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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기 위해 눈을 뜹니다 - 나를 잃지 않는 태도에 관하여
정혜덕 지음 / 위더북 / 2026년 6월
평점 :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자신을 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 단단하고 유쾌하게, 살랑으로 붙든 자립의 태도 -
삶을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에세이였다.

가장 먼저 공감했던 부분은 아이를 키우며 “내 삶의 주도권을 자식이 쥐고 있는 것 같았다”는 고백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문득 ’나는 어디에 있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솔직한 마음이 꼭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저자는 유방암을 겪으며 몸의 아픔뿐 아니라 마음의 흔들림까지 숨기지 않는다.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괴감을 느끼고, 번아웃으로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이는 모습, 회색 파도가 밀려올 때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는 고백은 읽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나 역시 2형 양극성장애를 겪으며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병의 이름도, 증상도 다르지만,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듯한 허무함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 ‘예전의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남의 투병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대신 써 내려간 기록처럼 읽혔다.
유방암을 진단받은 뒤에도 병을 공부하며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는 저자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두려움 앞에서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이해하려고 애쓰는 태도가 결국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또 남편과의 엇갈림을 보며,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도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채찍질하는 대신 잘 먹고, 충분히 쉬고, 여행을 가고, 친구를 만나며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 깊은 위로가 되었다.
나도 늘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곤 했는데, 이 책은 회복에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었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 것은 천지에 가득하다.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힘든 날에도 계절은 흐르고, 아이들은 웃고, 따뜻한 밥 한 끼와 좋은 책 한 권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마지막의 “우울과 불안을 평화의 왕께 맡기고 오늘 하루를 담담히 살아가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회피엔딩이다.“라는 문장은 신앙을 가진 내게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미래를 모두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내게 ‘아프지 않은 삶’을 말해준 것이 아니라, 아픔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보여주었다.
병은 달라도 정서적인 괴로움은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꼈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선물받았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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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p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뭔가가 치밀어오르곤 했다. 자식이라 는 존재가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나는 그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집중했던 에너지를 고스란히 자식에게 들이붓는 과정이 낯설고 어색했다.
67p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이라도 튼튼해야지. 뭐든 와작와작 깨물면서 나를 밟고 올라선 인간들을 잠시 씹기 라도 해야지. 그러고는 다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기 쁨에 집중해야지. 양치도 기쁨도 너의 몫이다.
101p 유방암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한 가지 주제를 집 중적으로 탐구하는 재미, 몰랐던 분야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김영민 교수가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말 했던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암 때 문에 경험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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