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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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는 미, 완벽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금각사와 추, 부족하고 추함을 상징하는 주인공 미조구치의 대립이며, 음과 양의 대립이다. 금각사를 방화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쓴 소설이다. 금각사를 읽으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인간의 이중성과 잔인성과 마주했기 때문다. 적나라게 인간 심리를 파고들어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내용이 철학적이고, 멋진 글들이 있어서 여러번 음미하면서 읽었다. 작가는 끊임없이 생각할 것을 던져주고 나는 계속 생각을 하게 되면서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난한 절의 주지스님의 아들로 태어난 미조구치는 말더듬이에 몸도 나약하고, 내성적인 아이라 친구들의 놀림감 대상이 되어 외톨이다. 어릴때부터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미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금각사 이야기를 많이 듣었다. 그에게는 미는 동경의 대상이면서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미조구치는 미가 동경의 대상이면서 스스로 추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앞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본인이 추악하다고 생각하다는 생각에 빠져 점점 더 추악하다고 여기고 열등감에 휩싸여서 한없이 낮아지고 비뚤어지고 일탈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와의 격차를 느끼고 미를 보면 격분하고, 미조구치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여인을 만나거나 떠올리면 어김없이 금각사가 떠올라서 범접하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생각해서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깊은 내면에는 금각사에 대한 동경이 뿌리 깊게 자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이 여과없이 보여진다.

이 책에서는 미에 대해 여러 생각을 담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표현이 하나 있다. 미를 없애버리는 것은 충치와도 같다는 것이다. 충치를 빼버리면 앓던 이가 빠진 것 같고 속이 시원하지만, 본질, 그 근본을 없앤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주제와도 연결된다. 이 소설에는 무문관의 '남전참묘' 내용이 여러번 나온다. 사실, 이 내용은 강신주 작가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에서 본 내용이라서 더 눈에 들어왔다. 남전참묘는 남전 화상이 수행승들이 고양이를 두고 다투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 한마디 말을 할 수 만 있다면 고양이를 살려주고, 말할 수 없다면 죽이겠다고 하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남전은 고양이를 죽인다. 그후, 조주에게 이 일을 이야기 하자, 조주는 신발을 벗어서 머리에 엊고 밖으로 나가버린다는 내용이다. 고양이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관념은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남전은 그것을 알기에 고양이를 죽였는데, 문제는 고양이를 죽인다고 그 아름다움이 죽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미조구치가 금각사를 동경하면서 원망으로 대상으로 생각해서 방화를 통해 없애버리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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