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mila > 그림을 사고 싶었다.
그림과 그림값
김재준 지음 / 자음과모음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그림을 사고 싶었다. 포스터가 아닌 화가의 손길이 담긴 작품을... 판화 한장이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외한이라는 이유로 바가지를 쓰긴 싫었다.

아마 이 책을 찾아 찾아 여기까지 온 독자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책은 97년도에 발간된 책. (게다가 절판까지! 하지만, 이 책은 서점에서 의외로 어렵지않게 구할 수 있다.) 지금은 2003년인데, 과연 '그림값'에 관한 정보가 여전히 유효할까?

구입하자마자 단숨에 읽은 후에 내린 결론은, 뒤늦게나마 이 책을 구해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것이다. 물론, 책 속에 적혀있는 작가별 작품 가격에 대한 정보는 지금와서는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년간 심한 불경기였다는 걸 감안하면 그다지 변화가 없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어느 화가는 호당 얼마더라'라는 정보 그 이상이다.

책값 몇천원에 이런 귀한 정보를 마구 내돌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많은 걸 알려준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서 그림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사야되는 가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본인이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개인적으로 겪었던 온갖 시행착오를 정말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다. 덕분에 저자가 엄청나게 치뤘을 이른바 '수업료'를, 책을 읽는 우리들은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보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짜배기 정보는 혼자서 꽁꽁 숨겨놓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들만 바깥 세상에 공개한다. 인터넷이 때때로 쓰레기 하치장 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진정한 '정보 공유', '정보 공개'가 뭔가를 보여준다. 아마도 미술품 수집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최근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된 책 한권만 더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면서도, 그걸 바라는 내가 염치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참, 그림은 아직 한점도 못 샀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충고대로 좀더 '눈'을 키우고 구입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내가 고른 화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날, (음, 상상만 해도) 얼.마.나. 기.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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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mila > 웬디 수녀, 미국에 가다.
웬디 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 1
웬디 베케트 지음, 이영아 옮김, 이주헌 감수 / 예담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리스트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이란 나라에 가면서 미술관 구경할 생각에 가슴 부풀어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보다 더 현대적이면서도 자극적인 구경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슬럿머신을 땡기고 뉴욕 거리에서 뉴요커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걷고 싶다는 것이 우리가 미국여행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기대이다.

뉴욕이나 시카고에 갔을 때, 나는 그래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들러보기는 했었다. 이제사 생각해 보면 두 곳 모두 대단한 미술관들이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한참이나 어렸던 나는 미술관 관람에 최소한의 시간만을 할당했고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관람을 마쳤었다. 미술관말고도 가고싶은 곳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웬디 수녀의 책에서 두 미술관을 다시 만난 나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다. 내가 그 미술관들에 과연 가보기는 했던 걸까.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아주 소중한 경험을 망쳐놓은 건 아닐까.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선입견을 갖기는 웬디 수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웬디 수녀는 이 책 속에서 상당히 흥분하고 있다. 미국이란 나라 곳곳에 그렇게 훌륭한 미술관이 많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미술관들마다 훌륭한 소장품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에 내내 감탄하고 있다. 애초에 기대가 크지 않았기에 놀라움이 더욱 컸을지도 모른다. 지면 상의 한계 때문에 다루지 못한 미술관들과 작품들에 대한 아쉬움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덕분에 이 책은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관 기행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수적으로는 많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만큼 한 작품에 대해 그녀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의 길이는 짧아졌다.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그녀의 푸근한 이야기들은 좀 더 길게 들어야 맛인데... 내 바램을 만족시키기에는 모든 글들이 너무 짧기만 하다.

그러나, 역시 글자 수의 제약도 그녀의 삶에 대한, 그림에 대한 통찰력을 빛바래게 하지는 못한다. (단지, 구성진 맛이 덜해졌다고나 할까.) 내가 가장 사랑해마지않는 그녀의 '보통 사람들의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여전하다. 그녀는 옹졸하지 않다.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의 들끓는 욕망을 경멸의 대상으로 손쉽게 분류하지 않는다. 좀더 높은 곳에서 인간들을 가여운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기로 만든 도박용 게임 세트'를 보면서 '하느님, 불쌍한 도박꾼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드리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그것들을 보며 '삶의 감각적인 품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게 그녀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참, 잊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 소개된 작품 가운데는 12세기의 고려청자 물병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애국하면 망한다'는 백남준의 말에 몰표를 던지는 사람이지만, 이런 순간엔 정말 순수한 즐거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더우기 오리 모양의 이 고려청자 술병이 책속의 다른 어떤 작품들 못지않게 훌륭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때에는. (이 청자가 시카고의 미술관에서 수많은 세계인들을 기쁘게 만들 걸 생각하면, '어,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왜 거기 가있지? 언제 약탈당한거야?' 하고 마냥 흥분해 할 일만도 아니다.) 웬디 수녀가 이 청자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볼까? '나는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언짢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온 한국인(고려인)이 이 물병의 아름다움에 미소 짓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웬디 수녀님, 알고 계신가요? 힘겨운 하루를 보낸 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짢은 기분을 달래는 한국의 여인네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아, 미국을 다시 방문하게 되면 미술관 바닥에 죽치고 않아 하염없이 작품들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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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mila > Book in the Nook, 홍선아

Seonna Hong
Book in the Nook
2004
Cel vinyl on wood

2004년 미국 에미상을 수상한 재미교포 애니메이터 홍선아씨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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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mila > Self Help, 홍선아

Seonna Hong
Self Help
2004

2004년 미국 에미상을 수상한 재미교포 애니메이터 홍선아씨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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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mila > 신디 셔먼 Cindy Sherman - History Portraits

신디 셔먼의 작품 가운데서는 아마도 Untitled Film Still 시리즈가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내가 처음 그녀를 알게된 건 History Portraits 시리즈를 통해서이다.

비평가들이 그녀의 작품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History Portraits 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은 아무래도 '낯설음'이었을 것이다. 작품 속 명화들은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 했지만, 그 명화들은 낯설기만 했다. 그리고 내눈엔 명화보다 '신디 셔먼'이 먼저 보였다. 과장된 듯한 분장과 만들어붙인 유방과 코의 경계선이 두드러져 보일 수록 신디 셔먼이 '내가 보이니?'하며 묻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차갑디 차가운 풍자가 거기 있었다.

Untitled Film Still 시리즈는 내눈엔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History Portraits 시리즈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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