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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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없는 길을 간다!  <더 로드 the Road>(코맥 매카시,2008, 문학동네)

 

양솔규 블로그 : http://blog.naver.com/dohwasun

 

 

지루하다. 아버지와 아들의 기나긴 여정은.

식인의 추적을 피해 가고자 하는 고단한 여정은 당연히 조우를 배제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완전히 파괴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 탈출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막연히 남쪽, 바다를 상상할 뿐이다.

하지만 그 바다는 최종적으로 검은 절망을 안겨준다.

아버지는 죽는다.

아들은 살아남아 다른 어느 가족과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최근의 영화와 소설 등에서 다루는 '파괴 이후'를 다루는 그 흐름에 같이 서 있다.

 

영화 <해프닝>,<나는 전설이다> 등과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더이상 80-90년대 식으로 세상의 종말을 막고자 하는 과정을 영웅을 등장시켜 그리지 않는다.

역자가 지적하듯이 <더 로드> 역시 배경이 세계가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 자체'가 아니라, 파괴된 '이후'의 세계이다.

무엇이 이러한 끔찍한 묵시록적 상황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과감한 생략'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바는 과거미래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다.

 

그 결말 역시 희망적으로 말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이 책의 결론, 식인을 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을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희망을 말할 수는 없다. 마치, 영화 <미션>에서 탈출을 감행하는 원주민 아이들로 제국주의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 더군다나 이 새로운 가족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역시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길에서 만난 노인이 말한다.

 

이런 때에는 말을 적게 할수록 더 좋은 거요. 무슨 일이 일어났지만 우리가 살아남아 길에서 만난 거라면 우리는 할 말이 있을 거요. 하지만 우린 살아 남은 게 아니오. 그러니까 우린 할 말이 없소.(195쪽)

 

바로 이것이 파괴된 세계의 진정한 비극이다. 살아 남았으되, 살아 남은 것이 아니라는 점.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쨌든 2005년과 2006년 1년 상간으로 나온 현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의 작가와 포르투갈의 작가가

완벽하게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침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여기에는 죽음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고 죽음도 얼마 가지는 못할 거요. 죽음이 길에 나서도 할 일이 없겠지. 어떻게 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죽음은 이럴 거요. 다들 어디로 갔지? 그렇게 될 거요. (197쪽)

 

 

주제 사라마구나 코맥 매카시가 보여주는 바는 소설의 스케일이 단순히 책의 두께나 등장인물의 수로 켜켜이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소설이 상상력의 산물인 만큼, 독자의 상상력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발휘되는 증폭되는 것 같다. 또한 소재의 묵직함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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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은 후 영화 <더 로드>를 보았다.

책 표지에 등장인물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상상한 정도의 그림이 나왔다.

아버지 역할을 맡은 '비고 모르텐슨'은 체중감량과 수염 때문에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반지의 제왕>에 나온 아라곤이더라.

요즘 읽고 있는 주제 사라마구의 <돌뗏목>에 보니, 아라곤은 또한 스페인의 북동부 지방 명칭이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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