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
김주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신간을 살펴보다가 자기계발류의 책은 잘 보지 않는데 저자의 이름이 낯익어 읽게 된 책. 기호학을 전공한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가 갑자기 왠 자기계발류의 책, 그것도 심리학에 가까운. 그 궁금함을 반으로 책을 읽었다. '회복탄력성'에 대해 한국일보 칼럼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다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접하는 것이다.

저자가 회복탄력성이라 명명하는 'resilience'는 그 동안 '탄력성', '심리적 건강성', '회복력'등으로 번역되어 사용된 용어이다. 저자는 어려움에서 적응적 상태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인 '회복'과 정신적 저항력의 향상, 즉 역경을 딛고 되튀어 오르는 성장을 뜻하는 개념인 '탄력성'을 합쳐 '회복탄력성'을 사용한다. 한 마디로 회복탄력성은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에 알맞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개인의 총체적 능력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어느 정도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매우 역동적이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며, 환경 요인과 문화, 교육, 개인의 노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이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케니만 교수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두 존재가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경험자아는 현재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로, 이 자아는 기쁜 일이나 쾌락을 즐기고 고통이나 괴로움을 피하려 한다. 한편 기억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이다. 그러한 회상은 이야기하기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두 자아의 판단은 대체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기억자아에 의해 의존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중요한 것은 기억자아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케니만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비교실험을 진행한다.)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 '기억하는 자아'의 문제다. 이 기억자아가 자신의 고난과 역경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1)자기조절능력(=감정조절력+충동통제력+원인분석력), 2)대인관계능력(=소통능력+공감능력+자아확장력), 3)긍정성(=자아낙관성+생활만족도+감사하기)이다. 책은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발전하는 과정, 앞서 언급한 세 요소를 축으로 한 세부적인 내용, 회복탄력성을 측정할 수 있는 설문문항지,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상담이나 교육 분야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학교에서 전인교육을 이야기할 때 도덕이나 윤리적 수준에서 이야기되는 측면들이 많은데, 회복탄력성 같은 요소들이 그 구체적인 내용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성찰없이 회복탄력성을 도입하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전인교육이 슬로건이 아닌 컨텐츠로서 무엇인가라고 할 때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제기다.  

대중서이기 때문에 편한 글로 쓰여져 있지만, 그저 우화와 비유로 점철된 자기계발서가 아닌 나름의 학문적 근거와 체계를 갖추고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카우아이 섬 연구를 통해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확립한 워너 교수는 가족을 비롯한 성장환경이 극도로 안 좋은 아이들 201명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종단연구 결과를 분석하면서 그 중 72명이 마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것 처럼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난 것을 주목하였다. 그 결과 그 아이들이 예외없이 지니고 있던 공통점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봐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서 아이가 언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한 번 쯤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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