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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 심해에서 만난 찬란한 세상
수전 케이시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평점 :
가끔 책을 읽고 나서 한 세계를 경험한, 일종의 경이를 느낄 때가 있다. 어떤 한 세상에 심취해있는 이들의 마음을 엿본다고나 할까. 소설이 아닌 현실은 우리에게 더욱 잘 다가온다. <언더월드>는 해양 전문 저널리스트 수전 케이시가 심해와 심해를 향한 삶을 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으로, 우리를 저 미지의 세계로 이끈다. 특출난 이들은 떡잎부터 다르다. 저자 수전 케이시는 어린 시절부터 물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그녀는 심해에 관심을 갖고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는데, 결국 직접 잠수정까지 타게 된다. 그렇게 직접 심해를 보며 그 경이로움을 써 내려간다.
개인적으로 바다에 대해 아는 지식이란 호프 자런의 저서<우리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언급되는 수준이다. 인간이 증가시킨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흡수되어 바다의 온다가 올라 산호초들이 집단 폐사하고 있으며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은 물론이고 새로운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을 키우며, 해수 온도 상승은 대류 변화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 생태계와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 쓰레기들이 동물들을 위협하며 이젠 인간의 몸에도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현실이 된 것이다. 현재 해양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은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해양 그 자체를 잘 알고 있을까? 심해는 보이지 않기에 더욱 평가 절하된다. 저자가 언급했듯 심해 연구는 굉장히 부족하고 우주연구에 비해 관심도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얼핏 중고등학교때 지구과학에서 배운 내용들이 나온다. 대체로 심해 구조는 섭입과 같은 지각활동으로 인해 형성되는데, 그 모습은 정말로 다양하다. 화산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절벽이 존재하기도 하고, 다양한 생물이 돌아다니며 바닥은 세균더미들로 덮혀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심해를 모른다. 지금도 안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세계 바다의 일부의 해당할 뿐이다.
바다가 애초에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1970년 이후로 바다는 우리가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발생시킨 열의 93퍼센트와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흡수해왔다. 이런 어마어마한 부담을 짊어진 바다는 점점 더 따뜻해지고 산성화되고 있으며 그 안의 산소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현재 의존하고 있는 생태적 균형의 상태는 영구적이지 않다. 우리가 이 균형을 깨뜨리면 바다는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151p
심해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꼼치의 예시를 들어본다. 위 영상은 심해어 꼼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분홍색 젤리처럼 생긴 꼼치는 본래 심해어가 아니었지만, 심해로 내려가 진화했다. 단각류를 사냥하며 살지만 수명은 짧다. 꼼치는 부력을 조절하는, 흔히 공기주머니라 부르는 부레가 없다. 대신 "내장은 부력이 있는 투명한 젤에 감싸여 있다. 몸에 광물 성분이 없어서 뼈대가 물렁하고 머리뼈가 완전히 닫혀 있지도 않"지만 수압으로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해 생물의 굉장히 신기함을 엿볼 수 있다.
심해는 산업과 과학의 번성과 함께 관심받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작은 괴물과 같은 형상에 대한 두려움 혹은 믿음이었다. 심해에는 생물이 없다는, 포브스의 심해 무생물설이 과학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심해의 증거물들이 쌓이면서 무생물설은 깨지게 되었다. 심해에 대한 관심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는데, 특히 잠수정을 펼쳤던 냉전시대와 심해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시기에, 또 송유관을 건설해야 하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그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그 관심은 '경제적'이익에 한정되어 개발을 위한 연구로 변질되었고, 망가니즈 단괴 발견 이후로 심해를 향한 상업적인 경주가 이어졌다.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해양 채굴을 시도하다 실패한 노틸러스 회사의 사례가 나오지만 채굴을 시도하는 민간회사들은 생겨나고 있으며, 국제기구는 '해양보호'의 의무를 망각하고, 민간에게 개발 권리를 넘겨주는 계약을 벌이고 있다.
인간은 바다를 더럽혀왔다. 해양 쓰레기는 물론이고 책의 곳곳에서 나오는 핵과 화학약품을 품고 있는 전함과 무기들의 흔적은 인간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는 내장 안에 플라스틱 미세 섬유가 들어있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었다. 이외에도 초심해저대 해구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온갖 독성 물질이 축적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DDT나 납, 수은, 약물 폐기물, 방사성 탄소를 포함한 각종 유해 물질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인류는 무대 위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존재이지만 한 번도 스스로를 조연으로 여긴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를 창조했고 그 세계는 박광층의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없는 하나의 기계와도 같다.
329p
책의 중후반부 대부분은 2인용 잠수함을 개발하고, 직접 조종을 담당하는 베스코프와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저자 수전 케이시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그와 동행하며 잠수정에 탑승할 수 있었고, 그 여정은 다사다난했다. 많은 공학 기술자들이 일정을 맞추고 국가와 민간기업에게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잠수정을 개발해야 했고, 날씨와 운 또한 따라줘야 했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도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볼 수 있었고, 인간이 감히 침범하지 못할 자연의 경이로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구를, 아니 우리를 포함한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가 유명한 해양 식물학자 실비아 얼과나눈 대화가 어느 정도의 통찰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시점에 있어요." 얼은 말했다. "과거의 우리는 몰랐어요. 50년 전만 해도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잖아요. 이제는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고, 지식이라는 막강한 힘도 갖추고 있죠. 저는 아이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21세기의 인간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렴.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어땠겠니? 해결책을 모른다면 어땠겠니? 그러나 이제는 둘 다 알고 있지."
372p
책은 어렵게 쓰이지 않았으며, 친절하게 다방면에서 바다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래 유튜브 영상들은 심해에 대해 매우 잘 설명해준다. 책 중간중간 유머와 레이 달리오와 제임스 카메런의 바다 사랑과 같은 흥미로운 내용들도 나오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https://youtu.be/PaErPyEnDvk?si=vyuyZHzdr50vMJoe
https://youtu.be/9FqwhW0B3tY?si=3yR8bjKBMwvHCAcr
까치글방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서평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