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정여울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돌이켜 보면 서른즈음에 가장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결혼을 앞두고 생기는 생각들 등  수 많은 밤을 설치며 생각하고, 슬퍼지기도 했다가 의욕이 넘쳤다가 덤덤 해졌다가 미치듯이 열정을 쏟기를 반복했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읽으면서 두 가지에 크게 놀랬다. 첫번째는 나의 고민과 방황이 정여울 작가님이 겪었던 것 비슷해서 내 마음속을 들어왔다 나온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쓴 일기가 담긴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해서 많은 부분이 공감 되고 내 마음을 이해 해주는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아직 이 시기를 지나지 않은 이에게는 걱정 마라며 예방주사가 되고, 같은 시기를 지낸 사람은 공감을 주고, 지난 사람에게는 예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책이다. 일, 사랑, 독립, 자존감, 상처, 미래 등 힘이 되고, 어른다운 어른으로, 당당한 한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번째로 놀라운 것은 다독을 하고, 그것을 글에 잘 녹여서 내 가슴에 스며든 것이다. 정여울 작가님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힘들고 바쁜 일을 하면서도 매일 책을 읽어왔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을 키운 건 다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태풍이 몰아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주변의 비판적인 시선들 속에서 꿋꿋하게 작가님을 지켜온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독을 해도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서 내 생각을 더해서 적절하게 글로 쓰는 것이 어렵다. 작가님의 삶에서 오는 경험과 다독을 통해 얻은 경험이 섞여서 깊이 있고 멋진 글이 탄생된 것 같다. 사색에 고전부터 현대 소설, 미술작품 등이 자연스럽게 책에 녹아져 있어서 책속의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다양한 글을 접을 접할 수 있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아무리 바뻐도 1년에 1-2번은 배낭여행을 한다고 한다. 내가 서른 초반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나를 돌아보고 싶어서 혼자서 유럽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고, 몇 해가 지나 대만으로 혼자 여행을 갔었다. 그 두번의 혼자 떠난 여행을 통해 나 역시 많이 성장 했다고 생각 했다. 혼자 하는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사색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낯섬과 마주치면서 새로운 경험, 뜻밖의 경험을 선물처럼 받았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그래서 많이 공감이 되었다.

작가님은 고독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해 되지 않았으나, 책을 다 덮고나자 이해가 되고, 머리를 맴도는 말이 되었다. 너무나 많은 사회 관계 속에서 피로감이 쌓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혼자 밥먹고, 여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 들었다.

자존감은 꼭 높아야 하나? 작가님은 오히려 유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이야기 하면서 자존감을 지키는 것보다 내 선택이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는 비판적 지성을 강조한다. 새로운 시선이라서 자존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할 것이다. 현실적이 이유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여울 작가님은 안정적인 일 대신 불안정 하지만 좋아하는 일인 작가의 길을 선택 했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수 많은 고민과 현실적 문제로 힘들었을텐데 그 선택을 하는 용기 박수를 주고 싶었다. 내가 좋아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한다는 용기와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나에 대한 믿음과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라고 한다. 정여울 작가님이 하고 싶은 메세지는 작가님 삶에 녹아 있다. 이 책을 통해 위로 받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