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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 - 인생의 순간순간을 빛나게 할 고전 속 죽음 공부
조형권 지음 / 유노책주 / 2023년 9월
평점 :
한때는 한 발 물러나서 자신을 바라보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인데 어떻게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냐고 따지고 싶었었다. 내 삶인데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왜 물러나서 보라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늘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다보니 마음이 지쳐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움직이는 것 조차귀찮아 졌다. 쉬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멍 때리고 싶었다. 마음이 지치니 생각하는 폭이 좁아졌고, 생각의 감각이 무뎌져갔고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의 수용소 안에는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가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시간이 흐를수록 남아 있는 수용소 안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빅터 프랭클은 이 무감각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과 비교하며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체면을 걸며 괜찮아 질거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여전히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한걸음 물러났다고 생각하면 또 제자리. 다시 물러났다가 또 제자리 이게 무한 반복되는 느낌 역시 든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아파하면 위로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데 정작 내 자신에게는 왜그리 혹독했는지 책을 읽으며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삶에 대해 바라보는 시점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금의 삶을 조금 더 충만하고 아름답게 하고싶은 생각이 들기시작했다.
바른생활이 좋은 것이 아니라 바른 삶으로 인해 자신이 풍만해지는 것, 그로 인해 나 외의 다른 사람을 봐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며 그 여유가 자신을 더 여유롭게 한다는 생각을 책을 보면서 많이 했다. 이미 많은 선인들의 삶에서 삶에 대한 자세를 많이 읽으며 배웠으면서도 여전히 현실에 치여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책에는 많은 선인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100페이지를 넘어가며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는데 아마 이쯤해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으나 크게 아프고 나서야 다시 삶이 생겼다는 글이 무척 와 닿았던 적이 있다. 쓸데없는 수식을 다 버리고 내 자신 즉 이름만 남겨졌을 때의 허무함, 두려움.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떼어내고 이름만 남겨졌을 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죽음으로 인해 삶이 더 풍요로워 질 수 있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