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음 / 책벌레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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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를 위하여 -실천문학사, 장석준, 황광우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 책벌레, 리오 휴버먼/장상환


잘 만든 교과서 하나, 열 조직 안부럽다 -《레즈를 위하여》,《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뷰 출처 :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2004년 8월호
http://www.ynlabor.net

양솔규 /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사무국장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장상환 역), 책벌레(2000년)


2004년 2월 27일, 미국의 저명한 맑스주의 경제학자 폴 스위지(Paul Marlor Sweezy)가 9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폴 스위지는 '빨갱이 사냥'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1949년 당시 미국 사회에서 좌파잡지 <먼슬리 리뷰> 창간을 주도했는데,《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의 저자 리오 휴버먼 역시 이에 함께 했다.

휴버먼은 PM이라는 노동자 신문의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국선원노조의 교육부장을 지내기도 한 미국의 대표적인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휴버먼은 매우 어려운 급진적인 내용을 쉽게 쓸 수 있는 재주를 지녔으며, 수많은 자료를 원용해 앙상한 가지가 아닌 풍성한 역사의 숲을 그려내는 진지함도 지녔다.

이 책은 1936년도에 나온 책이다. 벌써 68년이 지난 책이다. 그러나 역자도 말하고 있듯이 아직까지도 이 책의 효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시기 스탈린에 의해 왜곡된 역사발전 5단계설이니, 자본주의 이행의 도식적 설명을 달달 외웠던 경제사 학습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생생한 역사를 증언해주며, 현재를 돌아보게끔 한다.

조사 대상 129가구 가운데 96가구에서 16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일하고 있었으며... 이 어린이들의 절반이 12세 미만이었다. 그 중 34명은 8세 이하였고, 12명은 5세 미만이었다. 2-3세 어린이는 2명이었다...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 아닌가? 이 보고서는 선대 제도가 성행하던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의 상황에 대한 보고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인용문이 묘사한 조건은 언제, 어디의 조건이었을까? 시간: 1934년 8월, 장소: 미국 코네티컷 주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며 출현한' 자본주의의 역사는 현재도 되풀이되고 있다. 저자는 괴물과 같은 자본주의의 역사의 종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이에 대해 동인도 제도의 일화를 통해 설파하고 있다.

원숭이(자본가)는 코코야자 열매에 손을 밀어 넣어 설탕을 쥐고 주먹을 빼려고 애쓴다. 그러나 구멍이 작기 때문에 원숭이의 꽉 쥔 주먹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탐욕 때문에 원숭이는 파멸한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목표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한편으론 자본주의 이행의 경제사와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는 경제사 관련 도서임과 동시에, 중간중간 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쉽게 풀어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저작이다.

얼마 전 개봉된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연인이자, 유명한 멕시코 벽화운동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이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이 표지에 실린 그림 안에는 봉건제와 자본주의 이행, 성직자와 정치가, 제국주의자와 식민지 인민 모두가 등장한다. 표지가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매우 재미있는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출판사의 단조로운 편집과 글꼴은 다소 흠이기도 하다.

<200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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