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무기의 그늘 - 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이 일어나면 그 안에서 여러가지 거래가 형성된다. 일단 전쟁수행국 정부와 군수기업사이의 거래, 그리고 전쟁 수행을 위한 보급과 관련된 각 업체와의 거래들, 그리고 그 보급품들이 전장이 형성되는 근처의 도시에 풀리면서 형성되는 암시장.  [무기의 그늘]은 베트남전에서의 미국 보급품과 관련된 암시장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독서교육과 관련해서 빨리 훝어보려고 잡았던 작품인데, 독서시간에 읽을 책이 정해지면서 그냥 개인적인 취미로 읽게 되다보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그래도 10시반, 11시에 와서 기어워나 위닝하기 전에 30~40분씩 꾸준히 본 것이 그나마 지금이라도 다 볼 수 있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여간 이번학기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본 장편소설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안영규는 베트남에 파병된 군인이다. 거듭되는 매복 수색 작전을 수행하는 중 우연히 다낭시내의 미합동수사대 소속의 한국 본부에 오게 된다. 거기에서 대위와 중사를 만나고 베트남인 파트너인 토이와 함께 베트남내의 블랙마켓을 수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팜민은 후안의과대를 다니던 전도유망한 의학도였다. 그의 형 팜 꾸엔은 베트남 정부 예하 성청의 실력자이다. 대학 때 해방전선(베트콩측)에서 허무함을 느끼고 전향한 꾸엔은 민 역시 의대를 나와서 순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은 해방전선의 게릴라를 지망하고 훈련 후 다시 다낭으로 돌아와 형을 속이고 형 꾸엔의 거래처인 구엔 상회에서 게릴라들의 보급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한다.

 

무기의 그늘은 황석영 선생의 92년작 소설이다. 그 당시에 한국소설의 범위를 베트남까지 넓혔다는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낭만적인 경향의 작품보다 현실의 치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개연성 강하고 구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호하는데, 전쟁과 관련된 뒷거래를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라고 할까?  그래서 재밌게 보려고 했지만 상하권 두권 보는데 2달 걸렸다...

 

당시 베트남의 지형과 전세와 상황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는 소설의 내용은 작가가 베트남전에 참전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참 공들여서 조사를 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 베트남에서 존재했던 암시장에 대한 분석은 작가의 현실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A, B, C레이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A레이션의 유통으로 암시장의 물가조정이 가능하다는 점, 신생활촌 사업과 같은 여러 사업으로 미국에서 원조로 들어오는 무기들이 정부군 측과 해방전선 측 모두에게 조달되는 아이러니, 해방전선의 이념적인 바탕과 그와 관련된 조직 유지 방법(-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피식민지 지배를 벗어나려는 약소국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과 같은 여러가지 내용들은 미국이 약소국에서 일으키는 전쟁의 이면이나, 더 나아가 전쟁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성격이 비슷한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너무나도 미국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인물 형상화에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한국인, 베트남인, 미국인들을 각각의 입장에서 개연성있게 잘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단 걸리는 것은 영규가 탈영을 도우려했던 스테플리가 세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인공인 안영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농촌출신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가 생각하는 미국에 대한 입장이나 치밀함은 그가 아무리 명민한 인물로 나온다고 해도 너무 예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즉 '심청'의 후반부로 갈 수록 심청의 목소리가 작가의 목소리가 되듯, 무기의 그늘에서도 미국과 세계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대사에서는 영규의 목소리에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투영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작품 형상화의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마지막에 영규가 떠나기 전, 토이가 죽음을 맞게 되고 분노한 영규가 자신과 토이가 차곡차곡 쌓아왔던 정보들을 이용하여 결국 팜 형제를 파멸에 몰아넣고 떠나는 것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작가의 성향을 생각했을 때 회색주의자인 팜꾸엔을 파멸시키고, 팜민과 구엔타트 등의 해방전선 인물들은 어느정도 그냥 그렇게 투쟁을 계속해나가는 쪽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렇지만 그 형제가 죽고 다낭쪽의 해방전선 보급루트와 조직이 어느정도 손상이 되었더라도, 또다른 회색주의자들은 계속 전쟁의 암거래로 제3국행을 꿈꿀 것이고, 해방전선을 조직을 가다듬어 투쟁을 계속 해나가다가 해방을 맞았을 것이다.

 

종합해볼 때 '무기의 그늘'은 한국소설의 지평을 세계로 넓혔으며, 전쟁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그리고 특유의 치밀한 구성으로 2권 분량의 호흡이지만 꾸준히 긴장을 놓지 않게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끝맺는 솜씨가 좋은 작품이다. 다국적 인물들과 그들과 관련된 각각의 세계관과 상황을 파악하려다보면 상권 중반까지는 약간 지루한 감이 있지만 파악이 끝나면 탄력을 받아 꽤나 이야기에 몰입하여 볼 수 있다. 여유있으면 3번봐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한 활동을 하던 밴드 "RATM"(기계에 대항한 분노)을 통해서였지.

그들의 콘서트에 당신의 얼굴 포스터가 커다랗게 걸려있었고 보컬인 젝 델라로차는 가사의 참고문헌에 당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던 것 같았어.

친한 후배가 장 코르미에가 쓴 당신의 평전을 선물로 줘서 근 5년만에 다 본 것 같군. 

 

포도주를 마시며 마무리를 한 당신의 생애. 아르헨티나인 의사에서 쿠바 내전의 게릴라로, 새 내각의 주요 요인으로,(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는데 당신의 게릴라로서의 면모도 중요하지만 당신의 행정업무 수행능력과 깊이 있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접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다시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같아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군.) 그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볼리비아의 민중을 해방하기 위해, 일명 3세계 민중을 억압하는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게릴라로 돌아가며 완전고생하는 당신의 행동은 진정한 이타적 인간을 본 기분이야. 그리고 마지막에 볼리비아에서의 허무한 죽음은 당신의 완고함에 의한 것이었을까? 당신의 운이었을까? 함께 쿠바혁명을 주도했고, 볼리비아 게릴라 현장을 지휘했던 피델은 늙으며 고집스러워지고, 다양한 사상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쿠바의 독재자로 기억될 뿐이지만 당신은 영원한 청년으로 남은 것은 젊어서 죽었기 때문일까? 여러 상념들이 머리에 떠돌지만 당신의 허무한 죽음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하는군.

 

"세상의 억압받는 모든 사람의 고통을 함께 하고 그를 위해 투쟁하고자 한 당신의 숭고한 투쟁에, 그리고 나의 누추한 삶이 당신의 숭고한 삶의 1000분의 1이라도 닮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당신의 업적에 비해 너무나 허무하게 제국주의에 희생당한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건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꽤나 경쾌한 문체의 일본 소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모방범>(5,600쪽 분량의 3권....;;;)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으로 최근 한국에서 각광받는 일본 작가이다. 특이한 인간형이 나오는 범죄물 스타일의 작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를 쓰는듯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스텝파더스텝]이라는 1권짜리 책이 보이길래 빌려놨다가 3주만에 건드려서 하루만에 다 봤다.

 

게으른 내가 하루만에 다 봤다는 것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이 문체가 아주 평이하고 사람을 댕기는 맛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도 약간의 반전이나 미스테리를 깔아놓고 나중에 풀어놓는 구성 솜씨도 좋다. 간간히 나오는 1인칭 화자의 넋두리나 주변의 이상한 인물같은 일본식 개그도 재밌다.

 

시간때우기용으로 괜찮으면서 가볍게 사회정의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볼 여지도 있는 작품.

 

 

P.S: 그나저나 [화이트노이즈]는 언제 끝내냐...다음에 볼 22장이 100쪽이 되버리니 독서시간 1시간 이상확보가 쉽지 않은 지금은 잘 안건드려지고 위닝과 아머드코어4로 자꾸가는 내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남한산성은 단편집 [강산무진] 이후 출간된 김훈의 장편소설이다. 김훈 선생 한동안 단편도 안쓰고 잠잠하다 했더니 짱박혀서 써서 내놓은 소설이다. 4/14에 초판이 나왔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도 있군..ㅋ

 

일단 문체의 힘과 미려함에 매혹된다. 군세, 민간 마을의 풍경, 자연경관과 그 내재된 힘 등에 대한 특유의 묘사는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며 내 눈을 책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현실을 너무나 치열하고 치밀하게 묘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사의 큰 틀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따라가는 편이다. 그 흐르는 역사의 과정에서 인조와 예조판서 김상헌, 이조판서 최명길, 영의정 김류, 수어사 이시백, 청장 용골대, 통역 정명수, 청왕 칸 등을 주요인물로 내세워 그들의 심리와 언행을 주로 서술한다. 이들은 다른 김훈의 역사소설의 인물들과 비슷한 고민을 한다. 대의로는 갈 수 없지만 살기 위해 갈 수밖에 없는 길이 겹쳐져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할 것인가...청나라가 명을 버리고 자신들을 섬기라고 요구하며 왕자와 빈궁을 보내라는 요구를 조선은 거절하자 청은 바로 조선을 침략한다.(병자호란) 조정의 신하들은 사직을 보존하고자 10년전 정묘호란때와 같이 강화도에 들어가 응전하자고 임금을 조른다. 인조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강화도로 가려하지만 청나라 용골대의 군사들이 이미 강화도로 가는 길목을 막아놓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남한산성에 들어간 조선 조정에게 용골대는 수위를 높여 세자와 종실 식솔을 내놓으라는 더 높은 수위의 요구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의 인물들은 요구의 수위가 더 높아지기 전에 화친-굴복의 제스처을 할 것인가, 끝까지 싸워 화친을 하더라도 좀더 나은 조건으로 할 것인가, 대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인가로 임금이 있는 묘당(나라를 다스리는 조정을 일컫는 말)에서 매일 논의한다. 성벽 인근에서 몇 번의 소모전을 하며 버티는 싸움을 하며, 여러 논의를 하지만 결론은 뻔한 것이다. 어차피 투항은 해야하는데 그 방식과 관련된 수많은 말과 말의 부딪힘이 숨가쁘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랄까? 조정의 인물들은 삶의 무게와 죽음의 무게를 가늠하며 논쟁을 하고, 청의 인물들은 힘도 없으면서 버티는 예의 나라를 의아해한다. 

결국 인조는 출성(-버티던 성을 나선다=청에 투항한다)을 결정하고 칸앞에 이마를 찧으며 절을 한다. 우리가 흔히 삼전도의 치욕으로 역사시간에 배우는 그 풍경을 작가는 아주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가공의 인물인 서날쇠를 제시한다. 대장장이인 서날쇠는 그 시대에 안어울리는 근대적인 인물이랄까? 자신이 할 일을 확실하게 하는 능력과 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하는 개인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작가는 서날쇠의 모습을 통해 말들만 무성하지만 무력한 묘당의 모습을 민중의 모습과 대비시킨다. 그 대비를 통해 왕조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대의를 내세우건 삶의 길을 찾아가야하는 민중의 생활과 말이 무성하지만 결국 현실의 길을 가야하는 왕조의 무상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당시의 상황이 길은 하나밖에 없지만 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아이러니한 문구가 많이 나온다.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당면할 일을 당면할 뿐이다.", "삶 안에 죽음이 있듯, 죽음 안에도 삶은 있다.", "버티면 버티어지는 것이고, 버티지 않으면 버티어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 "화和, 전戰, 수守는 다르지 않사옵니다." 등과 같은 대사나 문구들은 당시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한산성]은 역사소설이면서 조정에서 고민했을 법한 많은 고민들을 치밀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수작이다. 그리고 당시 민중들의 심리-무력한 조정에 대해 빈정거리는-와 당시의 전황과 청나라 인물들의 심리와 조선에 대한 생각들이 개연성있게 잘 묘사하고 있어 작가의 치열한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게으른 독자인 내가 사자마자 며칠만에 다 봤듯이 진중한 문장의 내용임에도 흡입력 있는 문체이기 때문에 금방 재밌게 보며 여러 생각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인수는 조명 디자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원래 뮤지션이 되고 싶어서 대학가요제 참여를 위해 대학에 들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에서 락밴드 활동을 한 후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끝내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스텝으로 일하다가 콘서트에서 조명을 설치하는 일을 하게 된다. 수진은 인수에게 꾸준히 생기와 용기를 북돋아줬던 여자였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영은 남편인 경호를 선자리에서 만났을 때 선에서 만난 사람을 보고도 가슴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시적에 생각했던 문학소녀의 꿈이 있었지만 대학졸업후 선자리에서 만난 경호에게 시집을 간다. 경호가 회사를 그만두고 외식 사업을 시작하면서 출장나가는 일이 잦아졌지만 그것을 기다릴 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그 둘이 강원도의 병원에서 만난다. 각각의 배우자가 함께 차에서 사고를 당한 후로...

인수와 서영은 자신들의 배우자인 수진과 경호가 의식불명의 상태인 것과 그것에 더해 배우자였던 자신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측면들을 보이면서 불륜을 즐겼다는 측면에서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다. 하지만 서로의 배우자를 간병 하면서 인수와 서영은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며 서로를 치유해간다.

 

소설 외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미술관옆 동물원으로 자기 나름의 서정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던 허진호 감독의 신작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소재자체도 파격적이고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소설가의 내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기획 상품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문학적 형상화가 염려되기도 했지만 소설가 김형경씨는 그 우려를 감각적인 문체로 돌파해나가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했으니 인물 설정과 기본적인 플롯은 짜여져있었을 것이고 작가의 몫은 얼마나 개연성있게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소설만이 할 수 있는 표현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가라는 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서사는 사건의 전개에 따라 인수와 서영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심리를 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가는 인수와 서영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감성적인 주변 풍경묘사와 심리 묘사, 조명에 대한 감각적인 인식과 시간의 유한성, 갖가지 복선을 통해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국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인습적인 것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고 그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좀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발상을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독자에게 수긍시킬 수 있는 것이 소설의 위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후기에 호수공원에서 아침에 사왔던 신선한 야채의 맛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싱싱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소재자체가 불륜의 불륜이라는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소재인지라 싱싱한 글과는 좀 거리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김형경씨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치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학교에서 책읽기 모임에서 서지영샘이 '가을이잖아요'라며 권한 책이었는데 (그리고 서지영샘이 김형경씨의 소설과 글을 좋아라하시며 나도 그래서 김형경씨 글함 봐야지하는 생각은 있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에 후다닥 읽었다. 인간이 결혼제도라는 인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이지만 인수와 서영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사랑하고 서로를 치유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