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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의 기술 -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기의 모든 것
앤서니 웨스턴 지음, 이보경 옮김 / 필맥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좌절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절대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방법에서의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알고보니 주제에 대해서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서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경우도 존재한다. 비단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서도 이러한 감정은 종종 느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게시판이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인터넷의 사용으로 늘어났음에도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방이 난무하다. 잘못된 정보에 근거하여 전개된 글은 사람들 사이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읽는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결국 소통의 단절을 느끼면서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결국 논리적인 이야기하기와 글쓰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설득력있게 표현한다는 것은 소통의 기본적인 요소하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수록 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제대로 배우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책들을 읽지만 정작 실제 글쓰기에 읽은 것을 적용하고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돕는가? 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존의 논리적인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론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는 느낌이 컸다. 실제 글쓰기에 적용해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논리학 자체에 관한 책들이 주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이 논리학에 관한 것들이기에 딱딱하고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며, 양 또한 방대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글을 꼼꼼히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꼭 알고 있어야 하며, 개선되었을 때 글쓰기가 더욱 향상될 수 있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그리고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들을 이해하다가 정작 글을 써보지도 못하고 지치게 하는것이 아니라 몇 가지 깨달음을 얻고 곧장 글쓰기를 시작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게 한다. 일단 아담한 크기에 많지 않은 분량은 보는 사람이 읽기도 전에 질리는 현상을 막아준다. 내용도 간결하게 정돈되어 있고 예시도 군더더기가 없이 엄선된 것이라는 느낌이다. 작은 크기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늘 곁에 두고 먼지가 쌓일 틈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읽어라!"라는 슬로건을 가능하게 한다. 어려운 이론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입문서로 쓰여진 느낌이 크다. 논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전체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책은 몇가지 규칙(rule)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심오한 학문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주 간과하는 부분들을 짚고 있다. 제시된 규칙(rule)들은 결과적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전체적인 내용을 조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지속적인 참고가 가능하다. 내용이 간결하기 때문에 각각의 규칙들을 바탕으로 이해가 잘 안된 경우는 부분적인 독서가 가능하다.
논리적인 글도 결국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세가지를 꾸준히 해 나갈 때 향상될 수 있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깊게 생각하고 많이 써보며, 그 결과물을 꾸준히 다듬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규칙(rule)들은 일종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흡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고 돌려 읽어가며 글쓰기에 대한 지적을 해 주는 친구처럼 이 책도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