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만국가 - 노동 희소 사회, 알바 공화국을 위해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24년 11월
평점 :
‘노동 희소 사회’를 맞는 우리의 자세
『천만국가』 / 우석훈 / 레디앙 / 2024년11월
양솔규 노동사회교육원 운영위원

출처 : 부산노동권익센터 <부산 노동자와 동행하다> Vol. 30 (2025.12.)
이틀 전 인상적인 뉴스가 여러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작년 12.3 계엄령이 내려지자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작성하고, ‘동료학생’ 577명의 서명을 끌어내었던 용인외대부고 학생회장이 하버드대학교에 합격했다는 뉴스다. 내가 주목한 것은 ‘국내파의 하버드대 합격’이라든가, ‘용기있는 시국선언’이 아니다. 합격 소감을 묻는 말에 “한국의 다문화와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고 답한 그의 패기이다.
약 20여 년이 넘는 동안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정당, 정치인 모두 나서 저출생 대책을 내세워 봤지만, 가시적 성과는커녕 실패만 거듭했다. 이제는 대답을 회피하거나 주먹구구식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난공불락의 문제를 고등학생이 장차 해결해 보겠다니, 그 패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과 그 친구들, 정환이, 선우, 택이 모두 돼지띠 1971년생들이다. 이들이 태어난 1971년 신생아수는 자그마치 102만 명이나 되었다. 합계출산율 4.54명.(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일 경우, 외부에서 이민자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일 경우, 외부에서 이민자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인구가 ‘상당히’ 감소한다. 이를 각각 저출산, 초저출산이라 부른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에 따르면,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출산율 저하의 책임을 아이를 낳는 주체인 여성에게 떠넘긴다면서 ‘저출생’이라는 용어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한다. 아무튼 2024년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48명이다. 충격적인 것은 서울은 0.581, 부산은 0.683으로 제1, 제2의 도시가 평균보다 더 밑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경기도 인구 적체 등은 서울의 고령화와 보수화와 함께 초저출산율을 낳고 있고, 부산은 청년 인구층 유출로 ‘노인과 바다’ 다운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60~67년생)와 제2차 베이비붐 세대(68~74년생), 70년대 중후반기 출산률 감소세대(75~77년생), 제2차 베이비붐세대와 에코베이비붐 세대의 중간세대(78~82년생, 전후세대들의 자녀세대)가 지나면서 본격적인 저출산 세대가 시작된다. 저출산 1세대(83~90년생: 60만명 대) 이후 일시적인 제3차 베이비붐 세대(91~94년생: 71만명 대)가 있기도 했지만, 저출산 2세대(95~99년생 60만명 대), 밀레니엄 베이비붐세대 (2000~2001년생: 63만, 55만명) 이후 저출산 3세대(2002~2007년생)에 이르러서 40만 명 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2016년 발간된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의 『정해진 미래』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구학적 관점을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시켰다. 더구나 이즈음부터 합계출산율은 1.1~1.2를 기록하면서 인구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던 시기였다. 아니나다를까 2017년, 2018년 출생아수는 35만 명, 32만 명으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27만 명으로 떨어진다. 지금의 초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출생아수가 이전에 비해 너무 적다는, ‘규모’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감소의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2016년 당시 조영태 교수는 산업의 구조와 사회변동을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다문화주의 이면의 ‘순혈주의’를 지우라고 권고한다. 두 번째로 인구대책을 ‘복지’ 차원을 넘어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자고 한다. 준만큼 받아가는 복지가 아니라, 국가가 먼저 ‘고용’과 ‘주거’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선순환 구조의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고 안정적인 한국을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비 같은 불필요한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고, ‘후속 세대의 질적 성장’을 위해 ‘기업이 당분간 희생’해야 한다고 본다. 세 번째로 출생아 수 45만 명을 유지하자고 제안한다. 2002년 이후 15년 넘게 출생인구가 40만 명대였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40만 명 대를 유지한다면, ‘인구변동’이 아니라 ‘안정적 인구유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255쪽) 그러나 그의 제안과는 반대로 2020년대의 출생아수는 20만 명대로 떨어지고 만다.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우석훈 박사는 『천만국가』에서 “연간 10만 명이 태어나고 기대수명이 100년인 조건이 장기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최종인구수는 1천만명 정도 된다”면서 잠재인구 ‘천만국가’를 가정한다. 스웨덴(1050만 명)이나 스위스(885만명) 정도의 인구수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도 출생아수 급감이 곧 총인구수의 드라마틱한 감소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다만, 1천만 명이라는 숫자가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보다 부각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스웨덴이나 스위스와 같은 나라들도 인구수는 적지만 강한 산업적 전통과 풍부한 문화다양성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이 ‘강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구의 ‘절대적 숫자’보다 ‘안정적 유지’에 있다. 반면 한국의 인구소멸의 ‘급격한 속도’는 예견되는 시장축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역량을 소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한 변동에 브레이크를 걸고 장기간의 안정기를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노동에 비해 자본이 부족한 ‘자본 희소 사회’였다. 노동력은 넘쳐났고, 대량투입, 대량생산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면서 사람을 막 대하는 문명이 만들어졌다. 돈은 적게 주고, 일은 많이 시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며 필요 없으면 버리고 가는 문화 말이다.
IMF 이후 심각해진 양극화-저성장은 경쟁을 가속화시켰다. 사람들은 결혼, 출산, 육아 보다는 당장의 생존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지방의 청년들은 대거 이동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강남불패-학벌사회는 공고해졌다. 성별로 분할된 고용조건, 노동조건 역시 우리 사회의 특징 중 하나다. 학령인구가 줄었는데도 학교에서의 경쟁은 점점 더 강화되었다. 급기야 4세 고시, 7세 고시, 영어유치원 등, 영유아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는 2024년 OECD 조사대상 22개국 중 최하위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후 행복한 가정을 꾸릴 동기를 갖게 될까? 여성들은 어떤가? 최근 5년 간 우울증 진료건수는 20대 여성, 30대 여성이 다른 세대, 남성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증가 추세 또한 압도적이다. 가임기 여성들의 처지는 성차별적 고용경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저자는 “차별 받고, 고통 받을 확률이 높은 환경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라고 묻는다.


극우주의자 아베도 죽기 전 “1억 총활약 플랜”을 추진하면서 인구 1억 명 유지(1억2천 인구에서 후퇴하더라도)를 위해 비정규직 임금 끌어올리기,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보육시설 확충, 고령자 요양원, 정년연장 등을 추진했다. 국힘-민주 집권이 반복되었지만 상황은 그대로이다.
스웨덴이나 프랑스 등 유럽의 정체된 출산율이 더 높아진 것은 육아의 사회화, 공보육제도 확충,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 등 때문이다. 덴마크 출신의 사회학자 요스타 에스핑-안데르센(Gøsta Esping-Andersen)은 『끝나지 않은 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초저출산율을 보이던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와 서유럽 나라들에서 다시 출산율이 반등하는 이유로, ‘성역할 방식의 변화’와 보다 ‘성평등적인 복지국가 구축’이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동 희소 사회’로의 전환기에 ‘자본 희소 사회’의 못된 버릇을 유지하는 한 국가소멸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을 환영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함께 키워 나가야만 그나마 1인당 국민소득은 유지하면서 강소국 위치라도 점할 수 있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저출생 문제를 이제 아무의 문제도 아닌 것에서 모두의 문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정해진 미래』 / 조영태 / 북스톤 / 2016년9월
『인구와 부』 / 조영태, 고우림 / 북스톤 / 2025년10월
『끝나지 않은 혁명』 / 요스타 에스핑 안데르센 / 나눔의집 / 2014년3월
EBS, <다큐멘터리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 2024 / Wavve 등에서 볼 수 있음.
이미 몇 차례 강조했듯이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야 하는 나라는 ‘알바들의 공화국‘이지 중산층의 나라 혹은 상속자들의 공화국이 아니다. 천만국가로서 안정성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저지선을 구축하지 못한 채 인구 천만이 되면 그건 그냥 망해가는 나라의 일시적 모습일 뿐이다. 작고 강한 나라가 아니라, 망해가는 작은 나라다. - P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