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의 아침 - 제3회 문학.판 신인작가 장편소설 당선작
조하형 지음 / 열림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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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아침]은 2003년에 영화평론으로 등단한 조하형씨의 장편소설이다. 내용은 좀 난해해서 내가 대략 만족할만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야기는 박영자, 박영구, 김철수, 이순희라는 네 노인을 축으로 조인(鳥人)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미친, 새로운 세계에서 어떤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몸부림은 미친, 새로운 세계라고 서술자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 세계에 대항하는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박영자는 나무늘보와 관련된 일련의 불법행위로, 박영구는 연구와 연구좌절 이후의 행동들을 통해, 김철수와 이순희는 암벽 등반을 통해 미친 새로운 세계에 대항한다. (이는 소설의 기본 원리인 개인과 세계의 갈등 내지는 대결 국면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듯하다.) 그리고 각자 어떻게 변해가고 주변의 노인들은 사라지고 곰팡이에 감염되고 외국으로 수출된다.
이 작품의 끝을 찾지 못했다. 어렸을 때 여러 문고판으로 나온 서바이벌 북과 같은 책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글을 읽어가다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가와 같이 행동한다-30쪽, 2, 나와 같이 행동한다 - 43쪽"과 같은 분기에 따라 책의 순서를 이리저리 이동하며 봐야하는 구성이다. [키메라의 아침]은 인터넷 하이퍼텍스트의 '링크'라는 개념으로 서바이벌북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여 작품을 짜임새를 만들고 있다. 순문학작품에서 이러한 시도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읽기로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다중적인 결말이나 달라지는 구성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본문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링크는 각주정도의 기능을 하며 각 장의 끝에 제시된 링크에 따라 이동을 해도 결말을 찾을 수 없고 봤던 내용이 반복되는 상황을 만든다. 특히 16-7장에 제시된 박영자, 박영구, 김철수, 이순희의 링크는 아무리 계속 따라가며 읽어도 각 인물들의 결말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시도 후에 변화된 세계나 견고한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 전체의 결말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무한 반복을 노린 것인지, 내가 오독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읽기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하다.
각 장의 묘사, 서술의 측면과 음악과 시간과 세계에 대한 상상력의 측면은 재미있게 봤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다소 난해하여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나 주제를 파악하기는 참 어렵다. 반쪽짜리 독서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 꼼꼼하고 기억력 좋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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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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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 교무실에서 혼자 근무하며 김기덕 아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1. 건강, 2. 돈 등의 순서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행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방글라데시인가 하여간 동남아 국가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높게 나왔댄다. 점심 때 옥임스를 기다리며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가입했다.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받기어려운 공은 받지 않는다."

 

작품 내의 조성원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정부는 프로야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프로의식을 주입시키고 이를 빌미로 일을 더 열심히 시키려는 음모를 꾸몄으며 이에 대항하여 삼미는 프로의 세계에 대항해서 프로야구가 아닌 순수한 야구를 보여주기 위해 누구도 수립할 수 없었던 연패의 기록을 달성했다고 한다.

 

주변에 일반 기업,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을 보면 살떨리는 경쟁 시스템에서 언제 도태될 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필사적으로 회사생활을 견디고 있다.(가끔 안그런 사람도 있지만 극히 일부.) 작품에서는 일류대를 졸업하고 새벽출근 자정퇴근을 하며 몸바쳐 회사에 충성했지만 IMF로 구조조정되고 마는 나의 직장생활을 통해 그러한 삶의 허상을 보여준다. 모두들 자신이 프로라고 최면을 걸면서 밤낮으로 먹고 살려고 아둥바둥하지만 그에 비례하는 우리의 행복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 천천히 여유롭게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삶을 영위하라는 것이 이 작품이 주는 메세지이다.

 

좀 없으면 어떤가? 기본적으로 좀 덜써도 되고, 없으면 좀 빌리고 갚으면 되고 돈 좀 더 있으면 맛있는 거 먹고, 남도 도우면 된다. 자기 소득 수준에서 누릴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시간을 누리고 즐기면 된다. 돈 별로 안들이고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 많다. 평소에 가진 것이 많아지는 것과 소비에 대한 중독은 정신적 파멸의 지름길로 생각하는 나의 모토와 일치해서인지 참으로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다. 나도 내 일 열심히 하면서 남는 여유시간 가족과 내 여가에 투자하면서 책도 읽고, 만화책도 보고, 겜도 하고, 총싸움도 하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농구, 축구, 탁구, 배드민턴, 볼링 등을 즐기고 겨울되면 보드타고, 좋은 곳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들과 음주가무를 즐기고, 때로는 멍하니 머리를 비우면서 내 분수에 맞게, 행복하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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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그늘 - 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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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면 그 안에서 여러가지 거래가 형성된다. 일단 전쟁수행국 정부와 군수기업사이의 거래, 그리고 전쟁 수행을 위한 보급과 관련된 각 업체와의 거래들, 그리고 그 보급품들이 전장이 형성되는 근처의 도시에 풀리면서 형성되는 암시장.  [무기의 그늘]은 베트남전에서의 미국 보급품과 관련된 암시장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독서교육과 관련해서 빨리 훝어보려고 잡았던 작품인데, 독서시간에 읽을 책이 정해지면서 그냥 개인적인 취미로 읽게 되다보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그래도 10시반, 11시에 와서 기어워나 위닝하기 전에 30~40분씩 꾸준히 본 것이 그나마 지금이라도 다 볼 수 있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여간 이번학기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본 장편소설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안영규는 베트남에 파병된 군인이다. 거듭되는 매복 수색 작전을 수행하는 중 우연히 다낭시내의 미합동수사대 소속의 한국 본부에 오게 된다. 거기에서 대위와 중사를 만나고 베트남인 파트너인 토이와 함께 베트남내의 블랙마켓을 수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팜민은 후안의과대를 다니던 전도유망한 의학도였다. 그의 형 팜 꾸엔은 베트남 정부 예하 성청의 실력자이다. 대학 때 해방전선(베트콩측)에서 허무함을 느끼고 전향한 꾸엔은 민 역시 의대를 나와서 순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은 해방전선의 게릴라를 지망하고 훈련 후 다시 다낭으로 돌아와 형을 속이고 형 꾸엔의 거래처인 구엔 상회에서 게릴라들의 보급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한다.

 

무기의 그늘은 황석영 선생의 92년작 소설이다. 그 당시에 한국소설의 범위를 베트남까지 넓혔다는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낭만적인 경향의 작품보다 현실의 치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개연성 강하고 구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호하는데, 전쟁과 관련된 뒷거래를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라고 할까?  그래서 재밌게 보려고 했지만 상하권 두권 보는데 2달 걸렸다...

 

당시 베트남의 지형과 전세와 상황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는 소설의 내용은 작가가 베트남전에 참전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참 공들여서 조사를 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 베트남에서 존재했던 암시장에 대한 분석은 작가의 현실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A, B, C레이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A레이션의 유통으로 암시장의 물가조정이 가능하다는 점, 신생활촌 사업과 같은 여러 사업으로 미국에서 원조로 들어오는 무기들이 정부군 측과 해방전선 측 모두에게 조달되는 아이러니, 해방전선의 이념적인 바탕과 그와 관련된 조직 유지 방법(-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피식민지 지배를 벗어나려는 약소국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과 같은 여러가지 내용들은 미국이 약소국에서 일으키는 전쟁의 이면이나, 더 나아가 전쟁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성격이 비슷한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너무나도 미국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인물 형상화에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한국인, 베트남인, 미국인들을 각각의 입장에서 개연성있게 잘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단 걸리는 것은 영규가 탈영을 도우려했던 스테플리가 세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인공인 안영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농촌출신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가 생각하는 미국에 대한 입장이나 치밀함은 그가 아무리 명민한 인물로 나온다고 해도 너무 예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즉 '심청'의 후반부로 갈 수록 심청의 목소리가 작가의 목소리가 되듯, 무기의 그늘에서도 미국과 세계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대사에서는 영규의 목소리에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투영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작품 형상화의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마지막에 영규가 떠나기 전, 토이가 죽음을 맞게 되고 분노한 영규가 자신과 토이가 차곡차곡 쌓아왔던 정보들을 이용하여 결국 팜 형제를 파멸에 몰아넣고 떠나는 것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작가의 성향을 생각했을 때 회색주의자인 팜꾸엔을 파멸시키고, 팜민과 구엔타트 등의 해방전선 인물들은 어느정도 그냥 그렇게 투쟁을 계속해나가는 쪽으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렇지만 그 형제가 죽고 다낭쪽의 해방전선 보급루트와 조직이 어느정도 손상이 되었더라도, 또다른 회색주의자들은 계속 전쟁의 암거래로 제3국행을 꿈꿀 것이고, 해방전선을 조직을 가다듬어 투쟁을 계속 해나가다가 해방을 맞았을 것이다.

 

종합해볼 때 '무기의 그늘'은 한국소설의 지평을 세계로 넓혔으며, 전쟁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그리고 특유의 치밀한 구성으로 2권 분량의 호흡이지만 꾸준히 긴장을 놓지 않게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끝맺는 솜씨가 좋은 작품이다. 다국적 인물들과 그들과 관련된 각각의 세계관과 상황을 파악하려다보면 상권 중반까지는 약간 지루한 감이 있지만 파악이 끝나면 탄력을 받아 꽤나 이야기에 몰입하여 볼 수 있다. 여유있으면 3번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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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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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한 활동을 하던 밴드 "RATM"(기계에 대항한 분노)을 통해서였지.

그들의 콘서트에 당신의 얼굴 포스터가 커다랗게 걸려있었고 보컬인 젝 델라로차는 가사의 참고문헌에 당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던 것 같았어.

친한 후배가 장 코르미에가 쓴 당신의 평전을 선물로 줘서 근 5년만에 다 본 것 같군. 

 

포도주를 마시며 마무리를 한 당신의 생애. 아르헨티나인 의사에서 쿠바 내전의 게릴라로, 새 내각의 주요 요인으로,(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는데 당신의 게릴라로서의 면모도 중요하지만 당신의 행정업무 수행능력과 깊이 있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접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다시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같아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군.) 그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볼리비아의 민중을 해방하기 위해, 일명 3세계 민중을 억압하는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게릴라로 돌아가며 완전고생하는 당신의 행동은 진정한 이타적 인간을 본 기분이야. 그리고 마지막에 볼리비아에서의 허무한 죽음은 당신의 완고함에 의한 것이었을까? 당신의 운이었을까? 함께 쿠바혁명을 주도했고, 볼리비아 게릴라 현장을 지휘했던 피델은 늙으며 고집스러워지고, 다양한 사상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쿠바의 독재자로 기억될 뿐이지만 당신은 영원한 청년으로 남은 것은 젊어서 죽었기 때문일까? 여러 상념들이 머리에 떠돌지만 당신의 허무한 죽음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하는군.

 

"세상의 억압받는 모든 사람의 고통을 함께 하고 그를 위해 투쟁하고자 한 당신의 숭고한 투쟁에, 그리고 나의 누추한 삶이 당신의 숭고한 삶의 1000분의 1이라도 닮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당신의 업적에 비해 너무나 허무하게 제국주의에 희생당한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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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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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경쾌한 문체의 일본 소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모방범>(5,600쪽 분량의 3권....;;;)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으로 최근 한국에서 각광받는 일본 작가이다. 특이한 인간형이 나오는 범죄물 스타일의 작품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를 쓰는듯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스텝파더스텝]이라는 1권짜리 책이 보이길래 빌려놨다가 3주만에 건드려서 하루만에 다 봤다.

 

게으른 내가 하루만에 다 봤다는 것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이 문체가 아주 평이하고 사람을 댕기는 맛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도 약간의 반전이나 미스테리를 깔아놓고 나중에 풀어놓는 구성 솜씨도 좋다. 간간히 나오는 1인칭 화자의 넋두리나 주변의 이상한 인물같은 일본식 개그도 재밌다.

 

시간때우기용으로 괜찮으면서 가볍게 사회정의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볼 여지도 있는 작품.

 

 

P.S: 그나저나 [화이트노이즈]는 언제 끝내냐...다음에 볼 22장이 100쪽이 되버리니 독서시간 1시간 이상확보가 쉽지 않은 지금은 잘 안건드려지고 위닝과 아머드코어4로 자꾸가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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