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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까뮈의 이방인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 아!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총을 쐈다던...'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아리송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이 책인 듯 하다. 스스로는 철학자이기를 거부했지만 철학적인 질문들을 작품 속에서 던지고 있는 것이 까뮈의 특징이기도 하다. 많은 문학작품들이 인물을 중심으로 상황을 그려내면서 읽어가듯 이방인도 등장인물들을 유심히 염두에 두면서 읽어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뫼르소'라는 이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 할지 고민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인물.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면서도 시신을 보려하지도 않고, 빈소 앞에서 조는가 하면,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뫼르소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혼은 할 수 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무미 건조하게 말하는 그에 대해서 도대체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 하는지.. 글에는 뫼르소의 인물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뫼르소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어놓아야 한다. 많은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느끼는 인물에 대한 상상의 즐거움이 이방인에서는 곤혹스러움으로 바뀐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서 나름대로 해석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뫼르소의 태도에서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까뮈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우리에게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물음인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죽음을 개체의 생명의 끝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삶의 순간 순간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보는 관점을 취할 것인지... (시지프 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까뮈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끝까지 밀고 올라간다.)순간 순간 죽고 다시 태어나는 존재라면 개체의 죽음이라는 것은 그런 순간 순간의 죽음의 연장선상에 다름 아니게 된다.
뫼르소의 사랑은 정말 특이하다. 결혼은 하겠지만 사랑은 인정하지 않는 듯 한 태도... 즉 사회적인 형식은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다. 어쩌면 뫼르소를 통해서 까뮈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곱씹음일지도 모르겠다. 딴지걸기..
뫼르소 주변에 등장하는 살라마노 영감과 레몽이라는 사람도 굉장히 특이한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외 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둘은 개와 여자라는 대상에 대한 가혹행위를 가하면서도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가혹행위는 대상에 대한 집착과 소유의 표현이다. 이들 인물들은 자기를 확인할 곳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는 일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뫼르소는 이 두 인물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단지 불편하지 않으니까. 이런 모습은 뫼르소적인 인물과 세상과의 교류를 단적으로 묘사한다. 어쩌면 뫼르소는 가장 솔직한 인물이지 않았을까.. 그는 어쩌면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
아랍인을 쏘고 법정에 잡혀간 뫼르소는 일상을 그리워한다. 법정에서의 그의 태도는 자신의 죄를 부정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죄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눈치이다. 그런 그에게 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인을 하고 잡혀가는 부분에서 우리는 성급하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방인의 주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역설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까뮈는 이런 극한적인 상황에서 게다가 한발도 아닌 연속으로 몇 발의 총성을 표현함으로써 삶의 우연성 혹은 인간사회의 '가치'라는 것에 대한 강렬한 외침을 표현한다.
뫼르소는 뉘우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뉘우칠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마침내 그가 느낀 세상과 하나됨과 동시에 세계에 대해서 강하게 외치는 듯한 독백에서 뫼르소는 무얼말하려고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