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잡상인 - 2009 제3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우승미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표지부터 신선하게 다가왔다.
유쾌하고 즐겁고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소시민적 감동이 있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기 전에 그냥 몇장만 읽어볼까 하고 책을 들었는데, 넘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어서 졸음이 다 달아나 버려서 책을 다 읽고 잠들었으니 말이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개그가 아닌 코메디를 하고 싶어하는
곱상한 외모가 비해 웃기지는 못하여 방송국 입성 한달만에 쫓겨난 무명 배우 철이.

먹여주고 길러주신 할머니 조지아 여사의 성화에 못이겨서 지하철 잡상인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것도 지하철 최대의 판매와 미스터 리의 제자가 되어서...

그러나 그의 실력은 단돈 천원.
얼마가 지나도 도무지 매상이 늘 생각을 안한다.
세상은 그만큼 냉정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만나게 된 청각장애우 수지.
수지는 듣도보고말도 하지 못하는 동생을 가지고, 임신까지한 상태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듣지도 보지도 말도 못한다면 세상에 어쩜 비참하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건 우리가 장애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였다.

수지의 동생 효철이는 점자책을 찍고, 출판하는 유명한 점자 저술가 였던 것이다.
수지 또한  동화책에 삽화를 그리면서 제 밥벌이를 하고 있고...

부모님이 안 계시고 남매 둘이 살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분위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음식도 잘하는 그 집에 한 두 번 놀러 갔다가,
어쩌면 사지 멀쩡한 철이는 제 밥벌이 하나 못하고 그들 집에서 동거 하는 지경에 이른다.

소소한 재미가 있고, 슬며시 웃음짓게 하는 유머가 있고,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달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철이가 연극판에서 즐겁게 코메디를 펼치고 있을 그 날을 꿈꾸어 본다.


97
때로 바보가 현자보다 더 지혜롭기도 하지. 바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지 않니.
그건 현자가 알려 주는 지식보다 더 가치 있는 거야. 어쩜 이렇게 꼭 맞을까.
너는 바보, 광대잖니. 너는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야. 이 카드의 번호 0은 시작을 의미하는 숫자란다.
이제 너는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게 될 거야.

180
사랑이라는 것, 늘 동정과 연민에서 시작돼. 누구에게나 삶은 고달픈 거잖아.
상대방의 고달픔을 보고, 너도 힘들구나, 너도 나처럼 아프구나.
그렇게 생겨나는 감정이 동정이고 연민이야. 타인에 대한 배려든 사랑이든 희생이든 모두 동정과 연민의 바탕 위에 있어.
그러니까, 동정이든 연민이든 사랑이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다 같은 거야.
철이씨, 사람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위에 설 수 없어. 우리는 모두 다 아래에 있으니까.

206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나에게 1000원을 주었어. 네가 갖고 있는 전부를.
너는 항상 네 전부를 던져. 사람들은 그렇게 전부를 던지지 않아.
자신을 위해서 조금은 남겨둔다고. 바보처럼 너에게 내 전부를 던진다면, 받아 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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