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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정동진에 가면 - 정동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8월
평점 :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에 처음 정동진을 갔을때 좋은 기억이 있었다. 오랜 시간 기차를 타고 가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뻗은 바다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타 소리와 들든 대학생 무리들의 노래 소리, 파도 소리의 어울림과 일출을 보는 설레임 등이 뒤섞여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몇해 전에 가족과 다시 찾은 정동진에서는 많이 실망을 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상업 시설이 가로 막고 있고, 식당들의 바가지 요금, 인위적인 설치물들이 있어서 예전의 그 아름다운과 기분을 느낄 수 없었고 씁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정동진에서 자란 소년이 작가가 되서 사인회를 위해 동해를 갔다가 첫사랑의 친구를 만나고, 그 인연으로 첫사랑을 만나는 스토리이다. 러브 스토리를 담았지만, 날카롭게 상업화로 변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시선이 담겨져 있었다. 내가 직접 느낀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공감되었다. 정동진이라고 불리는 이 곳은 정동으로 불리우던 곳이였는데 정동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지금은 정동이라는 이름보다 정동진으로 알려지고, 옛 정취가 사라짐을 느끼게 된다. 예전의 탄광과 그 곳의 가난했던 소년의 모습, 가족의 아픔은 모두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다시 찾은 정동진은 인공적인 조형물이 가득하고, 숙박시설과 식당으로 예전의 모습은 사라졌음을 느끼면서 공허함을 느낀다.
가난 한 소년의 아버지가 돈을 벌러 산으로 떠나고, 어머니와 둘이 힘들게 살때 연탄 살 돈 조차 없어서 탄광에서 남은 것을 주워다 불을 피우는 것을 알고 첫사랑의 아버지인 광업소 부소장은 해마다 무상으로 연탄을 줬다. 통학 기차에서 그의 첫사랑은 애틋한 눈빛으로 누군가와 인사를 하는 것을 지켜만 봤는데, 그는 부유한 집 아들인 것을 알게 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산에서 추락사 하게되고, 소년은 친척이 있는 서울로 이사하게 되서 첫사랑인 그녀를 떠났다.그 이후 정동을 떠오리면 가슴이 아퍼서 한번도 찾아 보지 않았다.
성인이 된 소년은 첫사랑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다시 설레임과 약간의 기대와 복합적인 감정이 흐르는데 아이가 있다는 말에 궁금증은 증폭되고,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친구는 그녀를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 동안의 일을 얘기해준다.
소녀는 어느날 갑자기 맞이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많이 힘들어 하고, 가깝게 지낸 사촌오빠를 많이 의지하게된다. 예전 통학기차에서 만났던 소년이 그 사촌오빠였다. 소년은 그 때의 오해를 풀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가 군대에 있을때 우연히 철원에서 본 것 같다는 말에 친구는 당황해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그날 그가 본 것은 그녀가 맞다는 것이다. 그녀는 철원에 있는 사촌오빠를 면회하러 자주 갔었다는 것이다. 어느날 사촌오빠 부모님이 면회를 갔다가 여자친구가 와서 면회를 갔다고 해서 다음날까지 기대렸는데, 여관에서 그녀와 아들을 보게된다.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나고 사촌오빠는 자살을 한다. 그녀는 평생을 사죄하는 마음을 살기로 하고, 그 사촌오빠의 동생 부부가 이혼하면서 혼자 남게된 아이를 그녀가 혼자 키우게된다.
다음날 첫사랑의 친구가 만나자는 말에 전날 술을 잔뜩 취해 초췌한 모습이 된 상태로 나갔는데 첫사랑이 눈 앞에 나타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도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그녀는 자기를 흔들지 말라고 한다. 자신을 흔들면 자기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들고 있는 꽃이 흔들린다는 말을 남기고 그 둘은 그렇게 헤어진다.
애뜻한 사랑이야기와 힘들었던 소년의 과거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가 슬프고 가슴 먹먹해진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것은 예전의 정 많고,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그 모습이 사라지고, 작은 마을이 돈 많은 외지인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것이다. 재개발에 열을 올리고,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