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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음, 로렌스 트리트 엮음, 정찬형.오연희 옮김 / 모비딕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이라...... 미스터리를 읽는 방법을 안다면 쓰는 것도 어쩌면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생각을 하던 작자(?)들에게 참 친절하게도 요것 조것 상세히도 알려주는 책이 한권 나왔습니다. 무언가 글쓰기에 대한 강의의 첫부분은 늘 그렇듯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지요. 이 책 역시 미스터리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에 관하여 물어 봅니다. 물론 작가의 엄숙한 숙명...... 이를 테면 글쓰기란 나의 삶이요 나의 전부이다 라는 천명(?)을 받은 분들의 대답도 있지만 에릭 엠블러 같은 작가의 경우는 그 솔직하고 겸손한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 나는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고 있다. " 거창한 대답도 으례 일상적인 것도 - 이를 테면 좋아하니 쓴다던가 써야하기 때문에 쓴다던가 따위의 - 다 맞는 말이지만 한가지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이겠죠. 그건 작가 뿐만이 아니라 모든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해당 되겠죠. 물론 밥벌이를 위해 쓰는 분들도 혹시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리라 믿습니다.
작가는 어떻게 어이디어를 얻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답변들은 기상천외 하기도 하고 나와 같은 동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새로운 가르침을 받기도 하구요. 미뇬 G. 에버하트의 답은 작가가 어쩌면 타고나는 것에 선천적인 자질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합니다.
" 나는 대부분의 작가가 선천적으로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물을 잘 빨아들이는 스펀지와 비슥하다. 미지의 것을 잘 받아 들인다. 언젠가 내 친구가 나를 보고 말한 것 처럼, 작가란 '매우 많은 분야에 대해 아주 조금씩만 알고 있는 존재' 이다. " 거의 대부분 소설의 모티프는 아주 작은 생각이나 경험 또는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작가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새삼 깨닫게 되니 말입니다.
사실 순문학에 비해 미스터리 소설은 처음과 중간 그리고 결론이 거의 확실하게 내러티브하게 나타납니다. 일반 장르문학이 아닌 것을 비교해 보자면 특히 모더니즘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은 플롯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실을 인접성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서술하는 부분도 상당한데요. 토마스 핀천의 <브이를 찾아서>나 미니멀리즘 계열의 소설가인 라차드 브라이트건의 <미국의 송어낚시> 그리고 밀로라드 파비치의 <카자르 사전> 등과 같은 새로운 조류를 찾아 끊임없이 생각속 사유를 횡단하는 이런 것들에 비해 독자들을 첫눈에 사로잡아 버리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미스터리야 말로 독자들이 즐거움을 찾는 이유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이야기 구조가 미스터리만큼 확실하고 매끈하며 흥미를 돋아내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고로 작가들은 미스터리를 쓰는 것에 대한 노하우를 곳곳에 독자들에게 신나게 알려 줍니다. 언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은 우리가 기존 글쓰기에 대한 강의나 책들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 넘는 다양성에 감탄에 무릎은 치기도 하고 그 치밀함에 고개를 설레 설레 내젓기도 합니다.
그밖에 실감나게 글을 쓰기 위한 여러가지 세심한 코칭도 흥미롭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써야 독자들을 사로잡는지 등장인물은 어떻게 만들어야 실감이 나는지 -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도 이런 실제적인 연장쓰는 방법론에 대해 친절하게도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긴 합니다만 - 자신이 쓰려고 하는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세하게도 놓치지 않고 들려 줍니다. 물론 미스터리에 어울리는 배경과 분위기, 대화의 방법, 문체지만 미스터리가 아닌 다른 글들 속에 충분히 적용하여 쓸 수 있는 다양성도 놓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겪는 글쓰기의 어려움도 책 말미에 가서 소개되는데요.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이 같은 고민을 하기도 하고 - 늘 첫 문장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할 것가에 대한 - 추리소설 잘쓰는 방법에 대한 질문엔 허무하게도(?) 추리소설 잘쓰는 비결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그저 열심히 꾸준히 쓰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을 내놓는데요. 진리란 늘 가까운 곳에 있으며 그 답은 당신들도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는...... 그 점에서 작가를 꿈꾸는, 작가가 된 이들도 누구나가 거쳐 지나갔던...... 지금부터 당장 실천해야 할 복음과도 같은 아래의 말이 귀에 애잔하게 울리는 듯 싶습니다.
" 작가가 되기는 아주 쉬워요. 대도시로 가서 책상과 의자가 있는 작은 방을 구하세요. 책상위에 타자기를 놓고, 의자에 들을 기대고 앉아서 쓰기 시작하세요. 10년이 지난 뒤, 자리에서 닐어나면 여러분은 작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