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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모험 - 인생의 모서리에서 만난 질문들
신기주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7월
평점 :
인생, 사회, 영화, 예술, 자본주의, 정치, 언론의 전문 지식인인 강신주, 장하성, 한상진, 주진우, 왕상한, 표창원, 배병우, 황두진 등 각 분야에서 2명씩 진솔하게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와 보수, 한 분야의 다른 성향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같이 담아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내가 진보성향이 있어서 사실 다른 입장에서 인터뷰하는 분들의 내용이 거슬리기도 했고, 진보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 들때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는 것이 양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것 같고, 생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는 단순히 질문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 하는 내용에 대한 어느정도의 지식이 있고, 센스가 있고, 노련하게 이끌 수 있어야 인터뷰를 잘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를 정리한 책들은 인터뷰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이책을 보기 전에는 '신기주'라는 기자를 잘 몰랐다. 검색해도 에스콰이어 기자라는 것과, 경영, 경제, 영화 등의 다방면의 기사를 쓴다는 정도의 정보만 나오고 다른 정보가 없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기사들의 내용이 깊이가 낮은 경우가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다만, 인터뷰 대상자가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 다수라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사실 많이 놀랬다. 질문하는 내용에 깊이가 있고, 대답하는 내용을 이해하면서 이어서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아픈 곳이지만 진실을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핵심을 찌르고, 애매모호한 부분은 다시 정리하고, 날카롭게 보는 시선이 뛰어났다. 인터뷰의 완성도를 많이 높여서 의미 있고, 인터뷰이의 생각을 속시원하게 보여주고, 좋은 내용을 많이 도출했다.
인터뷰이의 말투라던가, 사상을 가감없이 전달한 것 같다. 몇몇 인터뷰이의 강연을 종종 듣고, 글을 읽어서 그 특유의 성향을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이 그대로 전달되서 책을 읽는 동안 인터뷰를 내가 직접 눈으로 보는 듣한 착각이 들때가 있었다. 이 책이 인터뷰이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아서 읽으면서 믿음이 많이 갔다. 인터뷰를 하는 도서는 편집자의 생각에 따라 가감이 많이 되서 가끔 인터뷰이의 생각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아서 보면서 편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색도 하고, 가슴울리는 감동도 받고,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식도 얻게 되었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인터뷰이는 신경정신과 의사인 김혜남이였다. 인터뷰중에 본인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인터뷰어가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말을 하자, 세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는 과정이라서 타인과 부딪치고, 부모와 아이가 부딪친다는 말을 한다. 의사이자,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녀는 완벽해보이고, 문제가 없어 보이는 그녀조차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삶에 대해 그녀의 자세와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살다보면 어려움과 좌절을 겪을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시련이 나한테만 생기는 지 모르겠다고 하고, 불만과 원망에 사로잡혀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