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 남의 사람 알 수 있는 9가지 방법
르네 베론 지음, 최연실 옮김 / 청림출판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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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이론과 화살표이론에 대한 내용도 있고, MBTI와 관련된 해석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그냥 삽화 보면서 슥슥 쉽게 읽어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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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이야기 - 애니어그램을 통해 걷는 내적 여정
안미경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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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날개이론과 화살표이론, 특히 본능적 변형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그런 내용은 전무하다. 기본에 충실한 것 같지도 않고, 예로 들은 사례들도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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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근육통, Fibromyalgia - 예방과 자기치유를 선택이론으로 생활심리시리즈 29
윌리암 글라써 지음, 박은미 외 옮김 / 한국심리상담연구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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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지는 않지만 한 달 넘게 지속되는 무릎 통증 때문에 재활의학과에 간 적이 있었다. 간 김에 어깨와 등 통증에 대해서도 얘기했더니, 의사선생님께서 몇 가지 약(신경통제제, 근이완제, 진통소염제, 위장보호제)을 처방해 주셨다.

그 동안 온갖 진통제와 근이완제를 먹었어도 효과가 없었기에, 솔직히 말해서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단 두 번 복용만에 통증이 거의 없어지는 게 아닌가. 부작용이 있었지만, 그 동안 통증 때문에 워낙 고생했던 터라 참고 먹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작용이 심해지고 없던 증상도 생긴 탓에, 약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약이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알씩 제외하고 먹어 보았다: 한 알씩 먹어야 정확하지만 그렇게 해보기엔 약이 모자랐고, 약의 길항 작용이 원인일 수도 있기에 제외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근이완제와 리XX라는 신경통제제가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리XX의 부작용은, 커피나 홍차를 마시고 나면 심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울혈성 심부전이 의심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카페인으로 부정맥 증상을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복용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큰일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리XX가 무슨 약인지 알고도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약은 원래 뇌전증 치료제이며, 섬유근육통 치료에도 복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뇌전증은 과거에 간질이라고 불렸던 질환으로, 우리에겐 뇌전증보다 간질이란 단어에 더 친숙할 것이다. 대체 섬유근육통이 뭐길래 항경련제 효능이 있었던 것일까. 섬유근육통의 증상이 경련과 비슷해 보이는데--온몸이 뒤틀리고 찢어지고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을 느낀다, 혹시 원인이 (거의) 비슷한 질환인 것일까. 뇌전증은 한자로 腦電症이라 쓴다. 그대로 풀이하자면, 뇌(腦)의 전기 신호(電)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症)이다. 그렇다면 섬유근육통도 뇌의 문제로 나타나는 증상인 걸까.

내 예상이 맞았다. 어떤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섬유근육통도 뇌전증처럼 '폭발적 동기화'라는 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폭발적 동기화'란 두뇌 속 신경세포들 간의 네트워크(동기화)가 불안정하여 아주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폭발적) 반응을 보이는 현상으로, 원래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특히 섬유근육통은 통증이 심할수록 폭발적 동기화를 잘 일으킨다고 한다. 즉, 폭발적 동기화가 통증을 강화하고 강화된 통증이 폭발적 동기화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통증이 심해지지 않도록 뇌의 전기 신호를 차단하거나, 폭발적 동기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통증이 약할 때 약을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진통제가 비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리XX는 GABA 작용 증가제제다. GABA(감마아미노산)는 Gamma Amino Butyric Acid의 약자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렇다면, 리XX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킴으로써 폭발적 동기화를 완화하는 약물인 게 아닐까.

 

내 호기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뇌전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GABA 작용 증가제제가 뇌전증과 섬유근육통 둘 다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두 질환의 원인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우선, 처방되는 약이 다르다. 그러나 여러 뇌전증 치료법 중 섬유근육통에 효과가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뇌전증은 선천적으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아주 어린 아이가 섬유근육통 증상을 보였다는 말은 들은 적 없지만, 섬유근육통 환자의 대부분이 성인 여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섬유근육통을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 같다: 자가면역 질환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뇌전증은 대부분 약물치료를 하지만,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는 섬유근육통에 뇌전증 약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수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남은 방법은 식이요법뿐이었다.

정식 명칭은 '케톤 생성 식이요법(이하 '케톤식이')'으로, 일명 'LCHF(약칭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흡사하다. 다만, 뇌전증 환자의 뇌는 연료로 포도당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더 극단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뇌전증 환자의 식단을 보면, 얼마나 까다롭게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열량까지 제한해야 하니 그 힘듦은 배가 될 것이다.

 

섬유근육통 환자의 뇌도 포도당을 제대로 쓰지 못 한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뇌전증 환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케톤식이를 실천하고 있고, 그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얘기 역시 들은 적 없다.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케톤식이를 실천한 지 2주일이 지났다. 첫 주는 저혈당 증세로 좀 고생했다. 그러나 나는 중학생 때 --본의 아니게-- 케톤체 대사로 살았기에, 그 정도로는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참기 힘들면 과일주스를 물에 희석하여 조금씩 마시면 되었다.

케톤식이가 섬유근육통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게 목적이었다. 케톤식이를 시작한 이후로 잠을 자지 못 할 정도의 심한 통증을 느낀 적은 없다. 그렇다면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효과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하자면 케톤식이의 효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동안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 받지 못 한 채 계속 고통스럽게 산 이유는, 섬유근육통의 원인을 제대로 밝힐 수 없었다는 데에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섬유근육통의 증상은 류머티스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증세를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여, 많은 의사들은 그들에게 정신과 약물(항우울제)을 처방했다. 그 약이 효과적이었다면, 그 많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통증을 없애고 지금쯤 편안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가. 그렇지 않으니,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섬유근육통처럼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들이 많다. 그 증상들의 공통점은, 그 원인이 정신적 또는 심리적인 데에 있다는 것이다. '과민성', '신경성', '심인성' 등으로 시작하는 모든 증상들이 그렇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나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실제로 고통을 느끼고 있는 데도,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 태도는 불신감을 키웠다: 마치 정신병원에 있는 것처럼 느꼈다. 소화제 한 알 처방하는 게 그토록 거슬리는 일이었는가.

음대에 가기 위해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는데,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 하며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수 년을 그렇게 살다가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었는데, 그러기 무섭게 증상이 사라졌다. 그 의사 말대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신체적 증상의 원인이 정신에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심인성인 게 거의 확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섬유근육통도 심인성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원인 불명의 증상 중에 심인성 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든 원인 불명의 증상이 심인성 질환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른 섬유근육통 환자들과 공유하는 점이라고는 내가 '여자'라는 것밖에 없다. 나도 그들처럼 섬유근육통을 일으킬 만한 정신적 사건을 겪은 적은 있지만, 그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그들은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했던 시기가 분명히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느끼기에 지난 세월 대부분을 제대로 살지 못 한 것 같다. 열이 40도 넘게 치솟아도, 영양실조로 누워 있는 데도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엔 힘들었을 것 같다. 그 긴 세월 자체가 섬유근육통의 원인이라고 해도, 그 증상이 왜 나이가 든 후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 일부는 아마도, 섬유근육통을 원인이 뚜렷한 다른 질병들과 같은 것으로 봐주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환자들--불치병 또는 난치병을 앓는-- 중 일부로서 위로를 받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쳤다면, 몇 페이지만에 덮어버렸을 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당신이 욕구 충족을 위해 섬유근육통으로 아픈 것을 선택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있는가. 아마,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부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미 말했듯, 섬유근육통의 원인은 제대로 알 수 없는 데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처럼 원인이 심리에 숨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섬유근육통의 원인이 뇌에 있다는 말을, '섬유근육통은 심인성 질환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섬유근육통의 원인은 지금도 여전히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뇌 문제는 그저 수많은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섬유근육통이 '심인성이기도 하다'는 게 나중에 밝혀진다면, 당신은 그때 아마 후회할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것을 받아들였다면, 그토록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계속 피아노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섬유근육통을 앓는 원인이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면, 당신은 이 책에서 해 보라는 것을 하기 전까지 계속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제 정리해야겠다.

케톤식이의 효과일까, 아닐까. 나는 어쩌면 '위약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픈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아프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케톤식이로 나을 수 있다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당신에게도 이 책에서 해보라는 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뭔가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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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있는 여성이 행복을 만든다
조동춘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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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알 수 있듯, 이 책의 타깃은 여성이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읽었는데,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게 의식 있는 행위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저자가 기존의 낡은 여성의식--백치미, 공주병 등을 권리로 아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들의 의식 상태를 지적한다. 변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 하여 불행을 자초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 지적엔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여자다'라고 당당히 밝히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라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 문득 모 영화에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한 정마담(김혜수 役)이 생각났는데, 정마담은 그 말을 할 때 얼마나 콧대를 세웠을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 '의식 있는 여자'의 모습일까.

 

(자칭 의식 있는 여자라는) 저자의 강한 자부심 뒤에 열등감이 숨겨져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잡놈', '정신병자' 등의 표현에서는 거만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더 읽기가 불편해질 즈음, 저자의 어린 시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저자의 아버지는 능력도 없으면서 아내를 버렸고, 마찬가지로 경제력이 없던 어머니는 혼자 여러 자식을 키웠다고 한다. 저자는 훗날 자식들을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 경제력을 갖추려 했을 것이고, 남편으로부터 버려지지 않기 위해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가 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시종일관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되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침내 '명함을 내밀만한' 훌륭한 여자가 되었다. 그런데 저자의 자부심은 정말로 훌륭한 여자가 되었다는 데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보다 못난 여자들을 평가절하하는 데서 나오는 것일까. 자기 인생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면서, 정작 자신의 일엔 팔자니 운명이니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의식 있는 여자란, 남들을 깔보면서도 명함만 내밀 줄 알면 되는 사람인가.

 

내가 아들러 심리학을 몰랐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의식 있는 여성상'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일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살아 남으려면 여자도 경제력을 갖추는 게 나을 것이며, 자녀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처녀성 때문에 신혼 첫날밤에 파혼 당하는 일이 어처구니 없다면서도, 그런 일을 당한 여자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다. 그에 대한 사적인 의견을 끝으로 리뷰를 마치려 한다.

 

 

여자의 과거는 유죄?

 

남녀 관계에서 빠지지 않는 화두가 여자의 '처녀성'이다. 저자는 왜 남자들이 숫처녀를 선호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처녀 총각이야 하룻밤 잠자리 이전까지이지, 하룻밤만 지나면 이런 명예스럽던(?) 이름은 끝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남자들의 말에 따르면, 처녀성을 가져감으로써 정복욕을 충족했음을 확인하기 위해 처녀성에 집착하는 것이다. 심지어 처녀막이 찢어지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여자를 보고 정복욕을 느끼는 남자들도 있다. 제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인상 쓰는 남자를 보고 좋아하는 여자를 상상해 보면 그 남자들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남자들은 그들이 처녀성에 집착하는 이유로, '여자가 밴 아이가 자신의 아이임을 확신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실제는 어떤가. 남자들은 그들이 결혼할 여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숫처녀이길 바란다. 그 여자들과 결혼하거나, 자신의 친자식을 만들어 양육하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다. 게다가 친자 확인 검사가 있는 요즘, 그런 변명은 너무 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과학적으로 이렇다'고 하면 왠지 근거 있어 보여서 믿게 되는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진화심리학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이라면 모를까 진화심리학으로는 어설프다. 심리학은 가정에서 출발하는 학문이며, 시대에 따라 변하고 문화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민족의 여자는 일부러 처녀막을 파열시키기도 한다. 그 민족의 남자에겐 결혼한 여자가 밴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음경에도 처녀막이 있다는 걸 아는 남자들이 몇이나 될까. 그들에게도 진화심리학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어처구니 없어 할 것이다. 차라리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남의 자식은 키울 수 없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 그대로 따른다는 것도 부질없는 생각이다. 모든 숫처녀가 첫 성관계 때 출혈하는 것도 아니고, 처녀막 재건 수술의 발달은 숫처녀를 찾는 남자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버린다.

남자들에겐 처녀막 수술을 하는 여자들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 그 수술이 왜 생겼을까. 숫처녀를 찾는 남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술을 없애기 위해선,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노력해야 한다.) 그 여자들이 거짓말 했다고 분노할 필요도 없다. '그 거짓말'은 남자들이 컨트롤할 수 없을 뿐더러--내 통제밖의 일에 휘둘리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당신이 처음이에요."라는 말을 들어도 끝까지 의심하기로 선택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그들이다. 거짓말하는 것 자체가 인성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숫처녀라는 말을 믿지 않기로, 숫처녀가 아니라는 말을 믿기로 선택한 남자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선택권은 남자들이 누리면서 그 책임은 상대에게 전가하는 것은 인성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처녀성은 여자들의 인성 수준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처녀성은 여자들의 인성이 나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여자에게 처녀막 수술을 받을 경제력이 있고 '그렇게 하는 게 좋다'는 분별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낫다. 세상살이에 필요한 것은 처녀성이 아니다.

숫처녀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들은 그들 자신부터 --여자들이 처녀막 수술을 하듯, 포피를 봉합하는 수술을 하든지 해서. 물론 여자들이 보기에도 어이 없다-- 숫총각임을 증명하는 게 어떨까. 여자들도 결혼할 남자가 아무 여자들과 성관계하고 그 여자들 중 누군가가 내 남자의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하고 불명예스런 생각은 하기 싫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직 남자들에겐 그들이 숫총각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남자들은 그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심지어 남자에겐 혼전 성경험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혼전 성경험이 없는 남자들을 찾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남자들이 있을까. 남자들은 그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노력하고 있을까.

 

왜 남자들이 "처음이야?"라고 물을까. 누군가 내게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장 헤어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질문엔 '처음 아니지?'라는 의심이 깔려 있다. 당신을 숫처녀라고 생각하고 믿는다면, 그런 질문을 할 이유가 없다. 믿지 않기로 작정하고 묻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당신이 "처음이에요."라고 하면 그 남자는 "거짓말."이라 할 것이고, "처음 아니에요."라고 하면 "역시."라고 할 것이다. 당신이 뭐라 대답하든 그 남자는 믿고 싶은 것을 믿을 테니, 숫처녀라 할지라도 '처녀 아니다'는 거짓말로 한 방 먹이고 당당히 돌아서라.

그 남자는 당신과의 관계를 언제든 쉽게 끝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처녀성으로 당신이 결혼할 만한 여자인지 시험했듯, 당신이 계속 같이 살만한 여자인지 계속 시험할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남자가 만들어 낸 이상(허구)에 집착하는 것이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끝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라. 그런 남자에게 당신의 처녀성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라. 그런 남자에게 낭비할뻔한 애정을 더 나은 남자에게 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라. 당신의 여생을 더 나은 남자와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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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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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 시리즈를 읽다가 생각난 이 책. '미움 받을 용기'라는 제목은 결국 '사랑할 용기'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그 사랑에는 모든 유형의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이성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수많은 사랑지침서와 내용이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이 책은 보다 정신분석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정신의학 용어들이 심상찮게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는, 우리도 익히 들었을 '오이디푸스'다.

 

한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인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 따위 없다고 밝혀졌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그 콤플렉스를 강하게 지지하는 모양이다.

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반대한다. 정확히는, 그런 콤플렉스가 없다기 보단 갈등이 있는 남녀 관계에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나 할까.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도 몰랐고, 자신이 결혼한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우리의 어머니가 어머니라는 것을 안다. 시작부터가 다른데, 어떻게 우리의 과거와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비교할 수 있을까. 근친이라는 것을 따지기 전에, 너무 억지스러운 비유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친딸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 '내 아버지도 남자'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아버지를 '이성'으로 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여기에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게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변형이라고 할까? 어떻게든 오이디푸스 이야기와 관련시키려고 할 것 같다.

 

프로이트는 성적인 소재에 너무 집착했다. 정말 어이 없는 내용은, 딸이 자신에게는 없는 남성의 음경을 부러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시기를 '남근기'라 명명했다. 만약 프로이트가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들이 자신에게만 있는 음경을 떼고 싶어한다고 했을까.

 

솔직히 말해서,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심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나쁜 놈이나 꽃뱀은 대부분 이렇게 하니, 당신은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책이 내겐 더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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