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이 가지는 능력 중에 특이한 것이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은 자신을 객체화해서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은 자신이 속한 공간에 한 반성과 더불어,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박노자는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 아닐 수 있는 그의 장점을 이 책에서 여실히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다루고 있는 비판의 문제들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어야 할 것들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이 책을 보면서 우리사회에서 군대라는 문제, 대학이라는 문제, 민족과 국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반성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애초에 군대는 가고 싶은 사람이 선택을 해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가 공개적으로 지지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생각들은 나에게 피부로 다가왔다. 군대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그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저자는 날카로운 분석을 해 낸다. '죽을 고생'이라는 것을 통해서 개인은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코드화되고, 군대의 논리는 사회에서, 기업에서 그대로 재생산된다. 그것은 구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집단의 개인에 대한 폭력, 개인의 개인에 대한 폭력들을 정당화시키고, 사회유지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그는 군대가 행하고 있는 배제의 논리, 국가주의 논리에 대해서 조심스럽지만 필요한 비판들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군대에 대한 완전한 부정의 논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양심적 병역 거부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의 비판을 넘어선다.
대학생으로서 우리 대학이 가지는 진보적인 모습과 상아탑 속에서 행해지는 또 다른 배제의 논리, 특권집단으로서의 교수사회, 조교와 강사의 문제, 결국은 학문이 학문으로서 수행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 되어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가슴 한구석이 막막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다.또한 민족의 자긍심을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재외동포에 대한 무의식적인 2류 국민 취급을 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차별을 행하는 모습에서 그는 한국에서의 민족주의가 국가주의가 되는 어두움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한국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수행하는 그는 어쩌면 우리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