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원작삼아 만든 영화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대개 원작과의 비교평가가 이루어지곤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는 영화는 많지 않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만을 관람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소설의 팬들에게 평가절하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그 만큼 문자 스토리를 시각적 스토리로 전환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녹녹치 않다.
앞서 포스팅한 <골든슬럼버>가 소설을 영화로 잘 요약했다면, <고백>은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잘 버무려 만든 영화다. 비유하자면 문체를 바꾸어 놓았다고 할까? 영화 초반부에 너무 과하게 스타일을 부려 영화의 도입부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는 몇 가지 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영화이기도)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마나미는 자신이 담임인 학급의 학생 2명, 범인 A와 B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것. 유코는 청소년법에 의해 보호받게 될 범인들에게 그녀만의 방법으로 벌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이후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뜻밖의 고백이 시작되는데……
중학생이 저지른 살인 사건과 여교사의 복수라는 충격적인 소재나 서로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살인과 복수를 하는 대결구도도 신선하고, 추리소설 구조로서의 이야기적 재미도 충분하다. 그리고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들이 챕터별로 각 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 속에서 녹여내는 인물들의 처지와 상황들은 이 소설과 영화를 살인과 법적 정의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로 나누지 않고 다층적인 이야기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14살 미만 청소년은 형법 41조에 의해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체포되지도 않는다'는 청소년법에 대해 '청소년은 (고의적인) 살인을 해도 용서받아야 하는 것일까?'라는 문제의식. 갈수록 흉악해 지는 일본의 소년범죄에 대한 현실 등은 미디어로서 가지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가치이기도 하다. (소설이 나오고 영화가 개봉되면서 일본에서 열띤 토론과 찬반양론이 진행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