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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무늬
함주해 지음 / 예담 / 2017년 5월
평점 :

<속도의 무늬>... 제목부터가 이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은 겨울부터 시작해서 겨울로 끝이난다. 1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풍경의 변화와 생각들이 잘 묻어있다. 감성 에서이 책을 자주 읽었는데, 주로 포토와 함께 감성적인 글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글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들고, 글에 더 눈이 갔는데, 이 책은 사실 글보다는 일러스트에 더 눈이 갔다.
1월에 시작해서 2-3일 간격( 발췌해서 책으로 담다보니 2-3일 간격인 것 같다)으로 아름다운 풍경 일러스트와 글을 실었고, 12월31일로 끝난다. 그림마다 날짜가 나오고, 그날 그날의 생각이 짧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독특한 점은 그림에 온도가 표시되는데 1월1일은 0.1도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인 12월 31일은 36.5도가 된다. 속도를 늦추다보니 사람의 체온이 흘러나왔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함주해 작가가 작업하다가 안 풀리는 날에는 공원 산책을 하는데, 엉켜있는 가지와 잎사귀를 가진 나무를 보면서 오히려 실타래 처럼 엉킨 머리를 풀어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142점의 그림이 나오는데 대부분 나무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림의 톤이 화사하거나 원색이 아니고, 가급적 색을 많이 섞지도 않아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일러스트만 다시 한번 또 봤다. 볼 수로록 따뜻해지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가슴 깊이 들어왔다.
이 책은 네이버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고, 그라폴리오 화제의 연재작이라고 한다. 일부 수록 그림은 영국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WIA 2017, 미국 아메리칸 일러스트레이션 AI 36 선정작이리고 한다. 페이스북에 연재하면서 인기를 끌어서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일러스트가 뛰어나다고 해서 글의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시간의 흐름, 이별, 강아지, 사람과의 관계, 여행, 눈 등 소재는 다양하다. 여러가지 공감 되는 글이 많이 있고, 작가의 글을 따라가다가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하고, 옛생각이 나기도 하고, 나중의 일을 상상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글이 여럿있지만 그중에서 '예열이 필요한 시간' 이라는 글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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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무는 줄 모르게 잠들었다가 눈을 떴다. 아직은 꿈속에서 빠져 나오기 싫은 듯 이불을 끌어올려 이마에 붙이고 마음을 예열한다. 어떤 온도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마음을 때마침 덜컹거리는 유리창 탓으로 돌려보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일어나 환기를 시킨다. 여행은 혼자라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가끔 혼자가 아니어도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삶은 너무나 장황했기에 그곳을 바다라고, 온기라고, 타인이라고 나누어 부르기로 했다.
- <속도의 무늬> 중에서- |
일러스트도 좋은 것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친구' 라는 제목의 일러스트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눈이 오는 풍경을 담았는데, 사람과 건물을 검은톤으로 담고, 한쪽 구석으로 보내고 하얀 여백에 연회색 눈이 내리는 풍경이 눈이 진짜 주인공이 된 듯한 생각이 들어서 일러스트를 보면 눈 내리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이였다.

더운 날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어느덧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나무는 초록을 내뿜고, 다시 더운 날이 시작된다. 우리는 하루 하루 바쁘게 산다. 바뻐서 주변을 볼 틈이 없이 산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접어 두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나와 함께 하는 풍경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시간의 변화를 느끼면서 사색에 빠지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