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 - 영성으로 이끄는 교육
얀 우베 로게, 안셀름 그륀 지음, 장혜경 옮김 / 로도스 / 2012년 6월
평점 :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저 정도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육아서나 아동교육 관련 책들이 집 책장에 놓여 있을 텐데요. 저 역시 얼추 눈에 걸리는 책들만 - 눈에 항시 보이는 곳에 - 손으로 집어 보니 열댓권이 넘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아이들 관련 지침서 책을 고르고 골라 추천을 받아 읽어도 대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해보면 저자가 아이를 과연 낳고 썼을까 하는 의문까지 드는 책들까지 포함해서 열에 아홉은 실패(?)하더군요. 미련한 부모는 미련이 남아 읽다 아니다 싶은 책은 중고책방에 넘기고 여전히 새로운 책을 찾아 헤매입니다. 아이가 커가면 커가는대로 뭔가 그 나이에 맞는 새로운 것들을 알아야 할 것 같은 부모로서의 강박관념이 무의식 중에 드나 봅니다. 훌륭한 부모라는 소릴 듣기 위해, 남부럽지 않는 교육 방법에 인성까지 챙기고 이왕이면 책을 가까이 해야 하며 남을 배려하고 리더십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말입니다. 요 근래엔 아빠의 역할이 중요시 하다고 하여 그쪽 관련 서적을 - 예를 들자면 [아이는 아빠가 키워라]류 같은... - 찾아 읽고 나서 드는 생각도 거의 같습니다. 저자가 권하는 행동 방식이 자기계발서와 그 패턴이 늘 동일하다는 거죠. 제가 돈 주고 사지 않는 책 중의 하나인 ........ - 머 가끔 인문교양서로 둔갑한 책(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같은....)에 깜박 속아 낚일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비범한 부모 교육 아래 역시 영재가 태어난 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수 많은 부모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독특한 학습법과 육아 방식은 (예전에 읽은 어떤 육아서에서 본 내용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아이가 서너살때 우유를 마시다 방바닥에 쏟았는데 그걸 혼내지 않고 삼십여분 간 아이와 함께 쏟은 우유로 여러 그림을 그리고 놀도록 유도해 주고 놀아주다 아이와 함께 쏟은 우유를 즐겁게 같이 치워서 아이에게 창조성과 자율성, 그리고 혼내지 않고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쳤다, 라는 내용에 솔깃하여 아내에게 슬쩍 이런 방식으로 아이에게 접근해 보자고 했다가 현실도 모르는 무식한 남편놈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는데 과연, 이건 참..... 현실이란 도대체 무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의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는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엔 낚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물을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가..... 라는 내용으로 착각했거든요. 거기에 부제가 '영성으로 이끄는 교육' 이라니, 아.....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에게 신에 대한 존재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겠구나 했는데, 뭐 이건 저의 착각이었구요. 직관적인 제목을 제 나름대로 고친다면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묻다>라고 말하면 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신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면 그리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제목과 책 내용은 그닥 상관성 있게 보이지 않네요. 제가 읽은 책 들 중 제목에 실패하여 기대에 차 있다가 던져버린 것들이 꽤 됩니다만, 어쨌든 이 책은 다행히도 아이들의 육아 교육서로 나름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부하지만 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엄마(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의 실천과 영적인, 영성의 길로 다가서는 길만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라는 방법론은 기독교적 관점을 떠나서 상당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 물론 교육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즉흥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상호 교감의 장이라는 의미에서 영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 익히 다른 육아서에서 보아온 것들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실천과정에서의 메시지는 많은 깨우침과 뉘우침 후회, 그리고 안도와 희망을 발견하게 해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례를 들어 나긋하지만 단호하게 말씀을 전해 주는 역자에게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여섯개의 파트 중 읽어도 읽어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네번째 파트 중 경계를 넘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편이었는데요. 아마 이 부분은 부모라면 반드시 읽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상호존중에 관한 면은 저 역시 조심에 조심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적인 찰나, 어리다는 잘 모를 것이라는 함정에 빠져 아이를 경계선에서 밀어 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느기고 후회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다섯번째 파트 중 하나인 아이에게 믿음을 준다는 것 편은 아이 보호에 너무 열심인 엄마들에게 꼭 이야기 해 주고 싶기도 합니다.
"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부모(특히 엄마)가 계속 경고를 하며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모가 끊임없이 조심하라고 말할때, 아이는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잃는다. 사기가 꺾이고 주눅이 든 채 보모의 불안한 예언에 사로잡힌다."
" 위험 가능성을 자꾸만 지적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복잡한 상황속에서도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자면 부모가 아이를 놓아주어야 한다. 부모의 격려를 받은 아이들만이 자기 확신과 능력을 보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믿음이 필요하다. 보모의 믿음이 단단할수록, 부모의 격려가 풍성할수록 아이의 원초적 믿음과 자신감은 더욱 커지고 자의식도 자랄 것이다. "
" 과보호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아이의 욕구에 대해 집착과 상호의존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전전긍긍하는 아이에게는 전전긍긍하는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무보가 모든 것을 만저 보고 느끼다보니 아이는 아무런 도전과제에도 직면할 수 없다. 아이는 스스로 실망을 맛볼 기회조차 없다. "
이 책은 머리 맡에 두고 틈나는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들고 읽어도 좋을만큼 독립적이지만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굳이 처음 장 부터 읽을 필요없이 내키는대로 단락을 잡아도 좋습니다. 저는 두번째 읽을 때 처음 읽었을때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금 곱씹어 천천히 읽어 나아갔는데 많은 깨우침을 또 다시 얻었습니다. 우리에겐 어떤 특별한 육아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그저 아이와 공감하고 느끼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경계를 잡아주며 스스로 잘 커나갈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는 존재로서 행복을 서로 전달해 주는 동반자적이면서도 대등한 인격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 말입니다. 여타 다른 육아서와는 깊이가 있어 좋았고 감히 널리 여러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