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무에게
더불어숲(신영복 홈페이지 이름) 지음 / 이후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목말라하는 분들에게는 기쁜 소식일까? 아쉬운 소식일까? 신영복 선생님을 위해 독자들이 만든 홈페이지인 '더불어 숲' 사람들의 글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은 아니지만 홈페이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묻어있는 책이다.

'나무가 나무에게'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더불어 숲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나무들이 스삭거리는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글 모음집이다. 바람에 좌우로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부딪히면서 나는 웅성거림 같은 느낌의 글이라는 것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기차간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다가 한번쯤 펴 볼 때 잔잔한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나 '엽서'를 보는 듯한 예쁜 표지와 안쪽의 편집이 낯설지 않다.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줄간에 여백이 많이 있어서 여유가 느껴지는 구성하며 간간이 들어있는 사진들과 예쁜 그림들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가지고 싶게 하는 욕구가 들게 만든다.

내용 또한 신영복 선생님의 글에 비해 무게 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들은 어려움을 이겨낸 스승의 한마디 한마디로 두고두고 읽으면서 곱씹어보면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깊이가 느껴짐과 동시에 삶에서 우러나오는 성찰이 담겨있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마찬가지로 이 '나무가 나무에게'라는 책도 옆집에 사는 형과 누나가 조용히 고민을 털어놓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에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풋풋한 일상에서의 느낌들이 잔잔하게 쓴 글이 있는가 하면, 누구누구에게 쓰는 편지글, 이 땅에서 여자로 살기, 장애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솔직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게시판에 있었던 글들 중에서 골라서 만든 책이라서 그런지 글의 흐름들이 수필처럼 잔잔하면서도 삶이 묻어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발문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신영복 선생님이 말하는 '더불어 숲'이란, 글에서 보이듯이 이런 저런 사연들과 삶에 대한 고민들이 서로서로 기대어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때로는 같이 따가운 햇볕을 견뎌주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아닐까 싶다.

'혼자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에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합니다. 이 책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짧지 않은 시간이 쌓여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을 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쓴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인 작가도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책이 나온다고 하니 운동회 날 달리기 출발선에 선 것처럼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느껴져 옵니다.'- 후기 중에서

그들의 긴장감은 풋풋함이 묻어 있어서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내 친구의 이야기 인 것 같은 묘한 친근감도 함께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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