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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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7년의 밤에서는 세령시를 묘사하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화양시가 주 배경이다. 

작은 지방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실하고 세밀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수법을 구사한다. 

전작도 영화화하면 참 좋겠지만 이 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재형 링고 동해 윤주 수진 기준 등 다인칭 시점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각각의 시점에서 상황을 묘사하고 그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늑대개 링고의 시점이 특히 더 몰입이 되었다. 

개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간호대학을 나오고 간호사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 문학계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멋지다. 멋지다. 멋지다. 


구제역으로 수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면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인간의 가장 친숙한 친구인 개(강아지)에게서 정체모를 전염병이 걸린다면 인간은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에서......

나도 걸리도 너도 걸리는 누가 걸릴지 모르는 질병이고 어디서 와서 어떨게 사라졌는지 모르는 그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재형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재형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수의사로 개를 가장 사랑했던 그러나 나의 생존을 위해서는 밧줄을 놓아버렸던 그의 마음에 심심한 위로를......


 OST도 참 좋다. 특히 링고의 테마. 


[밑줄긋기]

347쪽

"욕망이 없다면 잃어버릴 것도 없어. 잃을 게 없다면 두려움도 없고. 드림랜드에 있으면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잃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적어도 그때보다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야."


472쪽

일상을 멈추라...... 그의 위장 속에서 조약돌 같은 것들이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그것이 웃음과 분노라는 걸 목젖이 열린 후에야 알았다. 기준은 낄낄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기둥 구조물에 등을 기대고 발아래 차량들을 내려다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일상을 멈추라니. 살아남은 자가 몇이나 되는지도 모르는 곳에 와서 일상을 멈추라니.

화양에서 일상을 앗아간 세상은 화양을 잊은 것 같았다. 죽은 자를 땅에 묻듯, 시간과 망각 속에 화양을 매장해버린 후 자신들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화양에 대한 뉴스는 점점 줄어들었다. 곧 시작될 브라질월드컵 얘기에 밀려 어느 날엔 아예 언급도 없이 넘어가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날 새벽’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날 새벽, ‘700미터 구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상이 밝혀지려면 기나긴 세월이 지나야 할 터였다. 바깥세상 사람들은 그 일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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