별하고 난 후 일과를 시작하던 풍경은 이제 생소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언론 환경은 엄청나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와 ‘질’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저자 조윤호는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이렇게 달라진 언론 환경과, 나쁜 뉴스로 가득한 우리 언론의 민낯을 꼼꼼하게 드러낸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한자리에 앉아서, 정해진 시간을 투자해서 뉴스를 보지 않”지만(292쪽), 나는 뉴스와 언론에 대한 저자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뚝딱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은 깔끔하고 흥미롭게 우리 언론의 처지를 설명해 준다. 아마도 저자가 <미디어오늘>이라는 매체비평지의 기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급격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권력과 자본에 “뉴스 유통이 장악된 시대, 변화한 유통과 소비 구조에 걸맞은 대안적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대안 언론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330쪽) 말한다. 이러한 역할은 소비자들보다는 기자들이 맡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언론인들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언론인들의 뒤에는 수많은 뉴스 소비자들이 있다. 그들이 ‘뉴스’를 읽어주고 유통시켜 줘야만 대안 언론의 토대가 튼튼해 질 것이다.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제대로 읽어야” 언론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읽는’ 능력은 자연적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윤호의 《나쁜 뉴스의 나라》는 대한민국에서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민을 위한 초급 미디어 교과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저자 조윤호는 말한다. 제발 “제대로 된 독자들의 외압”을 원한다고. “제대로 된 핑곗거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안티조선운동”과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 이후 주목받던 ‘언론 시민운동’은 없었던 듯 하다. 우리 언론 환경을 꼼꼼히 따져보고, 시민들이 스스로 언론개혁과 언론생산, 언론유통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노력들이 더 필요한 시기임에도 말이다. 알고 나서 실천하면 된다. 일단은 우리 스스로 좋은 언론 소비자(독자)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기사를 제대로 읽고, 맥락을 살피고, 나쁜 기사를 가려내는 법을 알아야 노예의 바닥에서 주인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다.

JTBC와 손석희, 삼성과 중앙일보, 허핑턴포스트와 고양이 뉴스, 페이스북과 포털사이트, 찌라시와 보수-진보 신문, 뉴스가치와 의제설정, 프레임, 사실과 진실 등 다양한 주제들이 이 책에 빼곡이 들어 있다. 조합원들 또는 학교, 직장, 마을 동료들을 대상으로 <나쁜 뉴스의 나라 저자 강연회>를 해도 좋을 듯하다. 보다 생생한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미디어의 힘은 보도하지 않는 데 있다”(151쪽)는 생생한 사례를 더 보고 싶다면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인물과사상사, 2016년8월)을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 앞의 책 저자인 조윤호의 동료 기자들이 함께 저술한 책이다.

"우리가 그들의 핑곗거리가 되자"고 다짐한다.
기사 삭제 요구에 시달리는 언론들로 하여금 "이러면 독자들한테 욕먹는다"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 달라는 말이다.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제대로 읽을수록 언론은 발전한다. 권력의 정점에 소비자가 있는 것,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검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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