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夜行) - 기묘한 이야기

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밤,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고요한 밤이 되면 바쁘게 보낸 하루도 잊고 차분해진다. 과거를 추억하며 행복에 젖기도 하고,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다가올 미래에 불안을 느끼기도 하며, 복잡하고 답이 없을 것만 같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밤에는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나는 밤을 좋아한다.

<야행>은 이런, 밤을 소재로한 소설이다. 교토의 천재 작가라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10년만에 나온 작품이다. 사실, 작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과 환상이 묘하게 혼합되어 있어서 난해하기도 하고, 평소 좋아 하지 않는 기묘하고, 몽환적인 이야기라서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봐서 읽는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러나, 내가 좋아 하지 않는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치밀함과 숨막힐 듯한 반전과 놀라운 이야기, 등 뒤가 서늘해지는 이야기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야행>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야기는 10년전 모임에서 밤의 축제인 '진화제'를 가서 행방불명된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모임의 멤버들이 10년만에 다시 모여서 '진화제'에 참가한다. 그중 한 명이 <야행>이라는 동판화관련 기묘한 일을 겪는다. 그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하면서 그 동판화와 연결된 각자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펼친다. 총 4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들은 야행열차를 타고 나서 내가 아닌 나를 만나거나, 나와 가까운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이상한 체험을 한다.

동판화는 이 책의 핵심이다. '야행과 '서광'이라는 작고한 화가의 연작 그림을 통해 주인공들의 기묘한 경험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그 화가의 유명한 그림중 하나인 '서광'이라는 작품을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서광'은 화가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낮에 전시한 '야행'을 다시 보러 밤에 갔을때 '야행'을 전시한 적이 없다는 이상한 말을 듣는다. 그리고,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화가는 죽은적이 없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야행'과  '서광' 어찌보면 영원한 밤과 단 한번뿐인 아침이라는 서로 반대 개념의 그림이 사실은 서로 다름이 아닌 '하나'라고 한다.

진실의 세계는 어디에도 없고, 세계라는 것은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무한한 확대라는 것이다. 모두가 사라졌다고 했던 사람이 나타나고, 죽었다고 했던 사람이 사실은 살아있고, 친구라고 생각한 아이가 사실은 나의 본 모습이고, 내 아내처럼 보이는사람이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내 아내인 묘한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는 낮은 왜 신비하지 않다고 생각하냐?, 우리는 낮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라고 반문했는데,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고, 우리가 보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밤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 책을 덮는 순간 내가 좋아했던 밤은 진짜 밤일까? 내가 좋아한 것은 무엇이였을까?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