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이 좋다. 

첨 책을 보고선 왜이리 얇아! 하고 투정을 했다. 예상대로 한두시간이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여운이 남는다. 생각이 남는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된다. 

이 소설의 마력이다. 


치매에 걸린 70살의 연쇄살인범이 일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한다. 

치매에 걸려있기에 책은 여백이 많고 생각의 흐름을 끊어준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자꾸 잊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도 잊게 된다. 

잔혹한 살인마가 두려워 하는 것. 그건은 시간이고 기억이다. 

기억하는 것이 사실일까 내 상상속의 현실일까?

현실과 기억이 뒤죽박죽 되고, 그리고 서서히 사라진다. 빨리 읽히지만 계속 잔상을 남긴다. 


70살의 할아버지가 좀비를 믿는다고 하는 그의 사상과 유머가 왠지 모르게 웃음을 짓게 했다. 좀비 무섭다. 근데 나도 있을 것 같다. 


[밑줄긋기]

북트레일러  http://youtu.be/g9opTh5eP8c


46쪽

나는 좀비가 진짜 있다고 믿는다. 지금 눈에 안 보인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좀비 영화를 자주 본다. 


144쪽

나도 죽으면 좀비가 될까. 아니, 이미 돼 있는 건가. 


47쪽

두렵다. 솔직히 좀 두렵다

경을 읽자.


48쪽

머리가 복잡하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마음은 정처를 잃는다.


63쪽

"박주태는 어떻게 만났니?"

아침을 먹다 은희에게 물었다.

"우연히요, 정말 우연히요."

은희가 말했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115쪽

사람들은 악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부질없는 바람. 악은 무지개 같은 것이다. 다가간 만큼 저만치 물러나 있다. 이해할 수 없으니 악이지. 중세 유럽에선 후배위, 동성애도 죄악 아니었나.


144쪽

한 남자가 찾아와 만났다. 기자라고 했다. 그는 악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그 진부함이 나를 웃겼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악을 왜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말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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