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  

    

 

 

 

 

  

 

'온 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표지는 이 책을 각색한 영화의 주인공, 배우 '사카이 마사토'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영화에는 '올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스릴러'라는 수사를 달아놓았다. 출판사와 영화배급사가 '스릴러물'로 포장하기로 동의한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영화가 흥행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나마 고정층이 많은 '스릴러'에 초점을 맞추려 한 것 같고, 출판사는 영화개봉에 따른 홍보덕을 보려한 것 아닌지? 아무튼 붙여놓은 부제와 홍보카피가 무리한 설정은 아니지만 이 소설과 영화의 본질을 가리는 일이어서 많은 아쉬움이 든다.

이 작품이 겉으로는 스릴러라는 형태를 띄고는 있지만, 한 마디로 '청춘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릴러로 접근한 많은 이들의 실망한 평들이 떠 다니고 있다.)   

일본총리의 카퍼레이드에서 폭탄테러에 의한  암살이 일어난다. 총리는 즉사하고,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해 상황증거가 조작되면서 암살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JFK 암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 조작된 상황에 맞서 주인공은 도망치는 길을 택한다.  

헐리우드라면 '본' 시리즈를 찍었겠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이 도주를 통해 청춘의 기억들을 교차시킨다. 그 추억들은 주인공에게 도망칠 용기를 주고, 주인공의 가족, 친구, 주변인들의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이어준다. 공권력이 조작하는 그럴듯한 '이미지'에 속지 않고, 그 주변인들이 주인공을 도울 수 있는 이유는 과거의 두께, '청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다는 것. 사람은 신뢰와 습관으로 살아간다라는 친구의 이야기처럼. 단순히 이미지로 조작할 수 없는 인생의 주름 속에 감추어진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도망자의 삶이기에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주인공의 인생이 불행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푸르른 청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원할 것 같던 우정도 퇴색하고, 늘 함께 있을 것 같던 친구들도 일년에 고작 몇 번 연락이 닿을까 하는 거리에서 살아가지만. 청춘과 우정, 그 추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냐는 그 낭만을 말이다.  

영화의 중요한 소재로도 사용되는 <골든슬럼버>는 비틀즈가 해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만든 앨범 '애비 로드'에 수록된 곡이다. '황금빛 졸음'이라는 뜻의 이 노래는 폴 매카트니가 그들의 우정이 돈독했던 옛 시절에 대한 심경을 담아 만든 노래다.  

나의 경우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책을 읽었다. 책이 일본소설 치곤 제법 두께가 나가서 영화가 시간절약이 될 듯 싶었고, 영화의 컷을 표지에 사용하는 소설에 예전부터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재밌게 본 결과, 영화에서 생략된 내용들이 있을까 싶어 다시 책을 읽었다. 결론은 영화가 소설을 정말로 잘 요약했다는 것. 잘 요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영화로 볼 때 논리적으로 이음새가 느슨한 부분들이 있는데(배우들의 행동의 동기 등), 책으로 보면 좀 더 자세히 설명이 된다.   

결론적으로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와 소설을 즐겁게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영화는 주제와 느낌을 잘 전달해 주고, 책은 자세한 설명이 따라오는 것이 강점.
 

[사족]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옛 여자친구로 나오는 '다케우치 유코'는 다시 부활한 느낌. 일본에서 카라 팬덤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한 개그맨 '게키단 히토리'의 연기를 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역할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조커' 등으로 최고조로 향하고 있는 주인공 '사카이 마사토'. 사카이 만의 그 묘한 표정이 정말 매력있단 말이지.   

그리고 아래는 미국판, 일본판 표지의 모습. 미국은 역시 미국스러운 표지다. 리모트 콘트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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