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를 알게된 작품은 『분노』였다. 치밀한 묘사, 오키나와 여름 바다의 아름다운 표현,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표현, 숨이 조여오는 긴장감과 엄청난 반전과 명확하게 전달하는 메세지 등 책을 읽고 나서 너무도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 했다. 그리고, 이번에 큰 기대 속에서 신작도서 『다리를 건너다』를 읽었다. 몰랐는데, 요시다 슈이치는 다작을 쓴, 데뷔 20년이 된 작가였다. 다음에는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은『분노』와는 많이 다르다. 사실, 나에게 조금은 난해한 책이였다. 그러나, 책을 덮고, 몇번을 다시 보면서 생각해보니 작가의 메세지가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일들,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와 갈등이 나온다. 단편처럼 주인공이 3명이 나오고 각각의 상황에서 각자 처한 문제에 대응하거나, 순응해서 묻어두고 사는 모습이 나온다. 요시다 슈이치 특유의 치밀한 심리 묘사가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특히, 두번째 아쓰코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다. 이야기 속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쓰코는 도의원인 남편이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되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의원이 아닐까 의심한다. 또, 남편이 우연히 뇌물을 받는 것 같은 정황을 우연히 목격한다. 의심이 가지만, 드러내고 알아보지 않고, 아닐꺼라는 얕은 믿음과 바람이 섞인 생각을 한다. 아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누군가가 자기를 쳐다보거나, 비난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문제가 된 도의원의 가족이라서 이런 일을 겪는다 생각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다른 큰 사건이 생겨서 이 문제가 덮이기를 바란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인간의 심리 묘사를 시각화해서 잘 이끌어낸 것에 감탄했다. 인간의 저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잘못된 것을 보고, 사과하거나, 고치지 않고,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 문제가 자기와 연결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오는 회피, 다른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없이, 이 문제가 빨리 잊혀지게 다른 더 큰 사건 사고가 나길 바라는 마음을 보니 안타까웠다.


갑자기 70년 후의 미래 세계로 가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켄이치로는 2015년에서 2085년으로 넘어갔다. 그에게 미래인 누군가가 70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 미래의 모습은 어때 보이는지를 묻는다.


"물론 70년 전의 우리가 마음속으로 그렸던 유터피아는 아니야. 그렇지만 두려워했던 디스토피아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게 솔직한 감상이야.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그런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미래"

p.519


미래는 무지개빛이 될 수도 있고, 쟂빛이 될 수 도 있다. 그 미래는 만드는 것은 나의 의지인 것이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켄이치로의 미래는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그냥 그런 미래를 만난건 그가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니야. 난 당신 게 아니야. 나도 뭔가를 바꿀 수 있어.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자루의 펜으로도 세계를 바꿀 수 있어"

p.525


"....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부탁이니 그날 밤으로 돌려보내줘! 가오루코를 다시 한 번 만나게 해줘!"

p.529


우리가 겪고, 그냥 지나쳤던 작은 일들이 미래를 만든다. 이 작은 일들이 미래로 가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걱정이 있고, 혼란이 있고, 지난일에 대한 후회가 있다. 그 후회를 바로 잡지 않으면 미래는 그 후회되는 일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다리 건너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고칠 것, 사과할 것, 바로 잡아야할 것이 있다면 지금 하라는 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