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 -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의 영국 사회혁신 리포트
박원순 지음 / 이매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과 구멍난 복지를 대체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예산을 쏟아붓고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자들과 (예비)사회적 기업가들이 큰 폭으로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심도있게 참고할 만한 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동안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책들은 새로운 사회적 흐름이라는 트렌드로 소개되는 측면이 강해서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기 위한 개론서나 해외의 유명한 사례들을 편집해 놓은 책들, 또는 사회적 기업가가 자신의 활동내용을 에세이 형태로 기술한 책들이 거의다. 여러 책에서 중복적으로 소개되는 사례들도 그 이해가 깊어지기 보다는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고, 사회적 기업가들이 직접 저술한 책들도 교양서로 읽기에는 좋았지만 실용적으로 참고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 수준과 내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새로운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야마모토 시게루의 <사회적기업 창업교과서>나 박명준의 <사회적 영웅의 탄생>, 이번에 리뷰하는 박원순의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 등의 책들이다. 야마모토 시게루의 책은 (대학생이거나 막 졸업한) 예비사회적 기업가들이 실용적으로 참고할 만한 책이고(개인적으로 내용은 좀 아쉽다), 박명준과 박원순의 책은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상황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각 독일과 영국의 사례를 접근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을 수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편향과 왜곡이 일어나는 지점은 박명준이 <사회적 영웅의 탄생>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지나치게 국가가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과 '사회적 기업을 적용하는 영역에 관한 인식이 지나치게 고용 또는 경제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의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라는 책은 영국의 사회혁신과 사회적 기업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 환경에 대한 반면교사와 사회혁신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는 책이다. 영국의 사회혁신이나 사회적 기업 활동에 대한 지형과 흐름을 제법 파악할 수 있다는 것과 그 틀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사례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영국 보수당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강화하려는 정책적인 흐름, 보수당과 진보적 단체와의 정책적 협력, 협동조합이 오래 전부터 뿌리내려 있는 영국의 특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기업들, 아직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주거나 부동산과 관련된 사회적 기업 사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싹이 보이고 있는 디자인, 음식, 교육, 예술 등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 등. 대략 수를 세워봐도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 책에 소개하고 있는 단체와 사례가 6~70여개는 되는 것 같다.

이 분야에 민감하게 더듬이를 세우고 있는 이들에게는 알만한 내용들도 제법 포함하고 있지만, 이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더구나 저자가 직접 기관/단체를 방문하여 보고, 대화하고, 느낀 분위기와 인상은 단순히 정보에서 접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그 속의 풍경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지 아니한가?)    

[사족] 2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이 정도의 내용을 책으로 펴 낼 수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박원순 밖에 없다고 생각하다. 그 동안의 활동과 네트워킹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더구나 이 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그래서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나는 선례라는 것을 거의 무시하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이렇게 잘 이루어졌다는 것을 늘 듣고 싶어 안달이 나 있습니다. '선례'라는 '독재'에 나는 늘 맞섭니다. 나는 과거를 개선하는 새로운 것을 향해갑니다.  - 클라라 바턴 (본문에서 재인용)

 
   

 

   
 

그 위험성은 다음 정부가 어떻게 사회적 기업 운동을 이용하는 가에 달려 있다. 복지국가의 해체를 위한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인가? 사회적 기업과 지역 사회 소유권이 진정한 진보적 개혁의 길이 될 것인가, 아니면 공공 서비스를 돌이킬 수 있는 없이 약화시키는 길을 갈 것인가? 트로이 목마는 어디서든 드는 이야기다. 일단 훌륭하지만 좀 어수룩한 사회적 기업에 복지국가의 문을 열어주면, 사회적 기업도 곧 뒤에 있던 야만적인 큰 기업들에게 점령당할 것이라는 염려다.  -Clealyso 책임자 로드 슈워츠 (본문에서 재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