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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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 받아서 바로 읽는 중.. 몰입도 쥑입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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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 옛날 태고적에(?)- 라고 해봤자 지금으로부터 16년전 이야기지만 여기 계신 펭클분들 중에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도 계실지 모르겠다. - 웅진풀판사에서 정말 위대한 프로젝트 두 가지를 행하시고 말아먹은(?) 것이 있었는데(이건 정말 독자들에게는 최상의 선물이었다.) 하나는 일문학의 발견 시리즈요. 또하나는 바로 위에서 보시는 것 처럼 "포스트모더니즘 걸작선집"이었는데 하도 안팔려서 거의 2년도 버티질 못하고 절판...... 그 이후 숱한 매니아들이 헌책방을 찾아 헤매이게 만든 사건의 시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지금이야 왠만한 것은 복간 되었지만 불과 사 오년 전만해도 부르는게 값이요. 씨가 말라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책 중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바로 진 리스 양의 "광막한 바다, 사르가소" 되겠다. 일문학의 발견 시리즈는 당시 대충 동네 도서관에 구비되어 어렵지 않게 읽어 보았으나 "포스트모더니즘 걸작선집"은 도대체 보이지가 않고 우연찮게 대 소설가들의 포스트모더니즘 단편으로 묶인 1권 "사랑의 오류"만 구해서 읽었는데 감동 그 자체였다. 대강 사정이 그러한 지라 기다려라 그러면 복간되리라! 굳은 신념 가슴을 부여잡고 기다리다 보니 웅진에서 못 내 아쉬웠는지 펭클에서 다시 새로운 역자분과 판형으로 내어 주시니 오호 은혜로울지고...... 이건 약간 신파로 흘러가는 경향은 그냥 흘러나오는대로 마구 써버리기 때문이니 이해해 주시라. 이하 각설하고,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기 위해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를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단언코 말하건데 문고판이라도 먼저 읽고 보고 며칠 쉬었다가 진 리스의 책을 펴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에는 자명한 일이다.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읽기 위해 먼저 앙리 바르뷔스의 "지옥"을 꾸역꾸역 읽어대는 멍청이나( 내가 그랬다.. 흑) 책 이름은 여덟살 먹은 초딩들도 아나 본인은 실제 전체 다 읽어보았는지는 의문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단테의 "신곡" 등을 다 읽을 필요는 없노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읽어야 이해가 된다. - 하는 것과 같다.(이건 살짝 오버한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인에어를 읽고 나서 그 다음에 진 리스의 책을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하나 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가볍게 모더니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훑고 가면 금상 첨화다. 책 좀 읽었다 하면 한번은 들어 본 [의식의 흐름] 기법을 처음으로 사용한,모더니즘 소설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는 헨리 제임스의 "유령의 집" - 이 책은 현재 절판 되었고 민음사에서 원제인 "나사의 회전"으로 복간 되었다.- 도 읽어보면 준비는 끝났다고 볼 수 있겠다. 책 하나 읽는데 뭔 준비가 이리 필요하느냐 하시겠지만 고전읽기의 어려움과 즐거움은 이렇게 슬슬 이력이 붙어 나가면서 속도가 는다. 위에서 언급한 단테의 신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왠만큼 고 중세 고전을 통독하지 않고서 발끝에도 이르지 못한다. 제목은 다들 들어봤으나 실제 읽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이리하여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두권 정도만 먼저 숙독하면 읽는 즐거움이 두 새배는 되니 참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 것이다.    

 



 

   사실 위의 헨리 제임스의 책을 한번 읽어보면 그 다음에 소위 모더니즘이라고 불리우는 의식의 흐름기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념을 잡을 수 있으며 그 어렵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도, 아는 사람만 재미있게 읽는다는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도 음미할 수 있다.  소설 자체도 미스터 스릴러(?)에 가까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나름 재미도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아...... 그렇다고 민음사판 제인에어 914쪽 짜리 두권의 완역판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고등학교때 위의 문고판으로 퉁친게 전부이다. 유혜경 선생의 유려한 번역체와 줄거리를 짧게 함축하면서도 그 숨은 의미를 놓지치 않는 노련함이 엿보이는 자주 좋은 문고판의 표준이라고(나만의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은 안 그럴 수 있고 짜증날 수도 있어요 ^^ 완역판 읽으신 분들께는 살짝 죄송합니다.~) 생각한다. 그럼 대략 제인에어의 줄거리를 훑어보기 전 - 줄거리는 다들 아시고 스포일러성 반전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니  - 유혜경 선생의 작가 소개는 어떠했는지 보자. 

[여성으로성의 삶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피력한 샬로트는 단번에 근대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이다.]

일종의 성장소설인 제인에어는 고아에다 어린 시절 핍박을 받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기숙학교에서 어엿한 숙녀로 자라게 되고 졸업 후 큰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문제의 집주인인 로체스터는- 이 녀석은 도대체 별로 호감을 가질래야 갈 수 없는데 간혹 로체스터를 꽤 멋지게 생각하는 여성분들도 있다.  예로부터 나쁜남자=소수 멋진 남자 공식이 불변한건지도 모르겠다. - 제인에게 청혼을 하고 받아들이려는 찰나 광기에 미친 여자의 존재를 알고 - 아시다시피 미친 여자는 로체스터의 부인 (이혼하지도 않았다. 도대체가...)임을 아는 순간 그의 곁을 떠난다. 이후 꽤 고생을 하다 어느 목사관에 도움을 얻고 목사 녀석도 -죄송합니다. 작중 인물에 대한 말이지 대다수의 건실한 목사님을 지칭하는 건 아닙니다. - 청혼을 하고 (아... 이런 꼬릿말이 자꾸 붙는건 제인에어가 꽤 매력적인 아가씨이기도 하지만 제인 에어는 왜 이런 별로 마땅찮은 녀석들에게만 눈에 드는 건지..) 로체스터를 잊지 못하는 제인에어는 목사께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동지가 필요함을 느낀 후 청혼을 거절하고 다시 로체스터에게 달려가나 광인의 아내는 불을 지르고 로체스터는 그 때문에 장님이 된다(아 .. 절름발이도 되지요.) 그리하여 아내가 공식적으로 죽었음으로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아... 너무 시니컬한 줄거리였나요. 다들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하기에 대강 큰 줄기가 이렇다 말씀드리게 되네요.) 자, 여기에서 당대 평론가나 지금의 독자들도 제인에어가 로체스터를 정신적으로 구원하는데 큰 의의를 두는데 진 리스는 이것에 대해 상당히 짜증이 좀 났나 보다. 도대체 로체스터의 전 아내는 왜 미쳤는지. 저 망할 녀석이 혹시 그렇게 이끌지는 않았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나는 심히 진 리스의 그런 마음에 동조를 표한다. - 그렇습니다... 저는 남성입니다.~ 이미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심심할때마다 한권씩 사놓은 소담 문고들, 다들 눈에 익숙하시겠다. 베스트셀러월드북 시리즈는 가격도 매우 싸고 번역도 양호하며 원작에 질릴때 입문용으로도 그만이다. 저중 내가 제일 좋아라하는 책은 셀린저님의 "호밀밭의 파수꾼"인데 어떠한 번역보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공경희의 민음사판을 최고로 치며 어떤 이는 문예출판사의 이덕형본을 추천하는데 잠시 곁가지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도 아시는 디시 인사인드 갤러리, 줄여서 디갤이라고 하는데 때 아닌 입에 올리기 좀 민망한 귀두 논쟁이 한창 벌어진 적이 있었다.(귀두를 잘 모르시는 분은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검색을.... 민망하고 저질이라고 하신다면... 흑흑 ) 원서의 'head'를 어떻게 번역하는가 였는데 공경희님께서 '귀두'라고 번역하여 일부 독자들의 항의를... 이덕형 님께서는 '그거'라고 번역하셨는데 소담 출판사본의 김재천님께서는 '대.가.리.'라고 멋지게 의뭉스러우면서 고급스럽고 저속하지 않게 (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성분들께 사죄를... 남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찾을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사실 홀든이 존경스러워했던 역사 선생이 왜 그러했는지 그 설정은 왜 필요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실 이건 참 슬픈 상황이었고 가슴이 아팠던 부분이기도 했다. 홀든, 이 녀석이 기댈 곳이라는 아무 곳도 것도 없다는 것 그것을 극대화 시키는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자시고...... 아..... 이야기가 너무 뚝방길로 굴러떨어졌군요. 다시 제자리로.   



  너무 쓸데 없는 이야기로 주절주절 늘어 놓는다고 웹페이지를 이전으로 눌러도 할말은 없겠다만. 이제부터 살짝 정신 차리고 가볍게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리뷰에 너무 상세한 내용이나 줄거리 따위를 써버리면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니......- 이하 제목이 너무 길어 [광사바] 라고 하겠다. 광섭아~ (쩝 내 친구 중에 광섭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는데 이런... 자꾸 부르고 싶네...... 예전부터 드라마 이름 줄여 부르는게 유행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수삼]이 제일로 당황스러웠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네요.) 

아, 그리고 팽클의 표지 위 '팬티'는 싱경쓰지 마시기 바란다. 팬티 아래가 궁금하심 요네하라 마리로 검색하시면 되겠다. - 음란한 책 아닙니다. 이 분 책 중 제일로 재미있고요~ -

 

  역시 펭클의 표지는 굉장하다. 특히 광사바의, 저 강렬하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존 민튼의 『자메이카 킹스턴 인근 풍경』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다. 숨막히게 더운 열도의 기운이 온몸을 후끈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표지를 잘 기억해 두자. - 책을 읽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서문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중에 읽는게 신상에 이롭다. 다 알고 보면 재미 없으니까 말이다. 나처럼 꼭 옮긴이 해설을 먼저 읽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러면 안된다. 재미없다. 이 책은 쉴 것 없이 바로 본문 제 1장 쿨리브리로 뛰어 들면 된다.  주해는 찾아보는게 이해하기 좋긴 하지만 뒤에서 뒤적거리는 거 끔찍이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은 난감하다. 그래도 챙겨 보면 좋다. 개인적으로 주해는 책 바로 밑에 두는 것이...... (뒤적거리다 몰입을 방해하는 것 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죠)   
 


   인상깊은 귀절 하나 : " 어떤 일이 일단 발생하면 그 사건이 언제, 왜 발생하였는지는 잊어버린다 해도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영원히 존재해요."    p35


 제 1장 쿨리브리


  [ 우리의 정원은 크고 아름다웠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그 정원처럼. 그곳에는 생명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정원은 이미 피폐해진 진 오래였다. 산책로에는 웃자란 풀로 덮여버렸고 죽은 꽃들의 냄새가 새로 피는 꽃의 향기와 섞여 있었다. 삼림 속의 수목처럼 키가 큰 양치식물과의 나무들 아래에선 햇빛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

 주인공인 앙투아네트의 비극은 자라고 나온 환경이 영혼을 지배했던 것 같다. 자메이카의 무더운 열기와 낮은 습도, 원주민들 노예주의 가난한 딸로서 어린 시절을 지내야 했던 상황을 그린 문장은 내내 가슴을 누르고 옥죄어 간다. '제인에어'의 문장이 단정적이고 간결하게 써내려 갔다면 '광서바'는 다양한 언어와 변종의 모호한 구성적 설정이 지배한다. 이는 위에서 말한 의식의 흐름기법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정부분은 진 리스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슬쩍 끼워 놓은 느낌이 강하다. 진 리스의 자전전 배경을 가지고 쓴 서문을 읽으면 꽤 짙은 여운이 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 2장 그랑부아

[ 베란다에 서서 나는 대기를 감도는 달콤한 향기를 들이마셨다. 정향, 계피, 장미 그리고 오렌지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도 맡아보지 못했을 이 향기들이 나를 취하게 한다. 앙투아네트가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나를 불렀을때 나는 즐겁지 않았다. 버려져 황폐해진 집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


2장은 로체스터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맺는데 - 1장은 당연하게도 앙투아네트의 시점입니다. -  이 녀석도 참 우울한 놈임에는 틀림없다. 제인에어에서 보여지는 머 그런 멋진 모습은(?) 그닥 보여지질 않는데 그땐 이미 버사를(앙투아네트는 로체스터와 결혼 후 버사라는 이름으로 바뀌는데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라 간다고 하지요.) 다락방 높은 곳에 가두어 놓고 재미보던 시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좀 속된 말로 찌질이에 가까운데 아멜리와 밤을 새우고 대니얼의 헛된 이야기에 동요되어 앙투아네트의 신의와 열정을 무시해 버리고 만다. 뭐 이쯤에서 대강 독자들은 눈치를 채게 되는데 그렇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로체스터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아까 표지를 잘 기억해 두라고 말한 이유 중 하나가 피상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백인들은 더위 자체에 맥을 못추는 경향이 있어 가끔 광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은 이 예를 들기엔 애매한 구석이 너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영향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종종 있어 왔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앙투아네트와 로체스터 둘다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 제인에어가 제인의 자아 구축의 테마를 가졌다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한 여성이 처참히 파멸되는 과정을 통해 제국주의와 가부장 제도가 근간하는 남성 우월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의 악성을 고발한다. 뿐만 아니라 리스는 소설을 억압당한 타자들의 시각에서 보아주기를 독자에게 부탁한다. 리스는 광기와 꿈을 통해 앙투아네트가 오히려 자신을 찾고 보복의 행위를 감행하며 해방을 맛보는 과정을 또한 제시한다. "   p271~272  작품해설 중


  제 3장 손필드는 제인에어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봄으로 상세한 내용을 생략하기로 하고, 위의 작품해설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은 리스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하나로 응축된 문장이여서 였음을. - 이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읽어나가면 좀 더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타자가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구나(어느 것도 본질은 될 수 없지만) 하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책 읽은 후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보자면 위의 다소 거창한 주제보다도 앙투아네트의 광기와 그 꿈에 대해 흥미로웠는데 그 이면에 숨어있는 태생적 원죄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적 배경에 휩쓸려 자아의 정체성과 사회관습에 의해 철저하게 무너지는 심리학전 측면에서 작품을 바라본 것 같다. 

   펭클의 가장 큰 매력은 번역의 매끄러움이다. 어렵지 않는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가며 독자의 이해를 최대한 도우며 문체의 유려함을 잘 살려낸 역자의 탁월한 능력인 듯 싶다. 주제와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서사와 치밀한 묘사 또한 한국인들이 세계 고전 문학에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번역투의 문장때문에 읽기의 괴로움은 독자또한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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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loly 2011-04-2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해가 둘러쌓인 책속에서 책보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적입니다^^저도 광소사 같은 책을 좋아하는데요..책 많이 보신분같아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은 오만과 편견,제인에어,폭풍의 어덕,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시라노, 오페라의 유령 같은 로맨스-_-;가 포함된것들과.. 인간실격, 지하생활자의 수기..같은 인간 본연의 깊고 은밀한곳을 관통하는 책 입니다. 제 맘에 쏙 드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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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현실의 암울한 기운이 깃든 책을 찾지 않기 시작했다. 일종의 피해의식 이기도 했고 누구말마따나 기쁜 세월 살기에도 바쁜데 굳이 괴로운것 을 찾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조세희 선생의 "난쏘공"은 아직도 이 현실 속에서 아둥거리며 존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외면한다. 관심을 갖는 이는 늘 소수이다. 내 밥을 챙겨 먹으면 그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내 주위가 어쩌다 한번 물들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버리면 그때서야 절망에 빠진 눈초리로 도움을 청해 보지만 사람들은 외면한다. 관심을 갖는 이는 늘 소수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별탈없이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하고 자위를 하면서 말이다. 불쌍하고 안쓰러운 눈초리로 한번은 돌아보겠지. 그리고는 나의 할일로 돌아가 까맣게 잃어버린다. 

   작가 서문에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강한 심장을 준비하라고 했을 때에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허삼관 매혈기" 처럼 나름 해피앤딩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인 특유의 고난의 자아를 해학으로 버물여 내겠거니 마음을 턱 놓고 무방비 상태로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늘 이런 식이다. 작가의 말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제멋대로 정좌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쇼크는 크다. 딩씨 할아버지처럼 하염없이 꿈을 며칠간 꾼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제대로 판타지 리얼리즘에 당한 것이다.  허삼관을 꾀어 처음 피를 팔게 한 이는, 피는 메마르지 않는 샘과 같아서 퍼내면 퍼낼수록 많아진다 했고 딩씨의 할아버지도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의 큰 아들은 매혈의 우두머리가 되어 큰 돈을 벌게 된다. 그리고 피를 빼고 닦은 약솜을 여러사람들에게 다시 사용하고 곧이서 열병이 들불처럼 일어나면서 이 모든 끔찍하고도 불행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열병은 에이즈 였고 매혈을 한 사람이나 그 가족이나 할 것 없이 전염되어 버린 딩씨마을에선 내일 모레 죽을 이들에게도 권력의 암투와 더러운 속임수와 거짓말,도둑질 그리고 사랑도 피어난다. tv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막장의 이야기는 너무도 슬프고 애닳아서 몇번이고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강한 심장을 준비하지 못했던 나는 고스란히 그 펀치에 속절없이 당해 몇전이고 책을 덮어야만 했다. 어쩌면 우리는 딩씨 할아버지의 큰 아들이고 둘째 아들이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황이 그리 되어진다면 누구라도 그리 변형되고 모질어지며 순애보가 될 수 있으리라.  딩씨 할아버지가 감옥에서 풀려 마을로 돌아와 느꼈던 그 스산한 감정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당분간 옌렌커의 소설은 다시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모르는 척 하하 호호 거리며 당장은 현실을 외면하겠지. 누가 경찰청장이 되었든  딩씨 마을 사람 처럼 한바탕 욕지거리가 지나가면 다 잊고 살아가겠지. 마음 한 구석이 늘 텁텁한 느낌을 지니면서도......   현실을 있는그대로 바라보기란 참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심장을 준비하고 싸워 나아가여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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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책 1 판타 빌리지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변용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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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녀와 비빌의 책
 

옛날 옛적에 왕자가 살았드랬습니다.
왕자는 당연하게도 모험을 떠나지요.
모험을 떠나는 목적은 또 당연하게도 공주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주는 늘 꼭대기 탑에 갖혀 있습니다.
그리고 공주를 구하려면 용 따위나 숲속의 괴물을 물리쳐야 하구요.
당연하게도 도움을 어렵지 않게 받아 구해내고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렸을 적 서양 동화에서 늘 정형화된 줄거리는 이러했던 것 같았다. 좀 크면서 이런 류의 환상동화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가령 ' 쟤네들은 도대체 뭔 그리 왕자 공주가 많은 거야 ? 툭하면 옆 동네도 뒷동네도 앞동네 까지도 전부 다른 왕들이 다스린다니 원.." 이라던가, "어떻게 성만 벗어나면 바로 숲이고 도둑들과 괴물들이 설치는 거지 ?" - 이건 물론 고딩 교과서에서 배운 서양사로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였는데 머리가 크고 나서 미시역사를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영토와 왕의 개념이 동양과는 전혀 달랐던 것을 말이다. 

   어쨌거나 대강 열 댓살이 지나고 난 뒤 동화책을 읽는다는 건 어쩐지 좀 수치스럽고(?) 어른 답지 않는 행동이라 여기어지면서 줄거리만 언뜻 남게되어 추억의 부스러기 정도로만 머리속 어딘가에 처박혀 버리기 마련이다. 어쩌다가 원전 무삭제, 알려지지 않는 요런 문구에 홀라당 속아 읽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원래 구전 이야기는 꽤나 실망스럽기 마련이었다. 현실에서의 글읽기에 환타지 동화는 좀 거북스러운게 아닌가. (환타지 소설과 구분이 되는 경계점을 확인하자면 말이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층이 갈리는데 SF팬들은 대부분(?) 환타지-환상소설 포함-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충 눈치채실듯 하다.  환상소설을 주력으로 내고 있는 노블마인에서 "소녀와 비밀의 책"을 보았는데 정말 오랫만에 읽는 환타지 소설이다. 북스피어에서 펴낸 '퍼언 연대기'를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간만에 읽으려니 옷이 몸에 맞지 않는 것 처럼 거북스러웠으나 중반에 들어서자 꽤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소녀와 비밀의 책"은 꽤 복잡한 다중액자의 서술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복층에 이중구조까지 얽혀있어 책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간혹 도대체 이게 뭔 내용인지조차 감 잡을 수 없는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읽어나가다 보면 적응이 되고 오히려 즐기게 되지만 초반에는 좀 당황스럽다.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듯 싶다 돌아오고 다시 곁가지 이야기를 끊임없이 치고 나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반에 걸쳐 이야기의 큰 얼개가 그려지는 말쯤에는 무릎을 탁 치면서 이 작가 천재 아닌감 !  어찌 이렇게 엮었을꼬 하는 탄식이 흘러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1권과 2권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 듯 싶지만 1권에서의 뜻 모를 이야기가 2권에서 풀리는 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3권과 4권이 나올 테세로 끝을 맺지만 충분히 그 두 권으로 큰 재미를 맡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다.



  이 환상소설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면  이렇다.
한 소녀가 왕궁에 살았는데 소녀의 눈꺼풀엔 검은 반점이 있어 사람들이 악마라 칭하여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지만 술탄의 아들인 용감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게 되고 검은 반점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마법주문을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장대한 서술 구조로 들어가게 된다.  자! 앞에서 왕자가 모험을 떠나 공주를 구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기존 동화의 원형을 꽤 장난스럽게 틀어버리는 첫 이야기는 꽤 신선하면서도 이런 류의 글을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평소 상상력 훈련이 좀 덜 되어 있는) 당혹럽기만 하다.
왕자가 빈 몸으로 모험을 떠나지만 곧 배가 고파지고 어린 놈에게 밥 한숫갈 줄 이 없는 현실에 기러기라도 잡아먹으려고 죽이자 갑자기 미친 마녀가 나타나셔서 딸을 죽였네 난리를 치시고 모함이 시작되자 마자 노예가 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이뿐 만이 아니다.  마녀는 주절주절 자기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토해 낸다.  꽤 재미있지만 이런 식의 반복은 살짝 짜증이 날법하다. 요걸 잘 넘기고 나면 도대체 망할 마녀가 왕자에게 왜 이리 시끄럽게 이야기 하는지 왜 왕자는 죽은 기러기를 되살리기 위해 류크로타의 가죽을 찾으로 가야 했는지 뚱단지 같이 들른 선술집에서 밑도 끝도 없이 곰이 왜 사람으로 변신을 하고 술을 파는지 다시 곰으로 돌아가기 위해  '처녀가 순결을 잃고 바다가 황금빛으로 변하며 암컷의 몸에서 나지 않는 알의 날개를 타고 성자들이 서쪽으로 이동할때가 와야' - 도대체가 이게 뭔 소리랴... - 다 읽으면 고개가 끄덕거린다. 이게 그렇게 된 거구나. 굳이 신화에서의 원형의 해석 따위는 필요없다. 이건 꽤나 직설적인 이야기다.  그외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책을 읽을 분들께 누가 됨으로 그러하다는 것만 말씀드리고 1권 말미에 꽤 흥미로운 귀절 하나만 소개하고자 한다. " 역시 너는 내 아들이로구나. 나는 어떻게 왕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 나 역시 잠든 아버지의 심장에 칼을 꽂았느니라."
2권의 이야기 역시 아까 말했다시피 1권의 또다른 이야기이다.  배와 성자 처녀와 야수 꿈꾸는 도시의 이야기는 장황하지만 민첩하고 필수요소로 가득하다. 키노케팔로스(개의 머리를 한 인간)를 따라 나선 시그리드의 이야기를 축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이' 종족의 이야기(나의 몸을 보관하고 남의 몸으로 들어가다)와  라그닐드의 분노, 유방이 셋이 달린 괴물인 성 시그리드는 멈칫 멈칫하면서도 빨리 뒷장을 넘기지 않고서는 못 견디데 만드는 매력덩어리 들이다. 아리마스포이와 피닉스의 오래된 결투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결말에 이르러 슬프고 아팠던 사랑의 좌절과 새로운 시작의 암시는 큭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런 환상소설이라면 얼마든지 읽어주리라!! 내 아무리 SF만 죽어라 좋아한다 손 치더라도 말이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샤라자드가 천일간 들려준 "아라비안 나이트"는 어릴적 나의 꿈이자 동반자였다. 그 순수한 모험을 꿈꾸며 상상만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던 매혹적인 그때 그 소년처럼 오래간만에 네버엔딩의 모험이야기는 꽤 설레이고 즐거웠다. 상상력이 꽤 말라가 고민하던 차에 신선한 자양분이 되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사족하나 붙이자면 상상력 없는 글읽기란 꽤나 고역스러운 법인데 요즘 기계적으로 읽어나가는데 내 스스로 질려버려 꽤 힘들었는데 이 책으로 어느정도 치유는 된 것 같다. 이건 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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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 버즈북 1
호르헤 볼피 외 지음, 박세형.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단편하나 더 싣는게 좋을뻔 했다. 길잡이로서는 무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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