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기반해법 - 위기에서 살아남는 현명한 방법 로운 known 3
이우균 외 지음 / 지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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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도 아닌 ‘기후 위기’의 시대다. <최종경고: 6도의 멸종>, <2050 거주불능 지구>과 같은 종말론적 기후 위기 도서들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기후 위기 반대 서적들은 제대로 된 것을 못 봤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세기말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UN을 포함한 각종 기관들의 환경 관련 협약들이 체결되었다.

자연기반해법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중 하나로, “자연을 보호 대상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연과 생태계가 인류에게 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주목하는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접근이다.”(p.26)

기후변화기본협약(1992)에 따른 교토의정서(1997)로 구체적 목표 설정과 의무가 부과되었지만 미국의 애매한 입장으로 의미가 퇴색되었고 파리협정(2015)을 기점을 해서야 제대로 된 체계적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중간에 트럼프 주도로 미국이 탈퇴했을 정도(지금은 바이든에 의해 복귀했다)로 정치적 의제를 모으는 것과 실질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는 것(조별 과제🤦‍♀️)는 항상 어려운 문제다. 과연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파리협약에서 제시한 것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내의 기온 상승, 특히 1.5도의 마지노선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우리가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2도 내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큰 틀로 보여주며 국제기구의 의식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파리협약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최대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존의 강제 의무적이었던 감축 목표를 자기결정적으로 제시하게 한다든지 조금 더 융통성 있게 변화했다. 또한 탄소거래와 같은 시장적 요소를 도입해 자금 흐름을 유동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비판점도 있지만 그동안 강제적 부작용을 맞이한 이들이 그나마 내린 최선이었을 것이다.

기후 위기 문제가 시급한 만큼 파격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당장 목표치를 빠르게 세우는 방법은 공장과 모든 기계들을 멈추는 것이다. 심지어 이래도 부족하다.) 많은 국가들이 소비 자체를 중단하기 힘들기 때문에(이는 정치적 문제로 이어지기에) 수요 자체를 줄이기보단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감축과 자연기반해법같은 방법을 더욱 활용할 수밖에 없다.

우린 없애야 하는 기존 탄소들이 산더미이다. 금세기 안에 100기가 톤에서 많게는 1000기가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9년 한 해에만 지구 전체에서 약 59기가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다. 감도 안 잡힌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배출을 줄이는 것보다 있는 탄소를 없애는 기술이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탄소 제거술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기반해법과 바이오 에너지, 탄소 포집 저장이지만 여기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효과가 큰 것이 자연 기반 해법이다.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재조림으로 뽑히기에, 산림 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하나 결국 이 산림보호 자체도 기후 위기에 영향을 받는 순환 구조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빨리 시작해야 한다.

자연기반해법의 구체적 모습이나 체계는 3부에서 설명하는데,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산림, 물, 도시, 농업, 해양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도시숲, 건물의 녹색화, 자연형 내륙습지, 탄소 농업, 해양 구조 재배치 등의 사례와 개선되어야 할 정책들을 논의한다.

이미 탄소 포집과 같은 산업과 과학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재정적 지원과 행정제도의 개선이 더더욱 요구된다. 일단 연구와 데이터가 많아져야 한다. 지역에 따라 특성 고려와 융통성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러니까 인간들이 좀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같은 책의 경우는 기후 위기를 기술 중심적으로 바라보았다면, 이 책은 현실적인 기술론과 환경론의 타협을 찾는 방향과 국제 공조, 행정 체계를 정리해 지향점을 보여준다. 또한 자연기기반해법의 보고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기후협약의 특징을 파악하기도 좋다.

국제적 협조의 시대다. 각국이 우경화되고 칸트나 존 레넌 같은 사람이 꿈꿨던 하나 된 세상은 저물어 가는 듯 보이지만 희망을 찾는 게 인류 아니겠는가. 나는 미래 유망 분야로 Ai보다 기후위기 대응 쪽에 더 주목하고있다. 아무튼 의지를 보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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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리부트 - 열광과 환멸의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 12
신진욱.이세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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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서 현재만큼 적대적으로 갈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최근 사용되는 정치용어들을 보면 ‘갈라치기’, ‘포퓰리즘’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이 넘쳐나며 20대 대선은 0.73% p 차이의 초박빙으로 결정 났을 만큼 누가 더 뽑히면 안 됐는지를 외치는, 양쪽으로 나뉜 정치의 상황을 나타냈다.

우리 정치사는 세계적 관점에서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정권의 몰락과 노태우의 당선, 노무현의 극적 당선과 탄핵 시도된 노무현을 위한 촛불, 또 이명박 당선,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집권, 그리고 또다시 윤석열로의 정권 이양…

이처럼 한국 정치사는 정치에 대한 ‘열광’과 ‘환멸’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변화에 대한 열기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금방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한국 정치 리부트>는 기자와 교수라는 이력을 가진 저자 둘이서 열광과 환멸을 반복하는 정치의 모습을 ‘민주주의와 자유’, ‘보수와 진보’, ‘포퓰리즘’과 같은 12개의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한 칼럼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더 이상 과거의 문법만으로 현실 문제와 사회 구조를 설명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현대 정치에서 일상 정치 운동의 모습과 공적 의제 자체가 사회와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했고 통일성 있는 요구가 아닌, 교차하는 국민 각각의 요구가 나타난다.

5년마다 반복되는 열광과 환멸의 한 원인으로 과거에 정해진 보수적인 정치구조가 반영하지 못하는 억눌린 대중의 요구가 분출하는 것을 꼽았다.

대표적인 표출이었던 2017년 탄핵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5년 동안 국민 대다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정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변화와 정의를 기대했던 윤석열 정권은 대통령실 이전부터 각종 망언, 이태원 참사, 정부 관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불안한 모습으로 지속되고있다.

지금의 정치는 숙의는 사라지고 증오와 경멸만이 남았다.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절대 선으로 여기며 민주주의 정신을 잃고 폭주하는 모습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직접 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정권교체로, 또 윤석열 정부 지지도의 바닥으로 드러났다.

“궁극적으로 문제의 핵심은, 주요 정치집단들이 양극화된 증오와 대결을 반복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복잡한 갈등과 구조적 문제를 풀어갈 정치의 공간이 소멸한다는 데 있다.”(p.204)

민주당은 리버럴과 호남세력을 묶어 분열의 위험성을 떠안았지만 국민의힘은 극우세력을 떨쳐내지 못해 우경화 되고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기회를 이용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비판으로 나아갔느냐? 오히려 분열의 조짐을 보이며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대중은 대안세력을 원하면서도 양당제의 관성을 뿌리치지 못하며, 자신 있게 나서지도 못하는 상태에 있다. 우리 정치에는 희망이 있을까?

합의의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던, 이념 지형과 느슨하게 결합한 지역정당체제로 존재했던 1980년대 후반의 모습은 양당제의 경로의존성이 강해지고 난 이후 볼 수 없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 2016년의 안철수 중심의 국민의당 등장으로 3자의 긴장을 이끌고 타협이 이루어졌던 시대도 있었다.

또한 시민들은 언제나 분출되지 못한 앙금을 풀 기회와 자신을 대표하여 나올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역동적 정치사를 보았을 때 또 한 번의 열광을 기대해 볼 수 있기에 비관적으로만 보진 말자고 말한다.

저자들은 진보적 정치를 희망하나 단순히 보수정당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합리적인 보수로 돌아서길 희망하고 있다. 보수의 개선과 진보의 발전을 위한 조언 또한 담고 있기에 모두가 참고할만하다. 정치적 이론으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기에 유익하다. 최근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엉터리 통계나 빈약한 근거의 정치서적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그와 달리 질 좋은 정치서라 부를 수 있겠다.

사고하지 않으면 자극적 단어와 수사에 넘어가 감정 풀이만이 남는다. 이것은 밈화된 최근 정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결과로 멍청한 이들에 지배를 받는 것보다 나 스스로가 멍청해진다는 것 또한 문제다.

“이쯤에서 우린 물어야 한다. 매일의 삶이 파국이고 비상사태인 이들에게 5년짜리 청와대 권력의 향배는 얼마큼의 실존적 무게를 지니는지. 대선 때마다 어김없이 종말론의 시간이 도래하는 건, 권력에 따라 오가는 이익에 삶의 모든 것을 걸어버린 이들의 뒤틀리고 마비된 감각 체계 탓은 아닌지.”(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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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 논제 10가지 -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김태훈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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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도덕 연구와 도덕 교육을 해온 저자(공주 교대 윤리 교육과 교수 김태훈)는 어느 순간부터 그저 윤리 교육을 담당하기 보다 ‘인간의 도덕성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그때부터 ‘근원적이고 실제적인 차원’에서 도덕성 문제를 탐구하고자 했다. 그동안 연구한 것들에 대한 정리를 시도하는데, 이 책은 그 산물로서 ‘인간은 선한가’,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우리의 도덕적 행동을 이끄는 동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가?’와 같은 윤리 역사의 핵심 논제들을 논한다.

저자는 도덕성의 의미를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원적으로 도덕은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윤리는 개인 중심적 의미로 연결되지만, 현재는 이 둘이 반대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이 둘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과 사회를 나누는 어원적 문제를 떠나 개인과 사회는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둘의 의미는 결국 만나게 된다. 그럼 우린 보편화 가능한 도덕, 윤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로 넘어가야 한다.

인간은 선한가를 두고 대표적으로 성선설의 맹자, 성악설의 순자를 비교하지만 파고들면 둘은 다른 관점에서 한 측면을 밀어내고 인간 본성을 들여다본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둘의 관점을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인간은 선할 수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오면 인간은 선한가가 중요하기보단 인간은 선할 수 있으며 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논점이 된다.

저자는 일종의 형이상학적 논쟁을 타협시키려고 시도하는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도덕성을 정의하고 논의하는 일의 가치는 그에 따른 본질적인 진리보다는 오히여 그 유용성에 있을 것이다.” 실용주의의 냄새가 난다!

“도덕성은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도덕 법칙들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체의 관계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또 의미 있게 성장하는 개인적 애착을 형성하기 위한 가능성의 지속적인 상상적 탐색이다.” 도덕성은 결국 사회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홀로 의미 없는 논쟁을 하기보단 서로의 의미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하란 말이다.

우린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와 일반 시민들까지 수많은 답을 내놓는데, 그 원인은 내재적이든 외재적이든 모두 같은 마음으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우린 그래서 도덕적으로 노력해야 할까? 현대 뇌과학은 도덕적 행동을 통해 우리 뇌가 바뀐다고 주장한다. 정신과 행동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최선의 답을 계속해서 찾으며 노력해야 하며 행동해야 한다.

저자는 ’부도덕함‘의 의미를 존 스튜어트 밀과 비슷하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의미하고 있다. 그렇기에 도덕성의 발휘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최적의 조화를 통하여 부도덕함을 피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인간의 심리는 부도덕한 행동 유발의 유혹에 굉장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반면 ‘공감’이라는 도구를 통해 도덕성의 발달을 이뤄낼 수 있는 특별하고도 특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덕성과 언어의 관계를 찾으며 정신 이외의 도덕성 등장 혹은 발달에 중요 요소를 발견하려 시도하지만, 결국 정신적인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악해질 수 있으며, 동시에 선해질 수 있는 존재이다. 책의 내용은 무엇이 도덕인가부터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가로 끝을 맺지만 책을 덮은 독자에게는 어떤 도덕관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는다.

저자는 학자 한 명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자 권유한다. 다 같은 사람으로서 각자의 관점에서 옳은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각자의 주장에는 등한시한 무엇인가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도덕적 논쟁도 논쟁이지만, 도덕, 윤리에는 결국 사회와 개인이 만나고 우린 유용성을 위한 도덕적 탐구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도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종합해 봤을 때 이 책은 일종의 개요서 혹은 토론을 위한 지침서로 좋다. 깊고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그러기엔 지면이 두 배가 넘을 것 같다) 학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방식과 어떤 관점으로 해답을 내놓았는지 설명하며 ‘논의’ 자체를 이끌어가고, 또 무익한 논쟁이 아니라 의미 있는 논쟁을 위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에 저자의 교육적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다른 학자나 저서들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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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A-Z
얼프 퀴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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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요한 화가를 꼽으면 그중 하나로 항상 등장하는 에드워드 호퍼. 산만한 친목 다짐을 했던 당시 예술계, 특히 유럽계 미술인들과 거리를 두고 매우 미국적인 활동과 작품을 이어나갔다. (호퍼와 피카소는 1살 차이다. 그런데 호퍼는 유럽여행 당시에도 피카소의 존재를 몰랐고 뒤늦게 알게 된다.)

색감 사용에 탁월한 화가가 있다면 인상파를 시작으로 로스코, 호크니 같은 인물을 들 수 있지만 특히 어두운 색감으로 멜랑꼴리함을 전달하는 화가는 단연 에드워드 호퍼를 최고로 뽑을 수 있다. 흔히 그를 ‘현대인의 고립과 소외’를 표현한 화가라고 칭하는데, 그의 작품에서 특히 도시의 어두운 모습에서 색감 대비, 때론 과장을 통해 특정 분위기를 강렬히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 영화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가까운 예시라면 공효진과 공유가 나왔던 SSG(쓱) 광고, 특히 히치콕의 영화와 <더 샤이닝>, <로마의 휴일> 등을 들 수 있다. 영향은 상당해서 따로 검색해서 봐도 될 정도다. 이미 그의 영향은 알게 모르게 미디어에 녹아들어 있다.

그가 매우 미국적인 이유는 그가 대륙 장거리 여행을 즐기며 차에서도 작품을 그리는 등 활동과 영감의 주 무대가 미국이었기도 하지만 작품의 대상이 주유소, 자동차, 식당, 미국식 주택, 어두운 도시 같은, 미국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괴테와 같은 시인을 좋아해 그 흔적이 작품에도 녹아있는데, 작품은 무거운 느낌을 주며 그 느낌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무의식을 드러내면서 색감의 대비 혹은 과장을 통해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의 일부 요소는 그의 표현을 위해 비현실적으로 그러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어려운 메시지나 정신 사나운 요소들을 때려 박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 분위기와 호퍼의 시선에 집중하게 되며,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야말로 사로잡힌달까. 등장인물들이 생각하거나 바라보고 있는 대상들이 생략되면서 더더욱 깊은 생각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호퍼는 폴 고갱과 같은 화가가 현대적 관점에서 비판받는 것처럼, 가부장적이며 아내 조세핀의 능력을 억압하고 폭력하며 때로 작품으로 그녀를 비하했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조세핀은 호퍼에게 영향을 주고 나름대로의 예술가적 능력을 가졌지만 무시당하며 그를 내조하는 역할에 그쳐버린다. 하지만 조세핀은 많은 호퍼 작품의 모델로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우울함이 조의 우울함일지도 모르겠다.

고갱에게 타히티 여성이 있고 호크니에게 물이 있다면 호퍼에게는 숲과 빈 방이 있었다. 특히 빛이 비치는 공간에 집중했는데, 그의 그림을 보면 인상주의의 화풍이 남아있는 동시에 명암의 대비를 통해 특유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화풍을 개발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상주의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호퍼를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호퍼는 자신의 그림이나 표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모든 예술의 큰 부분을 무의식, 잠재의식의 발현으로 보았기에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무의식과 화풍에 영향을 미친 작품의 발전과 성장 과정을 보는 것도 일종의 재미다.

<호퍼 A-Z>는 알파벳순으로 키워드를 정해서 호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호퍼의 주요 작품과 동시에 주요 내용을 전달해 이해를 돕는다. 단어와 작품을 이어주기에 읽는 재미가 있고 쉽게 읽힌다! 현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퍼 전시를 가기 전에 보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퍼 전시회에 대표 작품이 많이 없어서 아쉽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들을 곱씹으면 인물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호퍼 작품을 선호하진 않는데, 그가 비교적 온실 속 화초처럼 살기도 해서 그런지 특유의 메시지가 느껴지지 않고 무엇보다 일종의 우월의식이 비치고 혁신적 시도가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 취향이 팝아트나 살바도르 달리 같은 화가라서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인기 있는 화가는 이유가 있고, 그 내막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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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A-Z
얼프 퀴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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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가기 전에 후루룩 읽기 좋네요. 설명도 잘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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