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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평점 :

"악마는 선량한 얼굴로 나타난다.
그리고 악의를 감춘 친절로 인간을 유혹한다.
매력적인 목소리와 따스한 손으로
방황하는 이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새 강대한 힘을 손에 넣는다.
그렇지만 선은 언제나 무력하다."
p. 85
고양이가 쥐를 죽이는 것이 본능인 것처럼, 본인의 살인도 본능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보다 힘이 약해 저항 할 수 없는, 동네에서 혼자 놀고있는 어린 아이를 죽이고, 더 잔인하게 사체를 토막내서 여기저기 버린 14살의 중학생이 있다. 우리는 이 살인마가 중학생이라도 악마라고 부를 것이다.
『속죄의 소나타』를 읽으면서 첫 장면부터 인상 깊었다. 비가 내리는 날 시체를 유기하는 한 남자가 있고, 그 남자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에 이 남자의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다. 이 주인공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이다.
"한 번 악당은 끝까지 악당이란 겁니까?"
p. 123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는 돈을 밝히는 변호사로 욕을 먹는데, 더 좋은 조건이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국선 변호사를 한다.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것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주인공인 엽기적인 살인을 했던 중학생이였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해 변호하는 국선 변호사에게 악마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과거에 악마같은 일을 저지른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면 미코시바에게 악마라 부를 수 있까? 그리고, 예전에 그의 과거를 몰랐을때처럼 그 앞에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살인자는 또 살인한다는 편견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형사가 나온다.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미코시바는 살인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소년이였는데, 소년원 수감중에 우연히 수감중인 한 소녀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그 매력에 빠진다. 그리고, 이 음악을 들으면서 자책하고, 자신이 한 살인을 통해 한 작은 소녀가 사라지고, 그 소녀의 미래가 사리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 본인의 살인때문이 생각하고 반성한다. 죄책감에 악몽에 시달린다.
"인생에 재미 그런 건 없다.
있는 건 열심히 살았는냐
아니냐 하는 것뿐이야."
p.284
그러던 어느날 그의 미래는 바뀌는 일이 생긴다. 소년원에서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여러가지 깨달은 것도 있었다. 그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은 담당 교관 이나미이다. 후회도 사죄도 하지 말고 대신 죄의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악마가 사람이 되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인생을 빼앗은 대가는 타인을 위해 사는 것으로 보상하라는 이나미의 말을 듣고 그는 변호사가 되길 꿈꾼다.
"자신을 감시하는 건 가슴에 있다"는 문구가 제일 인상 깊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죄를 짓고, 금전이든 징역이든 죄값을 치렀다고 해서 그 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미코시바의 어두운 과거 스토리와 현재 변론을 맡고 있는 사건이 치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스토리의 힘도 강하고, 흡입력 있고, 빠른 전개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읽으면서 계속 생기는 의문 때문에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 신선했고 소름 돋았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매력이 묻어난 작품이다.
『속죄의 소나타』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편이다. 주인공인 미코시바 변호사의 묘한 매력에 빠졌다. 어린 시절 죄를 짓긴 했지만, 진정한 반성을 통해 속죄하고 타인을 위한 삶을 선택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놀라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멋지고,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매력 넘치는 주인공이라 다음 시리즈도 기대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