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 K - 2013 제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홍훈 지음 / 연합뉴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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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야구가 누구나 좋아하는 스포츠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야구를 보지 않는다. 룰도 모르겠고 시간은 길기만 하고 재미있는지 딱히 모르겠다. 올해도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다들 웃고 울고 했지만 전혀 관심이 없는 나로써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야구소설. 좋아하는 작가인 박범신, 정이현이 심사위원으로 뽑은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만든 문학상. 제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훌리건K

야구에 대해 이해 할 수도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이 책에 정이가기 시작했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비교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야구 경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다. 사건이나 단어의 각주도 제법 자세하고 위트 있다.

 

야구계의 절대적 국민심판 포청천이 군림하는 가까운 미래가 소설의 배경인데 그의 판결에 약간이라도 반기를 들면 훌리건으로 간주되어 특별 관리를 당하게 된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기본으로 하고 훌리건은 거주이동의 자유까지 모든 것을 통제 당하고 관리당하며 살게 된다. 전설적인 훌리건이 된 K씨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아들이 대신 이야기해준다.

 

야구의 오심, 승부조작. 정당한 항의. 그러한 투쟁의 과정에 대한 서술인데, 이것은 전체주의에 대한 풍자와 독재에 대한 비판,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스포츠 승부조작까지 광범위한 사회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훌리건이 왜 훌리건이 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들을 단순히 스포츠맨쉽을 위배하는 저속적인 행동을 하는 반사회적 인물들이라고 규정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렇게 분노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는 문제이다.

 

야구가 절대 권력으로 풍미하는 시대에 훌리건이라는 건 모든 사회생활의 박탈을 의미한다. 하층민이 되어 살아가는 가족이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당당하다. 그러한 삶의 자세는 정말 본받고 싶다.


야구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은 생겼다. 잘 모르는 분야라고 아얘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겠다.

작가의 말처럼 야구선수가 그 하나의 공을 던지기 위해 얼마나 고분분투 했을지를 생각하며......

 

63쪽 

“형은 야구를 잊었을지 모르지만, 야구는 형을 잊지 못했나보지. 그래서 이렇게 야구공이 제 발로 나타났는지 몰라. 그래 맞아. 그날의 오심을 잊지 못한 야구공의 꿈을 형이 대신 꾼 거야. 야구공은 꿈을 꿀 수 없으니까. 그때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정당한 항의를 하지 못한 형을 원망하며 원통함을 호소하는 거야.”

“야구공은 항의할 수 없잖아. 항의를 할 수 있는 건 야구선수뿐이잖아. 한번 야구선수는 영원한 야구선수야.”


98쪽

투수가 던지는 공은 그 선수의 운명이다. 

투구할 때 고통스러워 보일 정도로 몸을 비트는 까닭은 지름 7.23센티미터의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던지기 때문이다. 야구공에 새겨진 108개의 실밥을 괜히 백팔번뇌라 부르는 게 아니다. 


124쪽 

"진정한 야구광이라면 단순희 야구를 관람하러 야구장에 오지 않잖앙. 야구장을 찾아오는 것은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관중은 열두번째 선수라는 격언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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