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천천히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지는 한글꽃 동심화
김문태 글.그림 / 라의눈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은 한글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변하는 동심화를 담고 있다. 글자를 변형해서 멋진 그림이 된다는 것이 놀랍고, 이렇게 한글이 아름다운 언어였는지 몰랐다는 것이 놀라웠다. 좋은 시와 멋진 그림이 어울려서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소망하는 것 하나쯤 포기하기 

꽉 채우지 않고 한 칸 비워두기

서두르지 않고 한 템포 늦추기

 

지금 이 순간이 찰나이고

당신이 전부라는 것을

깨닫기만 하면 되는

여유로운 삶

 

- 여유 -

작가의 단상을 읽다보면 구도자가 쓴 글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머리를 맴돈다. 자시 읽게 하고, 음미하게 한다. 특히 '여유'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여운이 계속 남은 글이다. 비우고, 늦추는 것의 미학이 담겨져 있고, 모든 것은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깨달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늘 조급했던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거기 있으니 보고

그리 들리니 듣고

있는 그대로

그냥 보고 듣고 즐기는 거다.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

무얼 가질까

걱정하는 마음속에

근심이 또아리를 튼다.

완전히 비우면

고요가 가득 채워진다.

 

- 고요2 - 

이 글은 이 책을 집약하는 글같다. 작가는 동심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글로 보길 원하면 글로 보고 그림으로 보길 원하면 그림으로 보도록 모든 것을 이 책을 보는 사람에게 맡긴다.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초연한 사람같다. 예전에는 작가와 작품을 보는 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 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작품을 접하는 사람에게 이해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작품은 작가와 보는 이가 아닌 작품과 보는 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 하게되었다. 작가가 설명하다보면 보는 사람은 작가의 틀에 갖혀버린다. 보는 이가 직접 보고 느끼고 교감을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의도 일까, 무슨 뜻일까 계속 생각하면 제대로 못 본다. 마음을 비우고 나도 다시 책을 봤다. 강렬하게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는 것도 있고, 입가에 미소가 퍼지는 것도 있고, 과거로.. 옛생각에 빠지게 하는 것도 있었다.

 

 

당신이 물이면 물을 담고

당신이 술이면 술을 담고

 

당신이 기쁨이면 기쁨을 담고

당신이 슬픔이면 슬픔을 담고

 

당신이 동그라미면 동그라미를 담고

당신이 세모면 세모를 담고

 

내가 비어 있음으로 해서

당신을 통째로 담을 수 있음을

 

- 빈 잔-

이 시는 볼 수 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유독 이 시가 아름답게 와 닿았다. 특히 동심화와 어울려서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어떠한 말 보다고 달콤하고 든든한 생각이 드는 글이다.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 진심을 담아 전달 하는 것 같고,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해서 더 설레이고 특별하게 다가온 글이다.

 

6이 6을 만나면 

0이 되는 삶이 있고

12가 되는 삶이 있고

36이 되는 삶이 있다.

 

뺄셈을 하든

덧셈을 하든

곱셈을 하든

 

인생의 계산법은

내 마음대로

 

- 6·6은 36 -

이 글을 보고 나를 다시 돌아봤다. 나는 누군가에 뺄셈이였는지, 곱셈이였는지... 단순하게 표현한 글인데 이 글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냥'을 처음 읽을때는 단순하게 생각 했는데 음미 하면서 다시 볼 수 록 깊이 놀랐다. 가볍게 쓴 글은 아니고 작가의 긴 세월동안 쌓인 삶에 대한 태도, 지혜, 철학이 녹아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