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인수는 조명 디자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원래 뮤지션이 되고 싶어서 대학가요제 참여를 위해 대학에 들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에서 락밴드 활동을 한 후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끝내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스텝으로 일하다가 콘서트에서 조명을 설치하는 일을 하게 된다. 수진은 인수에게 꾸준히 생기와 용기를 북돋아줬던 여자였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영은 남편인 경호를 선자리에서 만났을 때 선에서 만난 사람을 보고도 가슴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시적에 생각했던 문학소녀의 꿈이 있었지만 대학졸업후 선자리에서 만난 경호에게 시집을 간다. 경호가 회사를 그만두고 외식 사업을 시작하면서 출장나가는 일이 잦아졌지만 그것을 기다릴 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그 둘이 강원도의 병원에서 만난다. 각각의 배우자가 함께 차에서 사고를 당한 후로...

인수와 서영은 자신들의 배우자인 수진과 경호가 의식불명의 상태인 것과 그것에 더해 배우자였던 자신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측면들을 보이면서 불륜을 즐겼다는 측면에서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다. 하지만 서로의 배우자를 간병 하면서 인수와 서영은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며 서로를 치유해간다.

 

소설 외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미술관옆 동물원으로 자기 나름의 서정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던 허진호 감독의 신작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소재자체도 파격적이고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소설가의 내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기획 상품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문학적 형상화가 염려되기도 했지만 소설가 김형경씨는 그 우려를 감각적인 문체로 돌파해나가고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했으니 인물 설정과 기본적인 플롯은 짜여져있었을 것이고 작가의 몫은 얼마나 개연성있게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소설만이 할 수 있는 표현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가라는 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서사는 사건의 전개에 따라 인수와 서영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심리를 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가는 인수와 서영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감성적인 주변 풍경묘사와 심리 묘사, 조명에 대한 감각적인 인식과 시간의 유한성, 갖가지 복선을 통해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국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인습적인 것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고 그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좀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발상을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독자에게 수긍시킬 수 있는 것이 소설의 위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후기에 호수공원에서 아침에 사왔던 신선한 야채의 맛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싱싱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소재자체가 불륜의 불륜이라는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소재인지라 싱싱한 글과는 좀 거리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김형경씨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치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학교에서 책읽기 모임에서 서지영샘이 '가을이잖아요'라며 권한 책이었는데 (그리고 서지영샘이 김형경씨의 소설과 글을 좋아라하시며 나도 그래서 김형경씨 글함 봐야지하는 생각은 있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에 후다닥 읽었다. 인간이 결혼제도라는 인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이지만 인수와 서영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사랑하고 서로를 치유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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