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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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꿈 속으로 도망치고,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른이 된다. 다정한 마음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다정한 마음을 놓지 않고 서로를 위해 애쓴다. 아이들이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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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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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여서, 이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 읽으려고 시도 했었다. 그러나 조금씩조금씩 올라오는 글들과 그걸 챙겨보기 힘든 생활을 하는 나였기에 잠시 미뤄뒀다.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했고, 학교로 배송 된 책을 야자시간 내내 읽었다.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난 후에 내내 내 머릿 속을 맴도는 건 '미치겠다' 라는 한 마디였다. 어쩜 사람들이 이리 뻔뻔할까.. 그들에 대한 혐오를 뼈 속 깊이 느꼈다. 작고, 여리고, 착한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이미 다친 아이들을 다시 한 번 차가운 바닥으로 내던지고. 자신에겐 한 없이 너그러우면서 남에겐(특히나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겐) 야비한 어른들. 정말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끝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른이 되면.. 정말 그래야할까? 잘 못 된 걸 알면서도 눈감고 귀막고 다른 명분을 대면서 떨고있는 여린 이들에게서 등 돌리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나에겐 부모가, 자식이, 배우자가, 친구들이, 미래가 있잖아라고 수없이 되뇌이면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런거라면 나는 추호도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가 그런 어른이 될까봐 너무 무서웠다. 내가 편히 지내기 위해서 이미 불편한 이들을 더 한 곳으로 떠밀어 버릴까봐.  

 

김승옥의 '무진기행' 에서의 무진은 왠지 모르게 나에게 동경을 갖게 했다면(그 비현실적인 분위기) 도가니에서의 무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가득 안겨주었다. 비현실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것과 현실을 피해 현실로 도망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아직 어리고, 늘 보호 받아 왔고, 기댈 곳이 있고, 진정한 고생이, 어려움이 뭔지 몰라서 그런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동화적인 행복한 결말을 바랐다.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고, 인호는 다시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가 그들을 보듬어 주고, 아이들인 과거를 잊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정말로 바랐는데 공지영은 나의 바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떠난 인호는 돌아오지 않았고, 강경사는 피해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았으며, 아이들의 아픔은 묻혀버렸고, 뻔뻔한 이들은 뻔뻔하게 제자리로 돌아와 더 많은 죄를 저지르고,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이들은 이 거대한 세상에 맞서기엔 너무나도 미약했다. 

 

가진 자들의 거짓은 진실이 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의 진실은 거짓이 되는 광란의 도가니. 그래도 아이들을 응원하는 이들은 있다. 세상을 바꾸려 하진 않지만 세상이 자신을 바꾸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그들. 그렇게 싸우다 보면 적어도 이 세상이 지금보다 더 더러워지진 않지 않을까 ? 그리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아이들이 자라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싸워야겠다. 지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 그들을 향한 분노를 잊지 않도록. 아직은 완전히 더럽혀지지 않은 나의 순수를 지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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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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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30분간은 가슴이 먹먹했다.

스무살의 타블로는 열여덟살인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그냥 외로운 청춘, 이유도 모른채 외로운 우리였다.

타블로의 책이라길래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10개의 이야기, 끝이 정해져있지 않은 그저 삶의 한 조각이 내 머릿 속을 마구 헤집었다.

더불어 가슴도.

사실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었다. 읽으면서 아 그래, 그렇지 라는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무언가가 가득 밀려와 나를 그 속에 빠뜨렸다.

엠피쓰리에 있는 에픽하이의 노래를 찾아 헤드셋을 쓰고 10분간 자고 일어나니

생각이 많아져 있었다.

 

스무살의 타블로는 (적어도 내가 아는, 즉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타블로와 거의 같았다.

그는 자라지 않는 사람 같았다. 아니, 늘 같은 사람 같다. 그래서 그가 좋다.

 

모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타블로의 소설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훔치러 갈까 하는 생각을

했던 나에게 온 이 책은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그저 외로운 청춘은, 아름답다. 청춘이니까.

 

 

 

+) 책을 보기 전까진 그냥 텍스트만 있을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 뉴욕을 찍은 사진이 있어서

감동받았다. 책을 받아들고 울 뻔 했다. 사실 너무 아까워서 하루에 한 편씩만 읽으려고 했는데

한번 시작하니까 끝까지 다 읽게 되더라. 내용도 좋지만 책이 너무 예쁘다.

 

+) 한가지 소망이 더 있다면 번역하지 않은, 영어로 쓰여진 소설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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