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알 만큼 컸지만 거기에 편입되기는 거부할 만큼 젊은 나이,

생각을 이 세상 안에 가두지 않을 나이라 손은 우주에 닿는 나이인 손자 노아와

 

어른답게 굴라고 잔소리를 하던 사람들이 포기할 정도로 나이 먹고,

어른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을 만큼 나이를 먹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책이다.

나이에 대한 표현이 너무도 아름답고, 신선하며,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기억이 매일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할아버지가

해맑고, 마음이 따뜻한 손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 이다.

 

묘사가 실크처럼 부드럽고, 아릅다워서

모든 글을 다 가슴에 담아 두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할아버지가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을 전해주고, 평생을 사랑했으나,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난 할머니를 추억한다. 이런 과정에서 손자와의 대화에서 좋은 글귀가 많이 나온다.

 

 

  
 

 

"풍선을 드릴게요, 할아버지. 우주로 갈때 들고 가실 수 있게.

아주 쓸모없는 선물 같구나.

그걸 들고 계시면 우주로 떠나기 직전에 풍선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최고로 쓸모 없는 선물이죠. 우주에서는 풍선이 전혀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웃음이 날 걸예요" 

 p.108, 109


"죽음은 느린 북이에요. 심장이 뛸 떄마다 숫자를 세는.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실랑이를 벌일 수가 없어요"

p.118

 

 
  

 

 

 그리고, 이 책의 묘미 중에 하나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있다.

손자인 노아와 아들인 테드의 어린시절의 시각에서 바라본 어른은 대화의 단절을 가져온다.

그리고, 항상 바쁘고, 일에 치여서 나와 함께하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들로 비쳐지는 것을 보니 안타깝고 씁쓸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노아에게 낚시도 가르치고,

자전거 타는 것도 가르쳐주고, 텐트도 쳐서 야영하는 시간을 갖는건,

 

테드의 어린시절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아서 

테드의 아들인 노아에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죽음과 사별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별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노아가 할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잘 못한다 이야기 하자,

할아버지는 연습할 기회가 많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p.133

 

 

 

 

 

할아버지는 늘 먼저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사라진 할머니의 기억의 끄트머리를 잡고 살고,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후회와, 고통을

손자만큼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하는 말이라 가슴이 시렸다.


 

수많은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글이 많은데, 그 중에 가장 와 닿았던 글귀가 있다.

 

어른들은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만,

우리는 완벽할때까지 반복 연습할 것이고, 완벽해지면 노아는 성장하고,

할아버지는 우주에 있을 것이고 이때가 되면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아버지가 노아에게 말하는 것이 뭉클하고 머리를 계속 맴돌았다.

 

 

프레드릭 베크만이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압축된 건은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은 바쁘게 사나, 여유있게 사나 똑같이 흐른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들을 잘 돌보고,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추억을 쌓아가면

언젠가 다가올 죽음과 이별 앞에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사는 것은 없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후회하기 전에 흐르는 시간을 탓하지 말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같이 공유하는 시간을 갖으면 후회도 두려움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 세상의 모든 딸과 아들, 엄마와 아빠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소중한 것을 잃기전에, 너무 늦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를 소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