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고아
윤보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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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제목이 끌린다. 이 작가의 소설집이 매력적이었던게 기억난다. 장편은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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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작품 중의 하나는 꼭 읽지 않고 남겨 놓겠습니다. 아끼고 아끼고 아끼다 죽기 전에 꺼내 놓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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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유머토피아
박산 / 네오딕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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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웃기는 유머가 아니라 촌철살인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고급유머. 어디가서 써먹으면 재미없다는 얘긴 안 들을듯. 책값 뽑고도 남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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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인 소설집
윤보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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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작가였는데, 소설집이 나왔군요! 궁금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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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 A Time for Drunken Hors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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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A Time For Drunken Horses, 바흐만 고바디, 2000)

 

먼저 제목에 대한 언급을 하고 들어가자면,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접했었을 때 나는 여기서의 ‘취한 말’은 말(言)일거라고 생각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러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말이 취하다니, 정말 감각적인 제목이군. 주정이나 주사를 의미하는 건가. 혼자 별 생각을 다 했다. 심지어 김경주 시인의 동명 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읽은 후에도 그랬다. ‘구유를 당겨 물 안에 차가운 술을 부어준다’ 라는 시구에서는 말(言)을 말(馬)로 치환하는 시인의 놀라운 언어유희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나의 과잉 상상력이다. 사물을 한 번씩 꼬아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자동 기술적 사고가 나를 화들짝 놀래켰다.




영화의 배경은 이란과 이라크의 접경지역이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란 쪽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 오남매의 이야기다. 막내를 낳다 어머니가 죽은 후 일 나갔던 아버지가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지뢰를 밟은 것이다. 재수가 없었을 뿐, 그곳에서는 죽음의 흔한 이유다. 졸지에 가장이 된 아윱은 열두 살의 소년에 불과하지만 형제들을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일을 한다.

아윱에게는 살림을 돌보는 17세 누나 로진과 선천적인 기형을 안고 태어난 15세의 형 마디 그리고 여동생 아마네와 돌이 막 지났을 아기 동생이 있다. 마디의 키는 옹알이를 하는 막내 동생과 비슷하다. 머리와 몸통에 비해 사지는 앙상해서 혼자 서있거나 걷는 게 불안해 보인다. 마디는 실제로도 심한 소아마비를 앓은 게 아닐까 싶은 장애인이다. 지능도 세 살에서 멈춰있다. 그래서 주로 아윱이나 아마네의 품에 안겨 이동한다. 형제들은 이런 마디를 끔찍이도 아낀다. 제 시간에 맞춰 약을 먹이고 수시로 얼굴에 뽀뽀를 해주고 언 손을 비벼서 녹여준다. 가만 보면 마치 엄마가 자식에게 하는 양이다. 어떻게 열 살 안팎의 아이들에게서 저런 사랑이 나올까 싶은데 그건 이 영화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그들의 부모 모습을 추측케 한다.

그런 사랑을 받는 마디가 매일 밤 아프다. 마을의 의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오고 있지만 모르핀 계통의 진정제인 듯 더 이상 주사를 놓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마디는 한 달 내로 죽는다. 워낙에 불치병이라 수술을 한다 해도 죽음을 약간 유보시키는 것뿐이다. 단, 8개월을 더 살 수 있다.

아윱은 아버지가 했던 밀수 일을 하며 생계를 잇는다. 노새에 물건을 실고 이라크로 가서 다른 것으로 바꿔 오는 일이다. 국경 근처라 주위에는 지뢰가 깔려있고 무장강도가 매복하는 등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마디의 수술비를 벌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벌이는 동생 아마네에게 공책 한 권 사주기에도 빠듯하다. 생활비로 모두 소비되는 것이다. 결국 아윱은 두 달이 지나도록 마디의 수술비를 벌지 못한다. 그러자 누나 로진은 마디를 수술시켜 준다는 약속을 받고 이라크로 시집을 간다.

오랜 전쟁을 통해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으로 전락한 이 곳에서 형제들은 마디의 남은 8개월을 위해 모든 걸 건다. 국경 넘어 팔려가듯 시집을 가고 학업도 포기한 채 매일 지뢰의 공포와 혹한 속에 일 한다. 꺼져가는 생명에 자신들의 싱싱한 삶을 수혈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삼투압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오래된 명제를 떠올리게 된다.

카메라의 앵글은 무릎까지 눈이 내린 설원을 지나가는 신부 행렬을 멀리서 롱테이크로 잡는다. 국경 저편의 새로운 삶을 위해 떠나는 로진.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이라크라는 나라가 있지만 그런 철조망은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

눈발을 헤치며 이라크 국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신부일행. 마디는 작은 주머니에 담겨 노새의 등에 매달린 채 혼수처럼 혹은 혹처럼 딸려간다. 그러나 신랑의 어머니는 마디를 거부하고 그 대신 노새 한 마리로 신부 값을 치른다. 자기 자식도 이미 열 명이라는 것이다.

아윱은 마디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이라크로 노새를 팔러 갈 결심을 한다. 그 돈으로 마디를 수술시킬 계획을 세우고 밀수 행렬에 다시 합류한다. 이번엔 마디를 업고서다. 국경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매복하고 있던 무장 강도들의 총소리가 빗발친다. 행렬은 흐트러지고 말고삐를 돌리지만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술을 너무 많이 먹은 말들은 도망가지 못한다. 그야말로 말이 취한 것이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자리에 푹 쓰러져 버린다. 사람들은 말의 머리를 걷어차고 때리고 눈(雪)으로 목을 비벼 주지만 말들은 일어나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쉰다.

총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말과 짐을 모두 버리고 도망간다. 아윱은 그들, 어른들에게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모두 떠나버린다. 아윱만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누나와 바꾼 노새가 아니던가. 마디의 마지막 8개월이 달린 말이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엔딩 부분은 여러분을 위해 남겨놓겠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날 행운을 빼앗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다른 영화도 만나고 싶어진다. 이런 따듯한 시선을 가진 감독이라면 믿을만하다.

사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그 동네의 평범한 주민들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픽션보다 다큐에 가깝다. 그들 중에는 심지어 영화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카메라를 처음보고 총 인줄 알고 놀라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그건 그 지역이기에 가능한 반응이다. 그렇게 순수하고 그래서 겁이 많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전쟁에 노출되어 있었다. 작중 인물 아마네와 마디는 실제로도 남매간이다. 물 없이 알약을 삼켜야 하는 마디에게 이렇게 하라며 삼키는 시범을 보이는 아마네의 모습은 콧등을 찡하게 만든다.

훈련된 직업 배우가 아닌 현지인들과 작품을 만들었다는 건 많은 점을 시사한다.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 곳에서는 이러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화약고 같은 중동지역에 대한 알레고리로도 읽힌다. 종교와 사상, 민족, 지역 간의 분쟁 이 모든 ‘국경’을 넘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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